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읽기의 즐거움 :)

영어 소설 The Good Earth (Pearl S. Buck)

달빛마리 2020. 7.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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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링 소설일 뿐만 아니라 노벨문학상과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작가라는 이름과 함께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으로 '여사'라는 호칭이 친숙한 펄 벅(1892-1973)의 작품이다. 

 

부모님의 선교 활동으로 미국 대학 재학 시절을 제외한 40년의 세월을 중국에서 보낸 그녀는 누구보다 중국어와 중국문화에 익숙한 오히려 중국인에 더 가까운 미국인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그녀는 20세기 초 중국의 빈농과 노비의 삶을 눈에 보이듯 선명하게 그녀의 작품 '대지'에서 문필로 펼쳤다. 

(그녀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한국에 관련된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그녀가 왜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는지, 그녀를 작가로 만든 계기는 무엇인지, 그녀가 '대지' 이후 작품의 완성도 없이 다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녀의 인생 말로가 어떠했는지까지 이야기하려면 너무나 길어질 것 같아 작가 설명에 대해서는 이만 생략한다.)

 

'The Good Earth'는 중국의 소작농 'Wang Lung'과 노비였던 'O-lan'이 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몸부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예전에 할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들려주셨던 할머니 어린 시절의 한국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소설의 전반부에 나타나는 소재의 신선함은 없었지만 작가가 펼치는 인물의 심리 묘사가 나를 압도했다. 

 

'대지'를 너무 늦게 읽은 것 같아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에 들었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와 결혼하고 나서 부모가 된 후 자식을 향한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금의 내 상황이 적절히 섞여 작품 자체를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느낌에 벅차기도 했다. 더 일찍 읽었더라면 과연 내가 얼마나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싶은 마음이 위안을 주기도 했다. 

 

겨우 40% 정도만 읽었을 때 식탁에 앉아 남편에게 울며 불며 작품 이야기를 전했는데 남편이 씩 웃더니 딱 한 시간이 지나갔다고 얘기했을 때 나 스스로가 심하게 작품에 몰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아주 자세히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시간의 제약상 의식적으로 축약해 보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나 가난했으면 딸을 노비로 팔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 고기를 먹었던 시절이 있었을까? 그렇게 가난하던 시절 Wang Lung만은 끝까지 가족을 포기하지 않았다. 흉년에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어 결국 집을 떠나 남쪽으로 이주해야겠다고 O-lan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내일 출발하자고 했다. 그 이유는 넷째 딸을 출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첫 울음소리는 선명했지만 Wang Lung이 딸을 보기 위해 들어 간 방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아이는 죽어 있었다. 그러나 O-lan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죽은 아이를 천에 감싸서 품에 안고 가는 Wang Lung의 흐느낌이 전해져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설마 설마 했던 추측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땅에 묻어 주며 보게 된 죽은 아이의 목에는 선명한 두 손가락 모양의 멍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이주 한 Wang Lung 가족의 비참한 생활은 쉽게 끝이 나지 않았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이렇게 묘사한다.

He lived in the rich city as alien as a rat in a rich man's house that is fed on scraps thrown away, and hides here and there and is never a part ofthe real life of the house. 

아이들은 결국 그곳에서 구걸도 모자라 도둑질을 하기 시작했고 Wang Lung은 이 사실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훔쳐 온 고기로 요리를 내 온 O-lan에게 Wang Lung의 이런 모습은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모양이다. 작가는 그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Now will I not eat this meat!" cried Wang Lung angrily. " We will eat meat that we can buy or beg, but not that which we steal. Beggars we may be but thieves we are not." And he took the meat out of the pot with his two fingers and threw it upon the ground and was heeless of the younger lad's howling.
Then O-lan came forward in her stolid fashion and she picked up the meat and washed it off witha little water and thrust it back into the boiling pot. "Meat is meat." she said quietly.

딸을 노비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Wang Lung과 O-lan의 대화에 난 다시 한번 울음을 삼켜야 했다. O-lan의 슬픈 과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There is nothing to sell except the girl," she answered slowly.
Wang Lung's breath caught. "Now, I would not sell a child!" he said loudly.
" I was sold to a great house so that my parents could return to their home."
"And would you sell the child, therefore?"
" If it were only I, she would be killed before she was sold... the slave of slaves was I!"

자포자기한 Wang Lung이 딸 아이에게 부잣집에 살면서 배불리 먹고 싶냐고 물어볼 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웃는다. 그는 딸을 부잣집에 노비로 팔기 전 조금이라도 '희망'을 품고 싶었나 보다. 노비였던 O-lan에게 이것저것 묻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를 더욱 무너지게 만든다. 

"Tell me, and were you beaten in that great house?"
And she answered him flatly and somberly, "Every day was I beaten."
And he cried again, "But was it just witha girdle of cloth or was it with bamboo or rope?"
And she answered in the same dead away, "I was beaten with a leather which had been halter one of the mules, and it hung upon the kitchen wall."
"This child of ours is a pretty little maid, even now. Tell me, were the pretty slaves beaten also?"
And she answered indifferently, as though it were nothing to her this way or that, "Aye, beaten or carried to a man's bed, as the whim was, and no to one man's only but to any that might desire her that night, and the young lords bickered and bartered with each other of this slave or that and said, 'Then if you tonight, I tomorrow, ' and when they were all like wearied of a slave the men servants bickered and barered for what the young lords left, and this before a salve was out of childhood-if she were pretty."

그녀의 불우한 어린시절로 인한 내면의 슬픔을 이해하긴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자신의 딸이 처하게 될 상황을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엄마로서 어쩜 그렇게 감정 없는 로봇처럼 말할 수 있는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에게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랑하는 딸을 노비로 팔 필요도 없었다. 결코 옳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금덩이를 손에 쥐게 된 Wang Lung은 가족과 함께 남기고 온 땅과 집이 있는 북쪽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다. 어느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고 재산은 나날이 불어갔다. 더이상 끼니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고 소유하는 땅은 늘어만 갔다.

 

'이제 이 가족에게 행복이 찾아오는걸까? 수많은 고생이 어떤 식으로 보상이 될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부터 나의 분노는 시작된다.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 손으로 자신이 뱃속에 품고 있다가 낳은 아이의 목숨을 앗을 때도, 딸을 노비로 팔기 직전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늘 의연하던 O-lan은  Wang Lung이 다른 여인을 품자 서럽게 꺼이 꺼이 운다. 가난한 집에 시집 와 아들을 낳아 주고 없는 살림에 정성껏 시아버지를 봉양하고 소처럼 일했던 O-lan, 형편이 나아져도 전혀 사치부리지 않으며 알뜰히 집안 살림을 꾸려갔던 그녀였기에 남편의 배신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암흑이었을 것이다. 

 

Wang Lung이 소설 전반부에서부터 보여줬던 순수하고 근면한 이미지는 그가 Lotus라는 여인을 품는 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심지어 Lotus를 집안으로까지 들인다. 그녀와 함께 지낼 안채를 새로 짓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안채에 넣을 가구를 이것 저것 들이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는 O-lan의 심정은 어땠을까? 책 속으로 들어가 아무 말 못하고 숨죽이는 O-lan 대신에 물 한 사발을 Wang Lung의 얼굴에 퍼붓고 싶었다. 정신 차리라고.. Wang Lung이 O-lan에게 행했던 가장 잔인한 악행은 바로 O-lan의 유일한 보석이었던 진주 두 알을 빼앗아 Lotus에게 바친 것이다. 결국 평생 고생만 하다가 병으로 생을 마감한 O-lan, 나는 그 순간 책을 놓고 싶었다. O-lan이 죽었는데 무슨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싶었다. 다음은 Wang Lung 스스로 본인이 O-lan에게 저지른 악행에 대해 후회하는 장면이다.

And out of his heaviness ther stood out strangely but one clear thought and it was a pain to him, and it was this, that he wished he had not taken the two pearls from O-lan that day when she was washing his clothes at the pool, and he would bever bear to see Lotus put them in her ears again. 

그리고 책의 후반부는 늘 Wang Lung 눈에 가시였던 작은 아버지 가족들과의 일화 ,남은 자식들의 혼사 그리고 예순이 넘어서 자식만큼 어린 노비를 가슴에 품어 Lotus를 분노 케 한 일들이 펼쳐진다. 


 

Wang Lung에게 '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는 생명의 원천이자 삶의 이유 그리고 본인의 목숨과도 같은 대상이다. 

He had no articulate thought of anything; there was only this perfect sympathy of movement, of turning this earth of theris over and over to the sun, this erth which formed their home and fed their bodies and made their gods. The earth lay rich and dark, and fell apart lightly under the points of their hoes. Sometimes they truned up a bit of brick, a splinter of wood. It was nothing. Some time, in some age, bodies of men and women had been buried there, house, some time, return into the arth, their bodies also. Each had his turn at this earth.

이런 Wang Lung의 마음과 상관없이 성인이 돼 살림을 차린 두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자 땅을 팔아 나눠갖기로 결정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Wang Lung은 분개하고 만다. 책의 말미에 묘사된  두 아들의 반응은 오싹 할 정도로 잔인했다. 사실 Wang Lung이 O-lan에게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벌 받는 것 같아 쌤통이기도 했다. 

"If you sell the land, it is the end." 
And his two sons held him, one on either side, each holding his arm, and he held tight in his hand the warm loose earth. And they soothed him and they said over and over, the elder som and the second son,
"Rest assured, our father, rest assurd. The land is not to be sold."
But over the old man's head they looked at each other and smiled. 

이렇게 'The Good Earth'는 마무리가 되고 '대지'의 두 번째 시리즈 'Sons'로 이어진다. 시간의 제약상 내가 북마크한 부분을 위주로 설명했지만 사실 이 책에는 셀 수 없이 수많은 사건이 펼쳐진다. 그 때마다 감정이 요동치고 슬픔과 기쁨의 너울에 나를 맡기는 일이 잦아졌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김훈 작가님을 떠오르게 하는 세밀한 묘사에 감탄 또 감탄하며 읽었다. 한 장의 내용을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지만 역시 소설가에게는 한 줄 내용을 한 페이지로 상세히 풀어내는 능력이 재능인 셈이다. 독자로 하여금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인 양 착각하게 만드니 한동안 나는 소설이 현실을 지배한 시간 속에 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만 헤어 나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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