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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끄는 힘, 독서!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by 달빛마리 202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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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피디님이 장강명 작가의 팬이라고 여러 번 말씀하셔서 작가가 쓴 책들이 궁금했다. 찾아보니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작 작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많은 작품을 썼지만 단지 작품 수만 많은 것은 아니었다.

<열광 금지, 에바 로드>는 수림문학상을, <댓글부대>는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는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았다.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 <한국이 싫어서>와 <댓글 부대>라는 작품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되었다는 글을 읽고 <한국이 싫어서>를 선택했다.

난 한국이 무작정 싫지는 않지만 결국은 떠나 있고 싶은 사람이다. 잠시 외국생활을 하며 느꼈던 온전한 자유가 그립고 백 년이 지나도 변할 수 없는 독특한 한국의 문화가 숨 막힌다.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문화가 있는 곳으로 터전을 옮기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골랐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실존인물의 삶을 소설에 반영했다고 밝히지 않았어도 이 소설은 여러모로 현실의 삶을 그대로 투영한 듯 보였다. 특히 주인공 계나가 호주로 떠나기 위해 이민가방을 들고 남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공항으로 가는 모습은 15년 전 내 모습을 보는 듯 흡사했다.

남자 친구의 성품이나 취업준비 등 설정 하나하나가 과거의 내 삶을 비추는 듯하여 읽으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멀리 떠나 있다가 돌아오면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도 한다. 그동안 얼마나 좁은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었는지,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왔던 무지를 깨닫는 순간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주인공 계나는 호주에서 생활하다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매일 반복되는 친구들의 푸념을 다시 들으며 이렇게 생각한다.

공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냐.
근본적인 해결책은 힘이 들고, 실행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니까.
회사 상사에게 "이건 잘못됐다."라고, 시어머니에게 "그건 싫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무서운 거야.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외국에서 생활을 하려면 언어를 배워야 하는 만큼 우선시되는 것이 바로 외국 삶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일이다. 여행과 거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다. 국외자로 서러운 일은 다반사고 평생 국외자로 살아야 함을 각오해야 한다.

책을 읽다가 계나가 국외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어 많은 공감을 했다.

국외자라는 게 참 서럽구나, 그런 생각을 했고, 나는 이곳에서는 평생 국외자겠구나, 그런 체념도 했지. 그런데 난 한국에서도 국외자였어.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이 소설은 만화책 넘기듯 쉽고 편하게 읽히지만 마음에는 묵직한 돌덩이가 남아있는 듯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다.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지구의 어느 공간에 위치해도 갑자기 삶이 행복해지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저편에는 방사능과 미세먼지에 갇히지 않은 푸르른 세상, 성적과 학벌로 줄 세우지 않는 세상도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선택은 아이의 몫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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