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읽기의 즐거움 :)

영어 원서 Finding Chika (시카를 찾아서, Mitch Albom)

달빛마리 2020. 6. 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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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Chika>는 Mitch Albom이 쓴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Tuesdays with Morrie>와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 이후로 세 번째 읽은 책이다. 픽션이 아니라 일종의 바이오그래피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그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Chika는 8번째 생일을 맞이하지 못한 채 뇌종양으로 생을 마감한 어린아이에 관한 이야기로 모리 교수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2010년, 서인도제도에 있는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서부를 차지하는 공화국, 아이티에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이티는 세계 여러 나라의 원조를 받았지만 사회기반시설이 대부분 파괴되어서 복구 속도가 너무나도 더딘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지진이 일어나기 3일 전에 태어난 Chika는 지진 당시 집이 무너졌지만 엄마와 함께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그러나 3살 때 엄마가 동생을 낳다가 돌아가셨고 그 뒤로 아빠의 행방도 묘연해졌다. 대모가 잠시 그녀를 거두었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결국 Mitch Albom이 아이티 대지진 이후에 세운 고아원에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Chika와 Mitch Albom은 연을 맺는다.

 

 

어리지만 보스 기질이 있고 성격도 굉장히 밝아 주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Chika는 자연스럽게 Mitch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그러나 이런 Chica에게 뇌종양이라는 병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아이티에서는 치료할 수 없기에 Chika는 미국으로 건너 가 작가 Mitch Albom의 집에서 머무르면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 책은 작가가 Chika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Chika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Chika을 살리기 위해 Mitch와 그녀의 부인 Janine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린 Chika로부터 어떤 삶의 교훈을 배웠는지에 관한 책이다.

사실 작가에게는 Chika가 그의 인생에 들어오기 전에 개인적인 사연이 있었다. 우리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Michi Albom은 일중독에 빠진 스포츠 기자였다. 이미 31세에 신문사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고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도 아이를 원하지 않는 이유로 헤어졌으며 오래 만난 늦게 결혼 한 지금의 아내와도 아이 가지는 것을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정작 아빠가 되기로 결심했을 땐 너무 늦어버려 결국 아이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아내에게 굉장히 미안해하며 과거의 결정을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 무렵, 아픈 Chika가 부부의 삶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부모가 되면 알게 된다.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장 힘든 것은 자유가 사라진다는 사실, 그런 면에서 작가도 힘들었나 보다. 이제는 연로하신 아버지를 찾아가 나누는 다음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 있었다. 

"I had no idea how much effort this took."
"That's what having kids is."

그렇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아이를 낳기 전 부모교육이 꼭 필요 이유다. 경험상, 아이가 없는 결혼생활은 단순한 동거와 다를 바가 없다. 배우자의 진짜 모습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시작되고,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한 걸음씩  진짜 어른이 되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나를 양육하던 부모의 모습이 떠오르고 감사와 동시에 미움이 생겨날 수 있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 가정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본인도 Chika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본인이 안정감 있는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을 그렇게 길러 준 아버지의 영향과 어린 Chika로부터 배운 것이 대부분이라고 덧 붙인다. 

They say as you age you become more and more like your parents. And perhaps that is true. If so, if I ever offered you security the way my dad offered it to me, then I am glad. I know I tried. 
Nearly all of what I learned about that role, I learned from the man who raised me, and the rest I learned from you. Perhaps it is no coincidence that the day we buried him was the day you came back to me. I think about that a lot. 

 

 

아프지만 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작가 부부를 위로했던 Chika, 책을 통해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목에 메이고 자꾸 눈물이 났다. 특히나 다음 인용문처럼 병마와 열심히 싸우던 Chika가 어느 날 결국 그 병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너무나 슬펐다. 한국 나이로 겨우 7,8살이었던 Chika..

We saw in you something, with your disease, that we were terrified of seeing in ourselves. 
Acceptance.

병원에서도 늘 밝은 모습을 유지하다가 결국 Chika가 울면서 했던 다음의 말은 얼마나 작가를 아프게 했을까? 

Her cheeks are stained by tears. She gives me her hand, wet from wiping her nose, and whimpers something she never said before. 
" I wanna go back to Haiti."

Chika는 아이가 가진 순수함을 떠나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자기가 잠든 동안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 그녀, 작가는 책을 읽을 거라고 말하면서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거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Chika의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 What will you do while I sleep?"
" I'll read, " I said. "And think about how much I love you."
"That's what I'll do, too."

다음은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는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말이다. 

"Children are not a distraction from more important work. They are the most important work." ( Dr. John Trainer)

개신교 신자인 작가는 Chika의 병세가 악화되자 다음과 같은 기도를 한다.

Please, God, why does she have to go through this? Please, God, she's just a little girl. 
All during your time with us, I heard from people about " God's will" and "What God wants." I would like to tell you I accepted that wihout resistance, but if that were true, we might never have brought you to America for surgery, or fought against conventional treatment, or taken you to Germany. Was it God's will for you to be sick in Haiti, or God's will for you to be healed in a foreign country? (중략) This does not mean I lost my belief in God. 

지금 이 순간, 종교에 회의적인 나로서는, 아픈 아이가 신의 뜻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버트런드 러셀의 주장처럼 그저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갑자기 영화 '밀양'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의 아이를 납치하고 죽인 범인을 종교의 이름으로 용서하기 위해, 아이 엄마는 어렵고 큰 마음을 먹고 겨우 찾아갔던 교도소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범인의 표정을 보게 된다. 일말의 죄책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소름 끼치리 만큼 밝다. 알고 봤더니 교도소에서 종교를 알게 돼 본인은 이미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 죄가 없단다. 그때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까?  국민의 90% 이상이 기독교 신자로 이루어진 아이티의 대지진도 신의 뜻이란 말인가? 그러나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Chika의 일로 믿음을 잃지는 않았다고 한다. 

 

Chika가 다음 대화에서 말한 Devil은 결국 죽음을 의미한 게 아니었을까? 작가는 Chika를 안심시키기 위해 신이 지켜보고 계신다고 안심시키지만, 오히려 어린 Chika가 더 현명하다.

"Don't be afraid, " I said. " God is watching, so the devil can't get you."
You looked away. " What if he comes when God's not looking?"

Chika를 살리기 위해 작가 부부는 그 아이를 데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병원까지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책을 쓰는 동안 예전 의료기록에 적힌 글을 보고 복잡한 심정을 드러낸다. 의학계와 싸우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그 의사들에게 Chika는 수많은 환자들 중 한 명이었겠지만 우리에게는 one of one이라고.. 

 

 

Her neurological status has deteriorated acutely, with makred weakness/decreased tone (and) bear absent/ dysarthric speech. Her MRI corroborated further radiographic deterioration.
Nevertheless, her guardians continue to want to pursue active treatement....

Nervertheless. That word stood out. You were not nineteen months into surviving something they thought would take you in four, and the word being used was nevetheless. 

It summed up the battle Miss Janine and I often felt we were fighting with the medical world. Because to doctors, no matter how empathetic, you were one of many, and to us you were one of one. 

작가가 방해받고 싶지 않은 순간에 Chika가 뭔가 요구를 하면 작가는 지금 일을 해야 하거나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그런데 그때  Chika가 작가에게 한 말이 있었다. 'Mister Michi가 해야 하는 일은 걷지 못하는 자신을 안아서 옮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순간 깊은 깨달음을 얻은 작가는 책의 말미에 다음의 문장을 적는다.

What we carry defines who we are.
And the effort we make is our legacy.

너무나 멋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한 아이가 병으로 죽음을 맞이 한 이야기가 아닌, Chika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내가 'carry'하는 대상은 무엇인지, 현재 내가 하는 노력은 어떤 'legacy'인지 깊이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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