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16

오래된 질문(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탁팀 장원재 지음)

이 책은 세계적인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 교수님이 한국 사찰 여행을 하면서 ‘우리 존재와 삶에 대한 가장 오래된 근원적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데니스 노블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생명 이론을 제시해 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생물학계의 대석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이다.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철학과 종교,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다루는 공통 과제이자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품어온 근원적 질문들이라고 한다. 데니스 노블 교수님은 인간이 그저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는 유전자 결정론적 주장에 반대하고, 생명은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이런 그의 이론은 생명 현상을 ..

인간 본성의 법칙(로버트 그린/이지연 옮김)

THE LAWS OF HUMAN NATURE 코로나가 시작되어 우리 모두가 본격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집 앞 도서관이 아예 문을 닫고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었을 때 다행히 서점에서 빌려 읽는 바로 드림 서비스는 그대로 이어졌다. 서점에 자주 가는 것도 조심스러워 작정하고 두꺼운 책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볼륨이 두꺼워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을 발견했다. 900페이지 분량의 책이었지만 챕터별 제목 하나하나가 나를 사로잡았다. 기간 내에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에 허겁지겁 읽어 내려간 것이 아쉬워 소장하고 싶었고 드디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지난달 다시 읽었다. ‘인간 내면의 충동과 동기를 ..

인간이 그리는 무늬(최진석)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인문학이 막 활기를 띄기 시작할 무렵 출판된 꽤 오래된 책이다. 그 쯤해서 미리 읽었다면 인문학의 개념을 정확히 잡고 인문학 도서들을 읽었을 텐데... 오랜 시간 동안 그냥 책만 읽어 내려간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책을 읽어보니 교수님의 생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셨다. 최근의 강연이나 지금까지 쓰신 책들의 궁극적인 알맹이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요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은 '인문의 숲 속을 산책하는 순서'라고 이름 지어진 멋있는 목록을 보여준다. 크게 4가지 숲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 인문의 숲 : 인문적 통찰을 통한 독립적 주체되기 두 번째 인문의 숲 :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마주 서기 세 번째 인문의 숲 : 명사에서 벗어나 동사로 존재하라 네 번째 인문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최진석)

동양철학에 처음 발을 담그게 된 것은 대학 때 부전공으로 택했던 윤리교육 과목들을 수강하면서였다. 교양 과목으로 선택해서 들었던 철학에 흥미를 느끼면서 큰 기대를 하였으나 일부 교수님들께서 윤리교육을 만만하게 보고 들어왔다는 편견으로 타 전공생들에게 괘씸죄를 적용하여 필기를 한자의 약자로 쓰시면서 고난의 길로 들어섰다.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다른 윤리교육 과목들은 새롭고 즐거웠으나 공자, 맹자, 노장 사상, 순자, 장자의 사상 이론들을 주입식처럼 밀어 넣으며 칠판을 가득 메우는 한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곤욕스럽고 곤혹스러웠다. 그렇게 멀어지나 싶었는데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돌고 돌아 난 다시 동양철학의 울타리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관심의 대상이 심리학에서 자연스럽..

포기하는 용기(이승욱)

다른 책을 읽다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일단 정신분석학자가 쓴 책이면 관심이 가는 터라 즐겁게 읽었지만 중간 이후부터 유영만 작가의 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내가 모르는 타인에 대한 작가의 부정적인 견해를 듣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각색이 있었을 테지만 내담자의 사례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것도 사실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내 생각을 이끌어 주는 몇 문장을 만나 다행히 감사했다. 존재는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 경험은 아이 몸에 저장되고 남은 생애를 걸쳐 무의식적으로 계속 작용한다. 더 나은 선택은 자신을 모르고도 할 수 있지만, 올바른 선택은 자신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자신을 인정하기 위..

공부란 무엇인가(김영민)

라는 칼럼으로 유명해진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공부 에세이다. 외모와 관련하여 간혹 과하다 싶은 표현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역설과 유머가 돋보이는 글들이 많았다. 인문학 에세이를 읽는 독자들을 웃게 만들다니 특별한 글재주가 있는 분임은 틀림이 없다. 이 책은 크게 5가지 주제로 분류가 된다. 공부의 길 : 지적 성숙의 과정 공부하는 삶 :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공부의 기초 : 질문과 맥락 만들기 공부의 심화 : 생각의 정교화 공부에 대한 대화 : 목마른 사람처럼 배움의 기회를 찾아야 나는 특히 2부 '공부하는 삶'에 실린 6개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 공부를 오래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독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자유가 그의 글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

인생의 태도(웨인 다이어 지음/이한이 옮김)

2021/02/18 - [나를 이끄는 힘, 독서!] - 행복한 이기주의자 (Wayne W. Dyer/ 오현정 옮김) 행복한 이기주의자 (Wayne W. Dyer/ 오현정 옮김) 서점에서 우연히 웨인 다이어의 를 발견하자마자 읽고싶은 책 목록에 저장해 두었다. 유시민 작가의 에 이어 삶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의 책을 읽고 싶었기 때 u-r-what-u-do-at-dawn.tistory.com 는 를 쓴 웨인 다이어의 생전 강연 중, 유독 대중들에게 깊은 호응을 얻었던 강연들만을 골라 헤이 하우스 편집부에서 출판한 책이에요. " Attitude is everything. " : 모든 것은 태도에 달려 있다. 어쩌면 사람들이 앞다투어 찾아 나서는 행복도, 거부하고 싶은 고통도 모두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몇 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꼭 구입해서 다시 읽어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몇 해가 훌쩍 지나갔다. 책을 구입하면 살균 소독 후 책 커버까지 씌워서 보내주는 고마운 중고 책방을 알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이번 기회에 다른 책과 함께 구입 후 다시 읽게 되었다. (지금 거실 창 밖으로 눈이 정말 예쁘게 내린다. 소복소복 그대로 쌓일 것 같아 운전하기에는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은 온 세상이 고요해지는 창 밖 풍경에 그대로 취해 버린다. 글을 써야 하는데 자꾸 시선이 창 밖 풍경에 멈춘다. ) 처음에는 정치가 주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드디어 자유인이 된 유시민 작가를 지지하고픈 마음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는 마흔의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두 번째 산(데이비드 브룩스 지음/이경식 옮김)

The Second Mountain, The Quest for a Moral Life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차례를 살펴보았다. 가장 바람직한 삶, 자기 인생에 귀 기울인다는 것,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깊은 헌신 등 챕터별 제목을 보니 더욱더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우선 '두번째 산'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부터가 궁금했다. 이 책의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생이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첫 번째 산은 우리가 속한 문화권에서 규정하는 통상적인 목표로 개인적인 성공을 의미한다. 그러다가 인생을 바꾸어 놓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비극을 마주하는데 이것을 작가는 계곡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작가는 진정한 기쁨을 위해 첫 번째 산의 초개인주의에서 두 번째 산의 '..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고미숙)

작년 봄에 읽었던 고미숙 선생님의 를 연말에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던 책을 구입해서 다시 읽으면서 그 여운이 크게 남았던 터라 이어서 선생님이 쓰신 다른 책을 읽고 싶었다. 연휴 전에 도서관에서 여러 권을 빌려왔고 그중 첫 번째로 읽은 책이 바로 다. 언어의 유희를 즐기시는 선생님은 책의 머리말에서부터 웃음을 주신다. 낭랑하게 낭송하라 필사적으로 필사하라 글로벌하게 글쓰기 하라 문득 '낭송집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 소리가 들렸다고? 그렇다! 그건 분명 소리였다. 생각이 아니라 소리. 생각은 머리에서 떠오르지만 소리는 가슴속에서, 더 정확히는 오장육부에서 솟아난다. 그래서 '하는' 것이 아니라 '들린다'. 매일매일 그렇게 솟아올랐다 사라지는 소리들이 얼마나..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