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옮기는 생각 23

Do It Anyway Project 1

2025년 1월 5일Do It Anyway Project 1 : 눈 오는 날 KTX 타고 서울에 가서 시험 보고 오기Good excuses to cancel1. 시험 준비 자체를 못함2. 후두염에 걸려 컨디션 난조 + 약 때문에 멍하고 졸림3. 응시자들 평균 연령을 생각하면 감히 엄두가 안 남4. 먼 길 가는데 눈까지 내리고 추움 그럼에도 불구하고,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강행.. KTX 타고, 택시 타고 시험장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책 보다가 시간 맞춰 들어가 시험 봄끝난 후에 택시가 안 잡혀서 추운데 먼 길 걷다가 운 좋게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택시 타고 서울역에 도착, 바로 기차 탐 기차역에 내리면 가족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음 근처에서 저녁 먹고 하루를 마무리 :) 합격이 보장된 것도 아..

마음놓고 아파도 되는 날

어제부터 잔기침이 시작되었다. 곧 그칠 거라 생각하고 가벼이 넘겼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목도 아프고 열도 오른다. 비아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책을 좀 보다가 오한이 느껴져 열을 재보니 38.1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모임도, 수업도 없는 날이라 다행이다 싶었는데 비아의 치과 예약이 생각났다. 다행히 레오 씨가 반차를 쓰고 달려와 그에게 단풍이와 비아를 맡기고 맘 편히 병원으로 향했다. 덕분에 레오 씨는 나 대신 분주해졌다. 단풍이를 산책시키고 예약시간에 맞춰 비아를 치과에 데려갔다. 독감증상이라고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는데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고 급성후두염으로 링겔만 맞고 돌아올 수 있었다. 아파서 누워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링거 맞으며 따뜻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내게는 큰 호사처럼 다가왔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 To avoid suffering)

고타마 왕자는 동양의 한 왕국에서 온갖 호사와 부유함을 누리며 성장했다. 그는 한 번도 왕궁 밖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왕은 세상의 모든 슬픔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고자 왕궁 밖으로 나가려는 왕자를 철저히 막았다. 심지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왕자 가까이에조차 올 수 없도록 했다.그러나 어느 날, 왕자는 왕궁 밖으로 나가 6년 동안 생로병사를 통해 드러난 인간의 고통에 대해 깊은 명상과 엄격한 고행을 행했다. 그러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이로써 고타마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 즉 부처가 되었다.부처가 깨달은 위대한 해탈과 진리는 다음과 같다.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내면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괴로움은 욕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괴로움에서 벗어..

2025년 새해 첫날

돌이켜보니 2024년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개인적인 일상도 그러했고 우리 사회도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과 사고가 이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연말이 지나가고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기록의 소중함을 알지만 손으로 적어 내려가는 일기장과 공개된 공간 속에서 글을 쓰는 뚜렷한 경계를 오고 가다 어느 순간 블로그에서 나를 내보이는 일에서 걸음을 멈췄다.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아이패드 키보드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다시 글을 쓰기로 다짐한다. 사실 그냥 아무 때고 시작하면 될 일이었는데 기어이 계기를 만들어 새해 첫날 마주해야만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느즈막히 일어나, 곰브리치 세계사를 조금 읽고 태어나서 처음 본 영어단어들을 공부..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 :)

일기장에 적힌 Monday, April 8의 일기를 그대로 옮겨 본다. 월요일 아침, 주말에 어디로 멀리 가거나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충만한 시간들을 보냈다는 생각에 한주의 시작이 풍요롭고 행복하다. 토요일 책을 한 권 읽었고 (이기주의 '보통의 언어') 욕실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레오씨와 에서 웃음 좋은 청년이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깔끔하고 담백한 일본 가정식 식사를 마치고, 근처 커피 가게에(평일 점심 때는 회사원들로 가득 차거나 줄이 길어 엄두도 못 냈던) 들려 그 집의 시그니처 커피를 사서 나눠 마시며 평일에 늘 혼자 걷던 길을 함께 걸었다. 장소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누군지가 더 중요하다는 그 뻔한 얘기가 마음에 와닿았던 순간이었다. 아파트 주변 벚꽃 나무 하나하나를 톺아..

딸에게 쓰는 편지

비아야 비아 눈에는 엄마가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엄마는 어설프고 서투른 완벽주의를 흉내 내는 사람일 뿐이야 비아가 조금 더 크면 자연스럽게 알아채겠지만 말이야.. 비아가 나중에 커서 그 사실을 알게되면 기분이 어떨까? 실망하지 않기를 바랄뿐이야. 몸에 안 좋다고 과자도 빵도 잘 안사주는 엄마가 사실은 얼마나 과자를 좋아하는지.. 이미 눈치챘지? 어제 비아 친구가 선물한 오레오를 엄마가 먹었잖아. 다시 사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말이야. 저녁먹고 아빠가 설거지하실 때 귀찮을 법도 한데 엄마가 굳이 오레오 사러 나가겠다고 했던 거 기억해? 엄마는 너에게 줄 오레오와 엄마가 나중에 혼자 먹을 오레오를 사러 갔었어 ^^; 너에게는 플레인을 사주고 엄마는 초콜릿 크림을 샀지. 다행히 너에게 안 들키고 엄마 오레오는 ..

감사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내 생각을 토해내듯 글을 쓰는 일도 드문드문해졌다. 동시에 책을 매개로 한 남편과의 대화도 줄었다. 요즘 읽고 있는 '안나 카레니나'를 매개로 오랜만에 책을 두고 나눈 그와의 대화, 책의 주된 내용이 불륜이다 보니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우리의 대화는 깊고 풍부했다. 두 가지 질문을 했다. 1. 만약 내가 바람을 피운다면 2. 우리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내가 더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가 이렇게 말을 조리 있게 잘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마치 누가 그에게 질문을 미리 알려줘서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한 것처럼 줄줄줄 막힘이 없었다. 대화 내용 자체가,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그의 답변에, 처음으로 느낀 그의 언변에 놀랐다..

가족의 굴레

자식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진 존재가 아니다. 어느 특정한 순간 부모의 욕정에 의해 혹은 계획적인 의도 아래 어쩔 수 없이 태어나진 무력한 존재다. 그러니 주어진 환경에서 자식을 아끼며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부모의 당연한 책무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너를 어떻게 먹여 살렸는데 내가 너를 위해 어떻게 희생했는데 이런 식의 주입은 자식을 통제하고자 하는 심리다. 즉 자식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키려는 부모의 마음이고 자식을 병들게 만드는 첩경이다. 자식은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이라는 굴레안에서 결국 누군가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가족이라고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각자의 삶을 살고 ..

조용히 눈 감으면

늘 우리 집이 자리 잡은 위치에 감사한다. 의식적인 선택이었지만 스스로 내린 선택에 다시 안도한다. 집 정면으로는 도서관이 있고 우측은 수영장이 있다. 모두 걸어서 3분 내 거리다. 이쯤 되면 아스팔트 도시가 연상되겠지만 지역의 특성상 다행히 그렇지 않다. 수영장을 지나 다시 3분 정도 걸으면 제천 변이 펼쳐진다. 얕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흉내내며 유유히 흘러가는 시냇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첨벙첨벙 춤을 춘다. 그 가운데 놓인 징검다리는 아직 엄마 손을 잡고 걸어야 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인공적인 놀이동산이 주지 못하는 근사한 스릴을 선사한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와 아빠도 이미 지나 온 유년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대신 이곳은 까치와 왜가리를 비롯 해 이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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