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김정운)

달빛마리 2022. 2. 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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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김정운/21세기북스

지난달 중순부터 벌써 3번째 읽고 있는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한마디로 내게 굉장히 영감을 주는 책이다.

 

철학과 심리학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재미있게 풀어내고 작품 속 곳곳에서 만날 수는 압축된 하이쿠는 시를 읽는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자연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보는 순간마다 '나도 그리고 싶다', '나도 그곳에 있고 싶다'라는 마음을 들게 한다. 

p.148

작가 김정운은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문화심리학자로 명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교수직을 스스로 내려놓는다. 자신이 내린 충동적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고백할 땐 기대하지 못했던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학교를 떠난 후 그의 다음 행적은 돌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화를 전공한다. 그것은 그의 어릴 적 희미한 꿈이 실현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p.216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주체적 공간인 '슈필라움'을 찾는 여정의 처음과 끝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이 책을 읽고 딱 한 단어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바로 '슈필 라움'이다. 독일어 '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슈필 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실제 '놀이하는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되는 단어다.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다는 그의 생각이 그의 슈필 라움을 탄생시킨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것은 그릇된 소비 풍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만은 아닐 것이다. 귀농을 결심하며 주거지를 옮기고, 자연인을 자처하며 홀로 산으로 들어가고, 퇴직 후 살던 집을 정리해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은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강렬한 욕망이 숨어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데 혼자 힘으로는 막막하고 방법을 찾고 찾다가 청년들이 워킹 홀리데이라도 선택하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그것의 본질적인 이유가 새로운 문화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해외로 이민을 가는 결정 역시 한국에서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간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엉켜있고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 모두 작가와 똑같이 여수의 어느 섬에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마련할 수는 없지만 잠시 멈추어 지금의 삶을 돌아보는 작은 여유를 출발점으로 삼을 수는 있다. 그것을 계기로 삶의 여정에서 다른 방향으로 자신만의 행로를 선택할 수도 있고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완성된 삶은 없다. 하나 하나가 다 과정이다. 내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천국을 경험할 수도 혹은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가 전하는 한 문장에서 어느 염세주의 철학자의 시선이 겹친다. 

세상을 보는 창틀은 내가 결정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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