작은 우연의 선물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다 보면 우리 단풍이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이 있다. 애견 동반 식당이나 카페라고 알려져서 기쁜 맘으로 출발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가 아닌 실외 테이블에만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름이나 겨울은 특히 가혹하다.

단풍이도 허락되면서 사춘기 딸 취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장소를 알아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장소를 찾는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다가 알게 된  카페. 집에서 30분 거리니 부담스럽지도 않다. 직접 만든 베이커리를 다른 카페보다 저렴하게 팔고 벽돌로 지어진 멋진 건물에 넓은 공간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난 책을 가져가 읽었고, 레오씨는 영어 공부, 딸내미는 글을 쓰느라 바쁜 와중에 갑자기 유모차 안에서 단풍이의 반란이 시작된다. 문제는 옆 테이블에 계신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크다는 것. (단풍이는 목소리 큰 사람과 뛰어다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여러 번 사전 경고를 하더니  갑자기 크게 한번 왕~하고 짖고 말았다. 다행히 주변에서 이해해 주셨고, 주인 분은 단풍이 간식까지 챙겨 주셨지만 언제 또 짖을지 몰라서 우리는 죄인이 되어 황급히 짐을 챙겨 나오고 말았다.

온 가족이 차에 타자마자 ‘우리 이제 어디 가지?’ 모두 같은 생각뿐이다. 검색해 보니 근처에 공원이 있었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사전예약한 사람들만 입장이 되는 그것도 애견금지 캠핑장이었다.

결국 우리는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단풍이가 그래도 우리가 맛있는 거 먹을 시간은 허락해 주지 않았냐며 농담을 주고받는데 갑자기 창밖으로 산책로가 보였다. 시골 논과 논 사이에 어떻게 이런 도로가 만들어졌는지 의아해하면서 차를 세웠다.

조금씩 다른 초록빛을 띄고 있는 나무들

시골은 풀이 많아서 진드기 걱정에 아무 곳에서나 산책을 할 수 없는데 단풍이와 함께 걷기에도 좋아 보였다. 어쩌다 우연히 지나가다 처음 들른 곳,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선선한,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 우리 가족이 있었다.

저 멀리 ♥️모양 구름과 우리 단풍이

단풍이가 얼마나 신나 보이던지 뒷모습에서도 행복이 묻어났다.
하늘에 떠 있는 조각구름이 내 눈에만 하트 모양처럼 보이는 걸까?
작은 우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