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읽기의 즐거움 :)

영어 소설 Nothing to see here (Kevin Wilson)

달빛마리 2020. 7. 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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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staments'를 마치고 조금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었다. 2019년 11월에 미국에서 출판된 책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이 되지 않은 듯 하다. 한국어 제목을 어떻게 정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도 그렇고 뭔가 웃음을 자아낼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내게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 충분히 묵직한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 표지의 그림이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순히 어린아이의 치마 들추기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치마는 다름 아닌 'catch on fire'였다. 

 

이 책은 Kevin Wilson이라는 남자 작가가 쓴 책이다. 굳이 남자 작가라고 언급한 이유는 책에 나오는 두 여성의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묘사했는지 작가 이름을 몰랐다면 당연히 여성 작가가 썼을 거라고 생각했을 법한 심리 묘사가 작품 속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작가가 현재 대학에서 '작문'교수로도 활동을 한다니 그의 글솜씨가 얼마나 예사롭지 않을지는 예상이 되리라 생각된다.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의 무관심 속에서 무심하게 자란 가난한 Lillian과 돈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고 믿는 부자 아버지와 오빠들과 편애가 심한 엄마 사이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Madison 이렇게 두 여인이 Elite boarding school에서 룸메이트로 만난다. Lillian에게 학교는 그녀의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면서 단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끈이었지만 Madison의 죄를 뒤집어쓰고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결국 Lillian은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쯤 되면 그녀는 Madison과 원수가 될 법도 한데 둘은 꾸준히 펜팔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오히려 Lillian은 Madison을 그리워하고 Madison이 그녀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는 것에 감사한 마음마저 느낀다. 내가 작품 속 그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시작점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Madison은 차기 미국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야심 찬 남자와 결혼을 해서 아들 하나를 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Madison은 Lilliam에게 그녀가 사는 곳으로 와줄 것을 부탁한다. 여기서부터 독자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Madison의 남편 Jasper에게는 이미 전부인 Jane과의 사이에서 쌍둥이 남매가 있었다. Jane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 부부에게는 쌍둥이 남매를 거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처해졌고 늘 그렇듯 인생의 장애물이 생길 때마다 Madison은 Lillian을 이용한다.

 

Elite boarding school때도 그랬고 Lillian은 결국 '돈'때문에 Madison의 터무니없는 부탁을 매번 받아들인다. 그래서 마주하게 된 Lillian과 쌍둥이 남매, Bessie와 Roland. Lillian은 그들의 'governess'로 고용되었지만 사실 'nanny'역할은 따라오는 덤이었다. 그 쌍둥이 남매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살아오고 있었다. 

다음은 Lillian이 그 남매에게 처음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목이다.

And as they stared at me, I know how much of myself I was going to unfairly place in them.
They were me, unloved and fucked over, and I was going to make sure that they got what they needed.

They would scratch and kick me, and I was going to scratch and kick anyone who tried to touch them.
I didn't love them ; I was a selfish person and I didn't understand people all that well, not enough to really feel an emotion as complicated as love. 
But I felt tenderness for them, with felt, to my little heart, like kind of progress.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깊어져만 갔다. 부모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했던 Lillian에게 어떻게 이런 감정이 가능했을까? 다음은 Lillian의 엄마가 얼마나 부모로서 자격이 없었는지 나타내 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Lillian이 쌍둥이 남매들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전해주는 부분이다. 그것은 내게 Lillian에 대한 연민과 쌍둥이 남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되던 순간을 만들어 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My mom had once told me that being a mother was made up of "regret and then forgetting about that regret sometimes." But I woudln't be my mother.
How many times had I told myself that, and how uncecessary had it alwyas been?
There was no regret for me and those fire kids. Not yet.

결국 오랜 과정 끝에 Lillian을 진심으로 믿게 된 Bessie.

Bessie는 마음의 문을 열어 Lillian에게 엄마의 죽음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하고 자신들의 비밀을 공개한다. 다음은 나를 눈물짓게 했던 Lillian과 Bessie의 대화다. 10살 소녀가 저런 말을 뱉어내기까지 얼마나 큰 슬픔에 휩싸여 있었을까.. 가슴이 아픈 순간이었다.

Bessie : We don't have any one, Lillian. We don't have anyone.
Lillian : You have me, okay? 
I said  and I guess I meant it. Regardless, it was a fact. They had me. They had me. 

다음은 이 책을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 클라이맥스다. 내용을 모르고 보면 섬뜩한 부분이지만 책을 추천하는 의미에서 핵심적인 비밀은 앞의 줄거리 소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켰었다. 혹시나 책을 읽으실 분은 아래 내용은 건너뛰시길..

The sun was high upin the sky. Bessie and Roland walked onto the lawn. And they were laughing. They were alughing hard. And it was difficult to look at them, they were so bright, this white, blinding light. And then they were on fire, too, these vivid red and yellow flames. They stood there, buring. And I was happy. I knew they were okay. I knew that they couldn't be hurt. The grass turned black at their feet, and the air around them turned shimmery. It was beautiful. They were beautiful.
(중략)
The kids ran in circles, the flame trailing off of them and falling to the ground, where the grass caught fire for a second before it smoldered. They bruned and burned, like they were eternal. But I knew that it would die down, that it wold fade away, nack inside them, wherever it hid. I knew that soon they would turn back into the kids I knew so well, their weird bodies and tics. I didn't try to catch tem or put them out. I let them burn. I sat on the porch, a perfect day, and watched them burn. Because I knew that when it was over, when the fire disappeared, they would come righ back to me. 

책을 읽는 내내 영화로 만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없고 결혼해서 아이를 가져 본 적도 없는 Lillian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쌍둥이 남매들에게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안정감을 주는 보호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이었다. 위험하지 않다면 억지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진리. 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 말이다. 
쉽게 빠져들어 몰입할만큼 흥미롭지만 동시에 큰 교훈을 주는 정말 개성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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