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공부란 무엇인가(김영민)

달빛마리 2021. 3. 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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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김영민/어크로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유명해진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공부 에세이다. 외모와 관련하여 간혹 과하다 싶은 표현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역설과 유머가 돋보이는 글들이 많았다. 인문학 에세이를 읽는 독자들을 웃게 만들다니 특별한 글재주가 있는 분임은 틀림이 없다. 

 

이 책은 크게 5가지 주제로 분류가 된다.

  1. 공부의 길 : 지적 성숙의 과정
  2. 공부하는 삶 :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3. 공부의 기초 : 질문과 맥락 만들기
  4. 공부의 심화 : 생각의 정교화
  5. 공부에 대한 대화 : 목마른 사람처럼 배움의 기회를 찾아야

나는 특히 2부 '공부하는 삶'에 실린 6개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 공부를 오래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독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자유가 그의 글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린모어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지금의 그를 완성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을 거친 사람만이 전해줄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들을 모아 독서노트에 기록한 내용들이다. 

  • 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p.18
  •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p.72
  • "토론하면서 출생증명서의 생년월일을 들먹이며 이기려 드는 상대를 나는 참아본 적이 없다. 상대가 스무 살이고 나는 오십이 넘었다는 사실 하나로 내가 더 성취하고 더 배웠다고 할 수 없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삶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단련된 실력, 삶의 현실을 견딜 수 있는 단련된 실력, 내면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 단련된 실력이다."  <소명으로서의 정치>, by 막스 베버 
  • 여러 경험과 생각이 쌓여서 하나의 성채를 이루고 나면, 그 성 내에는 일정한 온실 효과가 발생하여, 이런저런 입체적인 잡생각이 추가로 생겨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견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생각과 경험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용기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 토론의 장은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다른 의견을 긁어모아 취향의 박물관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토론의 목적은 다양성을 무한정 확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좀 더 나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과 타당한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것이라고 말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잃지 말고 나를 찾는 것부터가 공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공부의 절정이라고 나는 믿는다. 

 

작가의 첫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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