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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달빛마리 2022. 3. 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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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매년 중단편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한다. 

 

그러나 문학사상에서 선정된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계약 조항 때문에 일부 수상 작가들이 이상문학상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밝은 밤>의 최은영 작가 역시 이상문학상을 거부한 적이 있다. 

 

대상 수상작으로는 이승우 작가의 <마음의 부력>이 소개되었고,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흥미로웠던 그의 자선 대표작인 <부재 증명>도 함께 소개되었다. <마음의 부력> 외 5편이 실렸는데 난 개인적으로 천운영 작가의 <아버지가 되어주오>라는 작품이 제일 마음에 다가왔다. 

 

수상한 모든 작가가 그러하듯 섬세한 표현력은 기본이고 특히나 <아버지가 되어주오>는 억지스럽거나 희미하지 않은 결말,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가족을 소제로 하는 따뜻한 문체가 돋보였다.

 

소설인 듯 혹은 아닌 듯 그 오묘한 경계에 서서 끊임없이 내 삶을 비추며 끝없는 질문을 쏟아붓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냉소적이지 않고 오히려 위안을 준다. 화자는 그동안 어머니를 완벽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희생의 결정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어머니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녀가 받은 위로가 난 몹시도 부러웠다. 

 

윤대녕 소설가는 이를 두고 어머니가 딸에게 '내가 살아온 삶을 내가 해석할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내리사랑'을 삶 속에서 온전히 실천했고 그런 삶을 사랑했던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제부터 네가 저 사람 아버지가 되어줘라.
어머니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대상을 수상한 이승우 작가의 수상 소감에서는 유독 마지막 단락이 마음에 들어왔다. 

  나는 된 일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활동을 주목하는 성향의 사람입니다. '애쓰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애쓴 것이 반드시 이뤄지는 것도 아니라는 세상의 이치'를 모르지 않습니다. 애쓴 만큼 이루지 못하기도 하고 애쓴 것보다 더 얻기도 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의무지만, 그 일의 성취는 일한 사람의 권리가 아닙니다. 나는 소설 쓰기를 내 일로 간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일의 특징은 규칙과 반복입니다. 동일한 일과의 끊임없는 반복입니다. 때로 따분하고 싫증이 납니다. 숙달이 되기도 하지만 타성에 젖기도 합니다. 소설 쓰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하 생략)  p.116

수상 소감에서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는 작가라니... 갑자기 책날개에 실린 그의 사진 속 미소가 더 온화하게 느껴졌다. <마음의 부력>은 부력처럼 누르고 눌러도 마음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신학대를 졸업한 이력에 어울리게 소설 속 형제를 에서와 야곱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 참 자연스러웠다. 

 

이밖에도 한지수 작가의 <야심한 연극반>도 조금은 특별한 아버지의 부성애가 짠하게 다가왔고 소재가 독특하고 예측 가능한 스토리의 전개가 아니라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통해 아주 오랜만에 농축적인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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