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충만한 하루

빨주노초로 차려진 아침 식탁
빨간 딸기와 빨간 사과, 주황빛 오렌지, 노란 계란 옷 입힌 양배추 버섯 오믈렛 그리고 초록빛 샐러드와 케일 + 산미 가득한 에티오피아 드립 커피

가족들과 여유롭게 즐기는 주말 아침, 천천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딸아이 영어공부를 도와준다.
외출준비를 하고 가족들과 도서관을 향해 현관문을 나선다.

비 오고 바람 부는데 왜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냐며 딸내미가 툴툴
그러거나 말거나 사춘기딸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남편 팔에 매달려 종종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해 걷는다.

일찍 서둘러 도착한 덕분에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어제 빌린 책을 읽는다.
영어책만 읽다가 한글 책을 읽으니 모국어 책에 감사하고, 생각할 거리와 영감을 동시에 던져 주니 행복하다.

책을 읽다가 잠시 영어공부를 한다.
저 멀리 남편도, 아이도 각자의 책에 빠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전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날 궂을 때 남편과 자주 찾는 콩나물국밥집에 들렀다.
동동주 한 잔을 시킨다는 게 술 종류를 착각해 모주를 한잔 시켰다.
당황했지만 한 잔을 남편과 사이좋게 나눠 마신다.
추운 날씨에 누군가 차려주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점심을 먹고 딸내미의 성화에 못 이겨 다이소에 들른다.
각자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샀는데 물건 16개에 딱 2만 원 지출 :)
왜 그렇게 다이소에 사람들이 많은지 알겠다.

집에 홀로 있는 단풍이가 눈에 밟히지만 이대로 집에 가기가 아쉬워 도서관 근처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들렀다.
인테리어, 음악 그리고 커피 맛까지 모두 충족시켜 주는 고마운 곳.

다시 책을 읽는다.
읽으면서 발견한 좋은 내용은 가족들과 공유, 정말이지 이 순간들이 행복 :D
주문한 커피를 다 마셔갈 때쯤, 다른 종류의 드립커피를 서비스로 주셔서 행복이 두 배

내가 바로 그 유명한 ‘복권에 당첨된 멕시코 어부‘가 아닐까 싶었다.

처음 맞이하는 급속히 진행되는 속수무책 노화 앞에서 하루하루 정신을 못 차리고 있지만 다시 20,3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지금이 좋다.

지구상에서 가장 긴 수명을 가지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나도 ’이키가이‘가 있다. ’이키가이’는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라는 의미다.
우리 가족이 내겐 생명이다.

가끔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혹은 안주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는데 책에서 만난 글귀가 조용히 나를 위로한다.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체셔 고양이가 앨리스에게 한 말을 인용했다.

어느 날 앨리스는 도로의 갈림길에 서 있다가 나무에 있는 체셔 고양이를 발견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그녀가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데?” 고양이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앨리스가 대답했다.
고양이는 말했다. “그러면, 어디로 가든 상관없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이 말을 나중에 진로를 고민하는 딸에게도 똑같이 전해주고 싶다.

어디로 가든 괜찮아

엄마~하고 부르는 단풍이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반기는 단풍이를 안아주고 가족들 모두 각자의 일을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일을 하고…
어느덧 저녁 식사시간이다.
오늘 저녁에는 무슨 요리를 할까?

행복하고 충만한 오늘 하루의 기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