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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서(이길보라)

달빛마리 2021. 3. 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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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이길보라/문학동네

'안 해보면 몰라서' 혹은 '해보지 않으면 몰라서'라고 표현할 수 있는 어구를 굳이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서'로 표현 한 이길보라 작가, 출판사의 의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책 속 작가의 성향과 제목이 많이 닮은 듯하다. 

 

남자 선배를 형으로, 남자 친구를 파트너로 표현하고 고등학교 자퇴 후 본인의 정체성을 로드스쿨러라는 단어로, 낙태를 임신 중지로 표현할 만큼 호칭의 다름을 통해 동시에 스스로를 남들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청각장애인 부모님을 두어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s)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서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어른의 세상을 빨리 배우고 눈치채야 했다. 

 

이 책은 그녀가 네덜란드 필름 아카데미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기록한 내용으로, 작가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의 삶부터 대학원 1년 정도의 과정까지, 그녀가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이 상세히 적혀있는 개인적인 일기장을 보는 듯했다.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통틀어 남겨둘 법한 단어가 있다면 그녀의 아버지가 작가에게 자주 전했던 격려의 말 " 괜찮아, 경험!"이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해외로 떠난다는 딸의 의견에 반대해 뺨을 때리셨다던 작가의 아버지가 언제부터 생각을 바꾸셔서 "괜찮아, 경험"이란 말씀을 하셨는지 사실 궁금했는데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사 긍정적이고 밝은 부모님의 모습으로만 묘사되어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왜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해외로 떠나고 싶었는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아 그것 역시 풀리지 않는 실타래가 되었다. 

 

작가의 인생에서 네덜란드 필름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에서 공부한 시간은 그녀를 알에서 깨어 나오게 한 중요한 사건이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CODA라는 정체성을 이용 해 돋보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녀가 그곳에서 만난 스승님이 하신 말씀이 오히려 작가의 어떤 말보다 맘에 다가왔다.

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죠. 그런데 꼭 습관을 버리고 뜯어고쳐야만 할까요? 훌륭한 습관이 있다면 그걸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자신이 기존에 해왔던 방식과 방법론에는 분명히 장점이 존재해요. 그걸 취해서 관점을 바꿔 다르게 접근하면 또 다른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방법론을 그냥 버리려고 하는 거죠?
p.192

 

외국에서 우리에게 모국인 한국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순간에는 감정을 빼고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라는 단어는 굉장히 위험하다. 작가가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사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일일 수 있다. 내가 거론한 일들이 한 개인의 집안에서만 국한되는 일은 아닌지 혹은 내가 아는 몇몇 지인들의 삶이 나와 같다고 해서 일반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는 모두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지닌다. 밝은 척, 강한 척, 괜찮은 척, 정의감이 넘치는 척 등..

작가가 모든 가면을 벗고 홀로 조용히 있을 때 한성희 선생님의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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