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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쓰기(김욱)

달빛마리 2020. 7. 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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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터득한 하루 15분 책 쓰기의 완결판'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영어에 노출시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 있다. 대화나 글쓰기를 할 때 적절한 한국어 어휘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매의 전조 증상 중 하나라고도 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지 그 자리에 어설프게 영어 단어가 먼저 자리 잡는다. 꼴불견 중 하나다. 

 

이왕 쓰는 글, 잘 쓰고 싶다. 글솜씨가 형편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훌륭한 글을 자주 접하다 보니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그나마 주어와 술어의 일관성은 존재하나 쓰다 보면 쓸 때 없이 문장이 길어지고 필요하지 않은 수식어구가 범람한다. 

 

책 쓰기가 만만해진다는(나는 글쓰기가 만만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제목을 보고 지금 바로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자 책 쓰기'라고 적혀있으니 당연히 작가를 과학자라고 생각했다. 과학자는 과연 어떤 식으로 글쓰기에 접근할까 궁금했고 이 책에서 뭔가 대단한 비결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작가는 법학을 전공한 기자 출신의 큐레이터였다. 과학 기술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어서인지 스스로를 '과학 기술인'이라고 칭하기는 했다. 이 책은 작가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책 쓸 것을 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깊이의 결여와 함께 챕터별로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허술함에 두루 권할 정도의 도서는 아닌 듯하다. 꼭지별로 퇴고를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책 전체를 아우르는 퇴고를 거쳤다면 이렇게 똑같은 인용과 내용이 무자비하게 반복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다.

이지성 작가와 일본 작가들이 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언급될 때는 확실히 나와는 사고의 결이 다른 사람이구나를 확연히 느꼈다.

다만 ’better than nothing’ 이란 표현처럼 어느 책이든 내가 배울 점은 반드시 있기에 글씨기에 필요한 새기고 싶은 문장을 정리해 본다. 

전문가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책을 쓰면 전문가가 된다.
성공한 사람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책을 쓰면 성공한다.
똑똑한 사람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책을 쓰면 똑똑해진다. 
<책 쓰기 혁명>, 김병완 작가  p.23

위의 인용문에서 '책 쓰기'라는 표현을 '글 쓰기'로 바꾸어 읽었다. 

  1.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은 죽은 글이다.
    한승원 작가   p.101

한승원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맨 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All draft is like a trash.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Ernest Hemingway    p.132

이렇게 간결한 표현으로 퇴고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니 멋지다. 

When you look into the abyss,
The abyss also looks into you.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Friedrich Nietzsche    p.162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조용히 읊어본다. 

 

다음은 출판사에서 윤문 작업을 하는 이유들이다. 

1. 주어와 술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2. 문장에 불필요한 말을 많이 삽입한다.
3. 단어 선택이 올바르지 않다.
4. 문장이 너무 길다.
5. 꾸미는 말이 많다.
6. 부사를 많이 사용한다.
7. 중복 단어나 문장이 많다.
p.200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염두 해 두어야 하는 사항이지만 쓰다 보면 늘 오류투성이다. 

 

다음은 헤밍웨이가 1917년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그 신문사에서 신입 기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만들어 둔 '주의 사항'이다.

  1. 짧은 문장을 쓸 것
  2. 적극적인 힘 있는 문장을 쓸 것
  3. 낡은 속어를 쓰지 말고 신선한 숙어를 쓸 것
  4. 형용사를 가급적 쓰지 말 것, (특히 splendid, gorgeous, grand, magnificient 류의 형용사)   p.207

훌륭한 글쓰기는 쉽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그저 매일 글 쓰는 습관을 가지고 하루의 분량에만 충실하면 가능할까? 1Q84에서 보여주었던 소재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노르웨이의 숲에서 보여주었던 심리묘사는 어떻게 얻어진 걸까? 끝도 없는 물음이다. 

 

우선은 욕심부리지 말고, 기본에 충실한 글쓰기를 가능한 한 자주 연습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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