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Socrates Express(에릭 와이너 지음/김하현 옮김)

달빛마리 2021. 12. 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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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익 와이너/어크로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제목에 이끌렸다. '철학자의 이름과 익스프레스가 도대체 어떤 연결성이 있는 거지?'.. 찰칵! 사진으로 겉표지를 담아 읽을 책 목록에 담아두고는 그렇게 한참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 책을 12월 연말에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다짐하는 데 있어 꽤나 안성맞춤인 철학자들과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킹한 부분이 너무도 많아 결국 원서로 주문했다. 다시 천천히 음미하며 낭독하고 싶었다. 12월 19일에 주문했는데 수령 예상일이 1월 5일이다. 사실 그 날짜도 정확히 장담할 수는 없어 아쉽다. 책을 읽고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좋은 책은 차례부터 돋보이는 법, 이 책은 1부 새벽, 2부 정오, 3부 황혼으로 분류되어 있고 범주에 맞는 철학자들이 차례로 소개된다. 물론 간디나 세이 쇼나곤처럼 철학자도 아니면서 살짝(?) 과대평가되어 있는 인물들에게는 사실 집중할 수 없었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 새벽의 문을 열어 니체로 황혼을 마무리하는 작가의 통찰력에 깊이 공감했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염세주의자로 잘 알려진 쇼펜하우어는 특히 올해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철학자로 다른 책을 통해 알지 못했던 그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훑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지난달에 읽었던 <<쇼펜하우어 문장론>>과 <<오늘 더 행복하기로 결심했다>>도 인상 깊었지만 이 책을 읽고 무엇보다<<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보물은 바로 '에픽테토스'였다.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우리의 생각과 충동, 욕망, 혐오감 즉 우리의 정신적 그리고 감정적 삶)은 우리가 지배할 수 있다는 그의 사상이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스스로 고난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한 그의 견해는 빅터 프랭클과 스티븐 코비의 고유한 생각이 아니라 에픽테토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읽었던 <Change your paradigm, change your life>에서 언급된 react vs respose의 개념도 결국 에픽테토스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2021.12.27 - [영어 원서 읽기의 즐거움 :)] - Change your paradigm, change your life (Bob Proctor)

 

Change your paradigm, change your life (Bob Proctor)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작가의 이름이 왠지 낯익어 찾아보니 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이름이었다. 앤드류 카네기에서 나폴레옹 힐로 다시 얼 나이팅게일로 이어진 가르침이 Bob Proctor로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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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된 철학자들은 그들의 사조와 상관없이 어쩌면 우리를 향해 일관된 메시지를 던져 준다. 마르쿠스는 '모든 것이 관점의 문제'라고 했고 쇼펜하우어는 '세계는 내가 만들어 낸 생각'이라고 했으며 보부아르는 '삶은 스스로 만들어 낼 이야기'라고 했다. 

 

돈키호테 역시 자신의 이름과 말의 이름(로시난테)을 직접 창조하며 자신의 삶을 신념대로 그려나가기 시작하지 않았던가.. Life is about creating myself! 

2021.12.14 - [나를 이끄는 힘, 독서!] - 돈키호테(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안영옥 옮김)

 

돈키호테(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안영옥 옮김)

스페인어 원서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현실은 어림도 없다. 배움의 기회가 있었으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사정으로 이어나가질 못해 영 아쉽다. 큰 마음먹고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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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들을 끊임없이 운명으로 보아야 한다는 니체의 Amor fati와 '영원회귀'는 어떻게 생각하면 섬찟한 개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배할 수 없는 것(운명)과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것을 구분지어야 한다는 에픽테토스의 견해와도 일치점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스토아 철학에서 주장하는 다음의 두 문장이 유독 내 마음에 와닿는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작가의 말처럼 고난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리는 선택임을 깨달아야만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내가 선택한 인식 즉 내가 만들어 낸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가치 있을까?

 

책의 말미에는 작가가 입양한 10대 딸에게 쓴 편지가 소개된다. 책에 나온 모든 철학자들의 주장이 편지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가 하나의 훌륭한 작품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소냐에게.
모든 것을, 특히 너 자신의 질문을 물으렴.
경이로워하며 세상을 바라보렴.
경건한 마음으로 세상과 대화하렴.
사랑을 담아 귀를 기울이렴.
절대로 배움을 멈추지 말렴.
모든 것을 하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가지렴.
네가 원하는 모든 높이의 다리를 건너렴. 
네가 가진 시시포스의 돌덩이를 저주하지 말렴. 사랑, 하렴.
아, 맥도널드는 좀 줄이려무나.
싫음 말고, 그건 너의 선택이니까.

학교에 다니면서 철학을 과목으로 배울 땐 그저 점수 따기에 급급한 그리고 심지어는 사치스럽고 잉여스러운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철학은 가장 실용적인 학문 중에 하나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021년에 만난 가장 소중한 책들 중 한 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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