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옮기는 생각

감사

달빛마리 2021. 8. 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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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내 생각을 토해내듯 글을 쓰는 일도 드문드문해졌다.
동시에 책을 매개로 한 남편과의 대화도 줄었다.
요즘 읽고 있는 '안나 카레니나'를 매개로 오랜만에 책을 두고 나눈 그와의 대화,
책의 주된 내용이 불륜이다 보니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우리의 대화는 깊고 풍부했다.
두 가지 질문을 했다.
1. 만약 내가 바람을 피운다면
2. 우리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내가 더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가 이렇게 말을 조리 있게 잘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마치 누가 그에게 질문을 미리 알려줘서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한 것처럼 줄줄줄 막힘이 없었다.
대화 내용 자체가,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그의 답변에, 처음으로 느낀 그의 언변에 놀랐다.
스스로 내 표정이 어색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결국 남은 것은 '감사함'

1. 바람의 시작은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성을 먼저 하겠다. 내가 얼마나 남편으로서 잘못했으면, 오죽했으면 아내가 그랬을까 싶은 마음이 먼저 들 것 같다고...
2. 지금의 결혼생활에 정말 만족한다. 그래도 한 가지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앞으로 날 더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내가 이런 남자와 살고 있었구나'
눈치 없고, 센스 없고 말 흘려듣는다고 얼마나 나무랐던가...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

이 감사함이 내 마음속에 영원히 머무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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