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던 특정한 단어가 있다. 그게 바로 '승화(sublimation)'다. 물론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말하는 과학적인 개념은 아니고, 고통이나 슬픔을 승화시킨다는 맥락에 자주 쓰이는 정신 분석학적 용어다. 교육심리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은 '승화'가 고차원적 방어기제라고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합리화'나 '투사'같은 방어기제에 비해 상당히 매력적인 개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승화'라는 개념은 동시에 내가 인생을 살면서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로 다가와 마치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존경하지만 차마 다가갈 수는 없는 그런 대상과 비슷했다. 서점에서 '승화'라는 짧은 제목의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그것이 고전문헌학자 배철현 작가님이 쓰신 '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