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달빛마리 2020. 12. 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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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일이 있다. 

그 책을 읽기도 전에 짧은 순간 너무나도 유명해져 읽기도 전에 책의 내용을 대충 알게 되는 그러한 일, 그래서 읽고 싶던 마음이 이내 싹 사라져 버리는 알

 

이 책도 사실 그러한 종류의 책이었다. 

 

100쇄가 넘는 초판을 찍고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읽는 동안 눈물이 앞을 가렸다는 그 이야기, 자식으로서 엄마의 존재를 가늠하고 엄마와 딸이 있는 중간지점에 놓여 있는 누군가에게는 딸이 바라보는 엄마, 엄마가 바라보는 딸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가늠하게 된다는 바로 그 책이었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창비

그나저나 책의 표지가 인상적이다. 밀레의 <만종>에 등장하는 기도하는 여인을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Dawn, Noon, Sunset and Twilight,1979>이라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그림을 책의 표지로 삼았다. 

 

단순히 책과 그림을 통합시킨 문학적 시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특별한 이유로 이 그림이 선택되었는지 문득 궁금했다. 밀레의 <만종>에서 나오는 기도하는 여인의 사연을 알고 있었기에 살바도르 달리의 붉은빛 그림이 더욱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시골에서 서울에 사는 자식의 집을 찾아오다가 행방불명된 어머니, 그 어머니를 찾기 위해 아버지와 형제들이 고군분투한다. 특이한 것은 작품에서 가족들의 시선에 따라 화자가 달라진다는 것, 시도는 좋았으나 결국 한 명의 작가가 말하고 있음이 분명히 느껴져 나에게는 큰 문학적 장치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이 책은 친정 엄마보다는 치매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자식들을 향한 무한한 희생과 글을 모르는 서글픔에서 고군분투하셨을 우리 할머니가 느껴졌다. 

 

할머니의 모든 하의 허리춤 안쪽에는 할머니가 특별히 만드신 주머니가 하나 있었다. 그 주머니 안에는 손자 손녀들에게 주실 용돈과 작은 수첩 하나가 들어 있었다. 어느 날 우리 집에서 며칠 머무시던 할머니께서 나에게만 살짝 그 수첩을 보여 주셨다. 글씨가 아니라 그림으로 그린 듯 적혀있는 빼곡히 글자들은 다름 아닌 큰 아들인 아버지부터 작은 아버지들 그리고 고모의 이름과 전화번호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 어린 마음에 그것을 바라보던 내 마음이 어땠는지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다. 

 

추천사가 이토록 마음을 울린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작가의 글보다 추천사와 책의 앞 표지에 담긴 리스트의 인용문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
엄마에게 기대며 동시에 밀어낸 우리 자신의 이야기.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겐 큰 깨달음이 되고,
이미 늦어버린 이들에겐 슬픈 위로가 되는,
이 아픈 이야기

이적 ('지문 사냥꾼' 저자)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by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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