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데미안(헤르만 헤세 지음/한미희 옮김)

달빛마리 2021. 3. 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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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헤르만 헤세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성장 소설로, 그는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삶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중, 고등학교 때 <<데미안>>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떠올려보았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주인공이 '싱클레어'인데 왜 책 제목이 '데미안'일까 궁금했고 고등학생 땐 '데미안'이 '싱클레어'임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리고 에바 부인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성모 마리아가 떠오르기도 했고 싱클레어의 성적 환상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데미안>>

우선, 번역된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번역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특히 책의 초반부는 번역가가 누구인지 그녀의 다른 작품은 무엇인지 찾아볼 정도로 매료되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는 독일계 스위스인이지만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셨고 어머니가 인도에서 태어나 자라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양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더욱이 외삼촌은 일본에서 활동한 불교 연구의 권위자였다. 

 

그래서였을까? 다시 만난<<데미안은>>은 나에게 문학작품이 아니라 철학으로 다가왔다. 부단한 노력으로 자기 자신을 찾는 일, 결국 자신도 몰랐던 진정한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을 보여주었다.

헤르만 헤세가 괴테와 니체 사상을 이어받은 예술가라는 말을 입증하듯이 데미안에는 조로아스터교가 등장한다. 조로아스터교의 핵심 교리는 양극성 너머의 전일성 혹은 양자 긍정의 정신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속에서 안정된 세계와 불안한 세계, 선과 악, 카인과 아벨, 싱클레어와 프란츠 크로머, 예수와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 그리고 싱클레어와 데미안, 싱클레어와 피스토리우스, 싱클레어와 베아트리체, 싱클레어와 에바 부인 등의 구도를 통해 한쪽이 존재해야만 다른 한쪽도 의미를 가짐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결국 싱클레어가 만난 모든 인물들은 자기 안에 이미 존재했던 정체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안정된 세계인 알을 스스로 깨뜨리고 아프락시스라는 신을 향해 날아갔던 새 역시 싱클레어 자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북마크해 둔 내용들이다.


헤세의 서문에서,

 

나는 오직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려고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힘들었을까?

p. 7

 

나 자신이 진리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길을 찾는 사람이었으며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 나는 별이나 책에서 길을 찾지 않고 내 피가 내 안에서 속삭이는 가르침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p.9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 길을 찾으려는 시도이며, 하나의 오솔길을 가리키는 암시다. 지금까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모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애매하게, 어떤 사람은 더 밝게 저마다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한다.  p.9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p.10


소설 <<데미안>> 중에서,

 

 

차례 , 데미안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지 말게.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었다면 타조가 되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자네는 가끔 자신이 괴짜라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자신을 비난하지. 그런 습관은 버려야 해. (중략)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아프락사스야. 신이면서 악마고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함께 지닌 아프락사스라고.  p.161

 

나의 내면의 성장을 도운 것은 그런 지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 자신 안에서 길을 더 잘 찾고 나 자신의 꿈과 생각과 예감을 점점 더 믿고 내가 지닌 힘을 점점 더 알게 된 것이 도움이 되었다. p.179

 

잠에서 깨어난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을 찾고 내면이 더욱 단단해지고 어디로 가는지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는 의무가 있을 뿐이었다. 그것 말고 다른 의무는 없었다. 하나도, 하나도, 하나도 없었다. p.188

 

우리의 진정한 사명은 단 하나,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p.189

 

사람들은 서로가 두렵기 때문에 서로의 품으로 도피하는 거야. 신사는 신사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학자는 학자끼리 모이지! 그런데 그들은 왜 두려워할까?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과 사나 가 되지 못할 때 두려워하는 법이야. 그들은 자기 자신을 알았던 적이 없기에 두려운 거야. p.201

 

어디서나 그들은 '자유'와 '행복'을 과거 어딘가에서 찾았다. 순전히 자신의 책임을 생각하고 자기 길을 가라는 경고를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p.204

 

우리의 의무와 운명은 오직 하나, 각자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신 안에서 활동하는 자연이 준 소질을 똑바로 알고 그 의지에 다라 살아서 불확실한 미래가 초래하는 그 어떤 결과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 p.217

 

사랑은 부탁하는 것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에요. 사랑은 스스로 확신하는 힘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럼 사랑은 끌려가지 않고 끌어당기지요.  p.222

 

그는 사랑을 했고 그래서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리기 위해서 사랑한다. p.223


옮긴이의 말 중에서,

헤세에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은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소질과 개성을 남김없이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헤세는 평생 모든 형태의 획일화와 평준화 경향에 반대하며 개인의 고유한 가치와 개성, 다양성을 옹호했다.


헤세의 시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의 시<<책들>>로 글을 마무리한다. 

 

책들 

(헤르만 헤세)

이 세상 책들은 어떤 것이든

게 행복을 안겨 주지 못한다.

하지만 책들은 은밀하게 

너를 네 자신 속으로 데려다 준다.

 

거기엔 네가 필요로 하는 게 다 있다.

해와 별과 달이.

네가 묻던 빛은

네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에서 네가

오랫동안 찾던 지혜는 이제 

모든 페이지에서 빛을 뿜고 있다.

이제 지혜는 네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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