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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지음)

달빛마리 2022. 4. 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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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청소/김완/김영사

약 2년 전쯤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이 책은 읽고 싶지 않다'라고 여겨 기억에서 잊히길 바랬던 책이었다. 어떤 이유가 됐건 고독사하는 사람들의 집 청소 이야기를 굳이 생생하게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 책은 크게 두 챕터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뉴스에서 나올법한 2분짜리 범죄현장이나 비극적인 죽음의 현장을 너무나 자세하게(생생하게) 기술해 놓았다. 
차라리 뉴스처럼 사실만 전달했으면 이렇게 아프게 다가오진 않았을 텐데 문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슬프고 끔찍한 현장이 작가의 생각과 느낌으로 포장돼 더욱더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두 번째 장은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벗어나 작가 개인의 생각과 경험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 작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읽었던 모든 책들 중에서 포스트잇이 제일 적게 붙여진 책이지만  다음 글은 마음에 쏙 다가왔다. 

서가는 어쩌면 그 주인의 십자가 같은 것은 아닌지. 빈 책장을 바라보자면 일생 동안 그가 짊어졌던 것이 떠오른다. 수많은 생각과 믿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인생의 목표와 그것을 관철하고자 했던 의지, 이끌어야 했던 가족의 생계, 사적인 욕망과 섬세한 취향, 기꺼이 짊어진 것과 살아 있는 자라면 어쩔 도리 없이 져야만 했을 세월. 
p.91

그의 직업은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한국에 돌아와 특수 청소 서비스를 설립한 후  일하고 있다고 기술했지만 결국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와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가 제일 궁금했는데 말이다. 다른 인터뷰를 찾아보아도 역시 뭔가 두루뭉슬하다. 
 
비단 넘치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뿐만 아니라 엽기적인 현장을 목격하고 자살의 흔적을 청소하는 일을 과연 어떤 마음으로 지속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일을 할 때마다 새겨지는 마음의 응어리들을 어떻게 지우고 아침이면 다시 그 일을 시작하는지 말이다.
 
고양이를 키우고, 피아노를 배우고,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몸과 맘의 고단함을 이겨내는 것일까?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작은 일에 불같이 화를 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강원도로 그렇게 멀리멀리 달아났던 것일까? 책을 읽어도 궁금한 것 투성이다. 
 
문득 나의 죽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단 한 명이라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내 곁에서 마지막 인사를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참하게 죽은 이들의 삶을 통해 내 현재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맘도 비우고 몸도 비우고 물건도 비우는 그래서 매일 조금씩 삶의 종착역인 죽음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유난 떨지 말자. 다시 한번, 있을만하니까 일어나는 일들이다. 누군가가 미리 겪었고 또 누군가도 겪을 우리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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