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 :)

일기장에 적힌 Monday, April 8의 일기를 그대로 옮겨 본다. 월요일 아침, 주말에 어디로 멀리 가거나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충만한 시간들을 보냈다는 생각에 한주의 시작이 풍요롭고 행복하다. 토요일 책을 한 권 읽었고 (이기주의 '보통의 언어') 욕실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레오씨와 에서 웃음 좋은 청년이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깔끔하고 담백한 일본 가정식 식사를 마치고, 근처 커피 가게에(평일 점심 때는 회사원들로 가득 차거나 줄이 길어 엄두도 못 냈던) 들려 그 집의 시그니처 커피를 사서 나눠 마시며 평일에 늘 혼자 걷던 길을 함께 걸었다. 장소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누군지가 더 중요하다는 그 뻔한 얘기가 마음에 와닿았던 순간이었다. 아파트 주변 벚꽃 나무 하나하나를 톺아..

조용히 눈 감으면

늘 우리 집이 자리 잡은 위치에 감사한다. 의식적인 선택이었지만 스스로 내린 선택에 다시 안도한다. 집 정면으로는 도서관이 있고 우측은 수영장이 있다. 모두 걸어서 3분 내 거리다. 이쯤 되면 아스팔트 도시가 연상되겠지만 지역의 특성상 다행히 그렇지 않다. 수영장을 지나 다시 3분 정도 걸으면 제천 변이 펼쳐진다. 얕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흉내내며 유유히 흘러가는 시냇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첨벙첨벙 춤을 춘다. 그 가운데 놓인 징검다리는 아직 엄마 손을 잡고 걸어야 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인공적인 놀이동산이 주지 못하는 근사한 스릴을 선사한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와 아빠도 이미 지나 온 유년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대신 이곳은 까치와 왜가리를 비롯 해 이름을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