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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만프레드 슈피처 지음/박종대 옮김)

달빛마리 2020. 6. 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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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어떻게 우리의 뇌를 망가뜨리는가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이 책의 저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독일 뇌 과학계의 일인자다. 의학과 심리학 그리고 철학을 전공했고 정신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두 번에 걸쳐 객원교수로 재직했고 20년 가까이 신경학자와 정신과의사들을 위한 전문 월간지(Nervenheilkunde)의 편집자이자 발행인으로 일했다. 

수많은 저서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서도 <디지털 치매>는 독일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 해 전 세계 20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의 저서중에서 스마트폰과 미디어의 유해성을 알리기 위한 저서로는 <사이버 스트레스>,<학습>,<스크린을 조심하라>가 있다. 

 

저자에 의하면 이 책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인간, 특히 그 중에서도 어린아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네 번째 책이라고 한다. 디지털화에 대한 비판적인 책이 미국에서 먼저 수십 권이 출간됐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저자의 입장을 가리켜 '누구도 공감하지 않는 지엽적인 의견'이라느니, '아무도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느니 하면서 몰아붙였던 많은 비판가들이 있었는데 2015년 <사이버 스트레스>가 출간되면서 그 영향 탓인지 독일의 청년층이 꼽은 '올해의 말'로 '스몸비(스마트폰 좀비)'가 선정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 1월에는 애플의 거대 투자자 2명이 투자처에 편지를 보내 부모들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좀 더 쉽게 통제하고 제한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그 이후 애플 개발 연구팀 회의에서는 새로운 기기의 개발이 아닌, 스마트폰 사용의 자기 통제 및 아이들의 아이폰 사용을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문제가 논의됐다고 저자는 밝혔다. (The Wall Street Journal, 2018sus 1월 7일자)

 

그런데 저자가 또 스마트폰에 관한 이 책을 쓴 이유는 스마트폰이 가져온 어마어마한 규모의 해악이 최근에야 제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의 20세 이하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근시비율이 90퍼센트가 넘는다는 사실을 그 첫번째 예로 들었다. 정말 부끄러운 실례고 전 세계에 밝혀진 불명예다. 근시를 새로운 팬데믹이라고 밝힌 저자는 선천적인 근시의 비율은 원래 굉장히 희박하며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인해 멀리 바라보지 않는 습관이 시작되면서 가져온 결과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침해하는데 정신병리학에서는 '사고 장애'라 부르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에 의존적일수록 장애는 더 커진다고 한다. 단순히 휴대폰을 그냥 꺼두거나 화면을 바닥으로 뒤집어 놓는 것도 별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아예 다른 방에 갖다 놓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자발적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안이 생긴다고 하니 웃지 못할 일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비단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다. 사실 어린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순전히 어른들의 책임이다. 휴대폰에 빠져 있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과연 휴대폰을 멀리할 수 있겠는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랜 기간 우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지만  같은 이유로 실망감을 반복적으로 느낀 후에는 친구와의 만남이 더이상 기다려지지 않았다. 나를 만나고 있던 그 시간동안 친구의 입은 내 얘기에 호응하는 듯이 "응" "그러게""정말?"을 반복했지만 만나는 동안 내내 그녀의 눈과 손은 휴대폰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휴대폰에 중독되어 있어서 힘들다는 얘기를 쏟아내는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할 지 몰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자의 반복된 조사를 통해 이전 시점에 측정된 변수들이 나중 시점의 변수들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연구 시작 시점에 부모의 디지털 기기사용으로 아이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 이는 나중 시점에 아이들의 문제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시작 시점에서 확인된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나중의 모든 시점에서 부모들의 높은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특히 그것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문제 행동일 경우 부모의 스트레스는 한층 더 뚜렷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아이들에게서 관심을 돌려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모의 아이들은 사회적 고립이 더 심해지고 이것은 다시 부모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진 부모는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다음은 아이들과 디지털 미디어 사이의 악순환을 보여주는 독일 연구 보고서이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나라는 이것 보다 더 심하다는 것만 인지해주면 좋겠다. 핵심적인 것만 정리해 보자면,

  1.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갈 나이의 아이들은 70 퍼센트가 하루에 30분 넘게 부모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 내 주변에 영유아들은 하루에 30분이 아니라 TV까지 포함 해 3시간은 기본이다)
  2. 아이들의 집중적인 미디어 사용과 발달 장애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다. 발달 장애의 양상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엄마들이 스마트폰을 보면 아이들은 안정된 상태로 잠들지 못한다.
  3. 2-5세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은 집중력 장애와 언어 발달 장애를 수반한다. (단순히 맘 편하게 유전이라고 하기에는 언어지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4. 8-14세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집중력 장애와 과체중을 초래한다. (요즘 아이들의 최고 행복은 피자나 햄버거를 먹으면서 휴대폰을 하는거라고 들은 적이 있다)
  5. 13-14세 청소년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취학 아동은 말할 것도 없다)
  6. 저소득 계층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7. 2-6세 아이들은 첫 조사 시점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1년 뒤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친구가 적고, 친구와의 교제에도 더 큰 문제를 보였다.
  8. 스마트폰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1년 뒤 과잉 행동과 수면 장애가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ADHD 증상을 겪는 아이들이 매년 많아지는 이유일 수 있다)
  9.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아이들은 학업 성적도 부진했는데, 특히 수학 과목이 그랬다.

이로써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과 관련해서도 부모들과 동일한 악순환이 발견됐다. 즉 사회적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을수록 미디어 소비는 늘어나고, 이는 다시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디지털 인프라가 최상으로 구축되어 있고,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산에 따르면 10-19세 아이들 중에서 스마트폰 중독자는 30퍼센트를 넘는다. 미취학 아동까지 합치면 50퍼센트는 훌쩍 넘지 않을까 싶다. 성인들은 어떤가?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학교에서 스마트 폰 사용이 전면 금지 되었으면 좋겠다. 학교의 디지털 교육은 절대 자랑거리가 아니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집에서도 보여주지 않는 TV를 넋 놓고 바라보는 시간이 매일 지속적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알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 시간에 이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은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안전교육을 하는 필수 교육과정이란 식으로 말씀하셨다. 친구에게 고민을 토로했더니 어린이집은 더 심하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 적이 있다. 

 

모든 어린이집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린이집 놀이터를 지나다 보면 선생님이 스마트폰을 하느라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상황을 심심찮게 보았기 때문에 더욱 더 기관을 보낼 수가 없었다. 공립 유치원이라 안심하고 5세 때 처음으로 아이를 기관에 보냈지만 매일같이 TV에 노출되고 알 수 없는 캐릭터 이름을 얘기하며 친구들은 다 캐릭터 장난감이 다 있다고 전할 때는 최대한 유치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몸에 해로운 플라스틱 장난감을 굳이 사줘야 할 이유보다 컸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 어른들은 스마트폰과 관련해서 미래 세대에게 정말 절망적일 정도로 과도한 양을 허용하고 있고, 그로써 아이들을 수많은 위험과 부작용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부모들이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기업들이 더 부자가 되려고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총기사용이 금지 되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걸까? 

 

기술적 진보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작가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수석 발행인 저스틴 폭스의 말을 빌어 전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파괴에 대한 믿음은 거의 종교적인 수준으로자리 잡았다. 
파괴하는 것은 무엇이든 좋다.
반면에 파괴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사라져야 마땅하다.
함께하든지 아니면 1~2년 안에 사라지든지!"

스마트폰 사용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것은 당연 유투브 시청이 아닐까 싶다. 나도 유투브 채널로 무료로 영어 공부를 할 때 이게 무슨 신세계인가 싶었다. 그러나 유투브 이용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동영상을 처음 검색하고 나면 다른 추천 동영상들이 차례로 뜨거나, 아니면 첫 동영상과 연결해서 바로 관련 영상이 돌아가는 "autoplay"를 깨닫고 기분나쁜 소름이 돋았다. 추천 동영상은 본인이 직접 검색한 첫 동영상보다 늘 더 과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과격화 또는 극단화의 경향을 바라는 정치에서 두드러진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유투브 시청에 이어 스마트폰 사용의 가장 큰 비율은 단연 SNS일 것이다. 페이스북의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은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 '좋아요' 9개만 있으면 그 사람의  신상 정보를 최소한 직장 동료만큼 알 수 있고, 125개면 가족만큼 알게 된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 체코 대통령 선거 그리고 폴란드 대통령 선거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우리가 이쯤에서 선거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트위터가 만든 진실의 상실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뉴사이언티스트> 서문에 실린 글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가짜 메시지는 진실이 신발 끈을 동여매는 동안 벌써 지구 반 바퀴를 앞서간다. 

조사에 의해 플린효과는 결국 진실성을 잃었다. 오히려 '역플린 효과'가 사실로 밝혀졌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최소한 13개 선진국에서는 지능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고민해야 할 것은 지능 저하는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부른다는 사실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발 아이들을 놀이터로 데리고 나와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만 바라보는 부모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느라 주변에 차가 있는지 신경조차 쓰지 못한 채 빨간불이 또렷하게 켜져있는 신호등을 건너는 청소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맑고 깨끗한 어린 아기들의 눈 앞에 휴대폰을 바짝 대주고 스타벅스 커피를 홀짝거리는 엄마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유투브 시청으로 교육을 대신하는 교사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현저히 적은 이유는 어떤 형태의 SNS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SNS를 하는 이유가 진심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심지어 카톡도 사용하지 않는다.  집에 TV는 없고 노트북은 필요할 때만 켠다. 학교에서 근무할 때 이동수업 때 분실된다는 이유로 매일 아침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몇백만원 치의 노스페이스 점퍼와 몇 백만원 치의 휴대폰을 걷는 학교 규정을 따르면서 캐비넷 열쇠를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고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휴대폰 중독자들에게 시달려서일까, 내 아이만큼은 절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 아이만 그렇게 키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가면 그런 아이들에게 둘러 싸이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으로 길들여져 충동적이고 미디어로 중독 돼 더 충동적인 아이들 말이다. 우리아이도 유투브가 무엇인지 알고 또래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러나 최대한 늦게 그리고 최대한 적게 노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휴대폰보다 책이 더 좋다는 아이의 말에 오늘도 감사 할 뿐이다. 

 

어떤 부모가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싶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많은 부모들이 스마트폰의 악영향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 광고는 디자인과 기능만 강조할 뿐이지 부작용은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처럼 스마트폰도 부작용이 함께 광고되어야 하지 않을까?(내가 TV를 보지 않아서 이미 실행되고 있는데 몰랐던 사실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인지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나의 작지만 동시에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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