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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직장인 공부법을 배우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장은주 옮김)

달빛마리 2020. 7. 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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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우리 집으로 찾아온 무더기 중고서적들을 정리해야 할 순간이 왔다. 수천 권의 책을 8년에 걸쳐 정리하고 또 정리해도 쌓이는 책들. 한 칸에 책을 이중으로 꽂은 15칸짜리, 5단 책장 3개를 없앴는데도 어느새 야금야금 또 책이 쌓이고 있다. 그 날 우리 집으로 온 중고서적들은 나의 관심 분야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날 것의 책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어떤 녀석들인지 한 권 한 권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문학을 제외하고는 일본 작가가 쓴 책들은 두 번 이상 읽히지도 않고 울림도 크지 않아 읽기를 망설였는데 출판사 이름을 보니 읽어볼 만하겠다 싶어서 집어 들었다. 제목이 굳이 '서른 살 직장인 공부법을 배우다'라고 적혀있지만 공부라는 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가 인생 끝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나 적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선호하는 두 가지 이유는 다름 아닌 '독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고 개인별로 적합한 '맞춤형'공부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구체적인 인물들의 실제 사례들을 이용해 그들의 공부법을 소개했다. 한국의 반기문, 안철수 그리고 안정효 등의 공부법을 소개할 땐 잠시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그들의 책을 읽었기에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자기 주도적 학습'도 이미 너무 유명해서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그가 설파한 다음의 말은 다시금 내 마음에 담을만했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인 학습을 삶의 일부로 인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래도 외국어 학습에 관심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하인리히 슐리만'이 어떻게 15개 국어에 능통하게 되었는지 그 방법을 집중해서 살펴보았다. 트로이와 미케네 유적을 발견한 독일의 고대 연구가 하인리히 슐리만은 어릴 때부터 '트로이 발굴'이라는 꿈을 간직하며 살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상 고고학 공부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자기 전 '언젠가는 그리스어를 배울 수 있는 행복을 달라'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트로이 발굴의 열쇠로 믿었던 <일리아드>를 원전으로 읽어야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20대에 무역회사에 들어간 그는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웨덴어, 폴란드어를 차례로 섭렵했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고고학 연구를 위해 고대 그리스어, 현대 그리스어, 라틴어까지 정복해 냈다. 그리고 발굴 여행을 대비해 아랍어 공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다음은 그가 15개 국어를 독학한 비결이다.

  • 수없이 음독한다.
  • 번역하지 않는다.
  • 매일 1시간씩 공부한다.
  • 흥미로운 분야를 작문해보고 첨삭지도를 받는다.
  • 수정한 것을 통째로 암기한다.

그리고 영어를 배울 때는 영국 교회에 다니며 설교의 한마디 한마디를 나지막이 따라 했다고 한다. 오늘날 통역 공부의 기본이 된 'shadowing' 훈련을 했던 셈이다. 영어 소설을 통째로 암기하며 영어를 익혔다고 하는데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어려울 것도 아니지만, 다만 15개 언어를 모두 이런 식으로 공부했을 그 시간과 끈기를 상상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내가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그 궁극적 이유와 맞닿게 된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것을 '정신적 강인함'이라고 표현했다. 

p.231
한 곳에서 키운 강점을 '일반화'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학습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다양한 고난을 뛰어넘을 수 있는, 어떤 일과도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그런 정신력을 키우는 것이 공부의 진정한 의미다.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공부든, 스포츠든, 예능이든 그것을 통해 얻은 '정신적 강인함'을 폭넓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 

 

공부는 사실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데 나는 사실 어쩌면 그 곤란한 일을 몇 년째 매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아 즐겁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기쁨이 커 거를 수가 없다. 다만 가끔 이렇게 고개를 들어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항해를 시작한 선박이 열심히 앞으로만 나아간다고 항구에 도착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영원히 표류하고 싶지는 않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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