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연필로 쓰기(김훈)

달빛마리 2020. 9. 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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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에게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김훈 작가의 산문집이다. 1948년 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중퇴한 후 전업작가가 되기전까지 죽 기자로 살아오셨다.
이 책은 ‘알림’글 부터가 신선하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이미지의 하단부에 적힌 알림글을 자세히 읽어 보길 바란다.

산문집이지만 글 소재에 따른 한편의 글이 하나 하나 작품이고 소설을 능가하는 장면 묘사와 심리묘사에 능히 압도된다. 책 표지에 ‘나는 겨우 쓴다’라는 표현이 야속할만큼 글의 깊이와 너비가 동시에 느껴진다.

말과 글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라 했는데 나의 말과 글은 뒤바뀌었다. 글은 건조하고 말은 생명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생명력있는 글을 쓰고 싶다.

김훈 작가님의 이 책을 읽고 산책길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나도 작가님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다보면 눈 앞에서 보여지고 살아 숨쉬는 듯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소재의 다양함은 물론이거니와 ‘세월호 사건’, ‘이국종 교수님’,’배달원의 사고’ 등을 전하는 그의 필체에는 알림글이 무색할 정도로 마음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다음은 ‘세월호’를 소제로 한 그의 글 일부다.
“죽은 아이의 목소리, 웃음소리 , 노랫소리, 빛의 폭포처럼 흘러내리던 딸아이의 검은 머리채, 처음으로 립스틱 바르고 깔깔 웃던 모습, 아들이 동네에서 축구하고 돌아온 저녁의 땀 냄새, 학교가는 아이를 먹이려고 아침 밥상을 준비할 때 찌개가 끓으면서 달달거리는 소리... 이것들이 하찮은가? 이 사소한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 인가를 , 그것을 잃고 슬퍼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비로소 안다.”

하찮고 사소한 것들, 날마다 부딪히는 것들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다고 밝힌 작가는 생활의 질감과 사물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일이 언제나 쉽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에서 작가가 말하려고 의도하는 사물은 본질을 넘어 서 그 뒤에 숨겨져있는 어떤 이면까지 꿰뚫고 있었다. 이런 글을 감히 누가 쉽게 시도할 수 있을까? 작가에게는 ‘똥’조차 그냥 똥이 아닌 것이다.

작가의 필체는 마치 현미경으로 확대 된 묘사같았다. 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는 당연히 충분하지 않고 사물의 다른 방면에서도 사물을 바라볼 수 있어 감히 조물주의 마음마저도 볼 수 있을것 같은 묘사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훈 작가는 여전히 육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는 우리 시대에 얼마남지 않은 작가라는 글을 보았다. 그가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이 책은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아무리 들어도 꽉찬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꼭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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