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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박문재 옮김)

달빛마리 2022. 4. 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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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현대지성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면서 스토아 철학자였다. <<명상록>>은 그가 전장에서 10여 년에 걸쳐 쓴 철학 일기다. 

 

문학적인 형식과는 거리가 멀고 <그 자신에게>라는 명칭으로 불렸다가 17세기에 와서 <명상록>이라고 붙여졌다.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이 글을 쓴 목적은 마르쿠스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들을 살펴보고,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를 자기 자신에게 충고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한다. 

 

스토아 철학자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그가 스토아학파와 첨예하게 맞섰던 에피쿠로스 학파가 사용하던 개념들도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따르면서 거기에 기반해서 여러 철학 학파의 사상들을 폭넓게 인정한 황제이자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천하를 누리면서 부족할 것 없던 황제가 스스로를 부단히 단련하기 위해 다짐하는 글을 썼다는 것 그 자체가 존경할만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더 놀랍다. 

 

전장에서 쓴 글이어서일까? 죽음은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이 반복된다. 또한 어떤 일이나 환경에 대해서 선하다거나 악하다는 쓸데없는 판단을 덧붙임으로써 괴로움을 자초하지 말라고 자기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충고한다. 

 

책 전반에 걸쳐 '자연과 본성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끊임없이 사고한다. 

 

<명상록>을 읽는 동안 왜 이 책이 세계 유수 대학들의 필독 고전인지 알 수 있었다. 한번 읽고 좋은 책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내게 가져다준 깨달음과 감동이 정말 크다. 평생 <명상록>에 적힌 것만 깨닫고 실천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인간 삶의 전반을 다루면서도 그 내용이 깊고 선명하다. 

 

오, 나의 정신이여, 너는 너 자신을 학대하고 또 학대하고 있구나. 그것은 너 자신을 존귀하게 할 기회를 스스로 없애 버리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너의 인생도 끝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너는 너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마치 너의 행복이 달려 있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의 정신 속에서 너의 행복을 찾고 있구나. 
p.46
너의 생각에 화려하고 그럴듯한 옷을 입히지 말라.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많은 일을 벌이지 말라. 
p.59

이 책을 읽고 나면 언제나 선의를 가지고 겸손하고 거짓 없이 행하고 말하는 삶을 꿈꾸게 된다. 또한 내가 무슨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지 사색하게 된다. 

 

8권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단지 너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로부터 너의 숨을 가져오지만 말고, 만물을 둘러싸고 있는 이성으로부터 너의 사고를 가져와라.

'결정적인 순간에 얼마나 감정적인지.. 숨 쉬듯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했다. 가끔은 예민한 감각 대신 둔감해도 좋으니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아!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인상을 지우고 충동을 억제하고 욕망을 끄고 이성이 나를 지배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마르쿠스는 내가 어떤 일에 대해서 못마땅해하거나 화가 난다면 내가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를 잊어버려서라고 한다. 

  1. 모든 일은 우주의 본성에 따라 일어난다.
  2. 누가 잘못을 저지른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이고 나와는 상관이 없다.
  3. 지금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은 과거에도 늘 일어났었고, 미래에도 늘 일어나게 될 것이며, 현재에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생각과 판단, 즉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고, 인간은 오직 현재의 순간만을 살아가기 때문에 인간이 잃는 것도 오직 현재의 순간뿐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어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분명히 미친 것이고 정신 나간 것이다라는 극단적인 문장을 만났을 땐 웃음이 났지만 이내 긍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인간은 '내 마음대로 안 되어서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삶의 문제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고 슬퍼하고 낙담하고 포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모든 일이 아주 자연스럽고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자연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최소한 감정의 극단을 경험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가 스스로의 삶을 정비하고자 썼던 일기들이 이천 년의 세월을 거쳐 지금 내게로 왔다. 만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만나고도 삶의 변화가 없다면 희망도 없다. 꼭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책의 뒷면에 적힌 글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명상록은 오랜 세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전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 사상을 마르쿠스 자신의 것이긴 하지만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스토아 철학이고,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지만, 일부는 플라톤주의에 가까웠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영원의 관점에서 성찰한 마르쿠스의 이 저작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도전과 격려와 위로를 주는 영속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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