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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이소영)

달빛마리 2020. 9. 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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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이소영/RHK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책을 얼마 만에 읽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정의 그리고 '휘게', '라곰',’피카'가 북유럽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우연히 팟캐스트에서 이소영 작가의 새 책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개인전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 라르손’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그녀는 그가 살던 생가를 찾아 스웨덴의 팔룬에 있는 집 ‘릴라 히트 나스’로 떠난다.

이소영 작가는 미술교육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학문적인 지식보다는 화가들의 삶과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에 흥미를 느끼고 그에 관해 미술 에세이를 쓰고 있다.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 IKEA는 칼 라르손과 그의 아내 카린이 꾸민 집의 인테리어 스타일이 자신들의 정신적 뿌리라고 언급한다. 스웨덴의 디자인과 가구 문화를 발전시켰고,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스칸디나비아식 스타일이 칼과 카린의 집에서 기초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칼과 카린이 핸드메이드로 만든 가구와 인테리어는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인기는 북유럽 전역으로 뻗쳐나갔다. 그 당시(19세기 초) 스웨덴과 독일은 빅토리아 스타일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스타일은 굉장히 혁신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지녔던 책이 칼의 인테리어 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더욱 흥미로웠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칼 라르손과 부유한 집에서 자란 카린은 프랑스 유학 중 우연히 만나 그들의 만남은 결혼까지 이어진다. 그 후 칼은 8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스웨덴 시골 마을에 있는 그들의 집 Lilla Hyttnas를 손수 가꾸는 행복한 삶을 그의 그림에 담았고 그의 자서전 <나>에서 카린과 함께 꾸민 집,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그의 인생 최대의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작가는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대신 행복해주기’때문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칼의 그림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칼 라르손 개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그림의 미래는 끝이 없다.”

 

'라틴어 수업'을 읽으며 참된 사랑은 정말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다. 모든 종교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두지만 그들은 결국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라고 고백하셨다. 과연 사랑은 무엇일까? 식탁에서 우리 부부의 대화를 듣고 있던 8살 딸은 "엄마! 사랑이 진짜 뭔지 몰라요??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지는 게 사랑이잖아요!"하고 외쳤다. 엄마가 도대체 왜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한 눈빛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고민이 칼 라르손이 그의 아이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말로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서로 사랑하거라 얘들아, 사랑은 모든 것이니까"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칼이 카린에게 보낸 편지

 

 

"행복은 가장 가까운 가족을 돌보는 데서 시작된다."

"안락한 집은 행복한 마음이 매일 소생하는 장소가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랑해'라는 말을 건네는 것이 참 어렵다. 아이가 더 어릴 때는 주저함 없이 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신랑에게도 아이에게도 '말 안 해도 알지?'이런 식으로 일관한다. 지침도 없이 표현에 적극적인 신랑에게 미안한 마음에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거다.

출근길에 문 열면서 한 번씩 보라고, 이게 내 맘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현관문에 붙여 놓은 지 오래됐다. 얼마 전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 어색해서 매일 저녁 다른 요리를 연구하고 준비하며 음식을 식탁에 내놓는 것이 바로 내가 전하는 '사랑한다'라는 말이라고 강요했다. 

 

칼 라르손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아들의 탄생을 저주하고 술에 취해 문제만 일으키다 결국 엄마와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떠난 사람이다. 아버지가 떠난 후 가난 때문에 결국 동생이 죽었고 한참이 지난 후 불구의 몸으로 돌아와 다시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는 이기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칼 라르손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쯤 겨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칼 라르손이 그린 부모님의 그림은 어딘가 모르게 애잔하고 구슬프다. 그의 그림속에서 아버지는 심리적 거리만큼 멀리 존재한다.

 

Father and Mother 1901, Carl Larsson

 

그러나 작가의 그림 설명이 어쩜 그리 내 마음과 일치하는지 아픔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나보다. 작가는 이 그림을 두고 그림 속 칼 라르손 어머니가 아들에게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모든 일은 흘러갔고, 우리는 괜찮다. 그러니 너도 용서하고 잘 지내렴.’ 작가는 칼 라르손의 아버지 이야기를 전하며 '어찌 보면 용서는 늘 받아야 할 사람이 먼저 한다' 고 말했다. 이소영 작가가 이 책을 쓰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 작가의 나이에 비해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 많았다. 그녀가 책을 쓰면서 거듭 된 고민이 이 책을 충분히 따뜻하고 깊게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그의 그림은 프랑스 유학시절을 제외하고 거의 수채화다. 작가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수채화가 이렇게 따뜻함을 나타낼 수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가 그린 그림의 대부분이 그의 가족과 집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지만 그의 그림은 프랑스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미술 작품을 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파리 사람들은 요리사나 보모가 있는 집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하는 거라곤  잠깐의 굿 나이트 키스가 다였기 때문에 전원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을 그린 칼의 그림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일은 드물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작가이며 화가였던 칼의 친구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는 그의 저서에서 '칼이 그린 그림들은 사람들에게 환상만을 보여준다'라며 비난하는 글을 실기도 했다. 사랑의 기본은 결국 '가족'에서 비롯되는데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간과했나 보다. 

 

나는 스페인 출신의 화가 '에바 알머슨'을 좋아한다. 그녀의 그림들도 마음 가득 따뜻하고 주로 자연과 사람들 , 그중에서도 가족들을 많이 그린다. 이런 면에서 칼 라르손의 그림과도 공통점이 있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수많은 그의 그림들 중에서도 칼이 그의 장녀 '수잔'을 그린 그림이 제일 좋았다.

 

 

Suzanne and Another 1901, Carl Larsson

 

 

수잔이 17세가 되어 그녀만의 방을 가질 수 있게 되자 수잔은 붓을 들고 직접 벽을 꾸미기 시작했고 칼은 그런 딸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에서 수잔이 입고 있는 푸른색 앞치마는 칼의 부인 카린이 직접 딸을 위해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림 속 색채도 돋보이지만 수잔의 마음과 칼의 시선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칼이 스웨덴에서 화가로 성공하기까지 그를 가장 많이 도와준 것은 바로 아내 카린이었다.

 

 

그녀 역시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많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화가의 삶을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버겁다는 결론을 내렸나보다. 아이들의 엄마로서 칼의 아내로서 그녀의 삶에 충실했다. 칼은 그녀의 희생에 감사했고 미안했고 무엇보다 아내를 많이 사랑했다. 칼은 공예를 배워서 집 안의 가구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카린은 집안의 모든 패브릭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만들어진 그들의 집이 결국 지금 북유럽의 디자인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단순히 한 화가의 개인적인 삶을 엿보는 미술 에세이가 아니었다. 삶의 의미와 사랑의 정의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 자연을 대하는 태도, 용서와 사랑을 생각하게 해주는 깊은 철학서였다. 

 

칼과 카린은 독서를 좋아했고 자녀들에게도 독서를 강조 해 칼의 그림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칼은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읽고 쓰는 행위는 우리의 정신을 돌보는 행위다."

"가장 행복한 독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이해하는 것이다."

"담백하게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작가 고미숙 선생님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 행위가 내 정신을 돌보는 행위라고 생각하니 한껏 숙연해진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책에서 박준의 <광장>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인용했는데 그 의미가 정말 함축적이라 울림이 컸다. 글자 그대로 이해해도 멋있지만 글 너머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었으니 이제 내 삶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 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것이 오늘 나 자신에게 주는 숙제다. 아래 그림은 8살 딸이 칼 라르손의 그림에 빠진 엄마를 위해 어제 아침에 함께 산책 나갈 때의 내 모습을 그려 선물로 준 것이다.

 

 

아침 산책하는 엄마 2020. 09.04 색연필화 (강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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