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읽기의 즐거움 :)

영어 소설 The Living Reed, A novel of Korea (Pearl S. Buck)

달빛마리 2020. 9. 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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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ving Reed 1963 Pearl S. Buck

 

이 소설은 펄 벅 여사가 1963년에 출판한 역사 소설로 그 배경이 한국이다. 구한말부터 1945년 광복되던 해까지 파란만장한 한국의 역사와 함께 그 현장에 깊숙이 침투했던 안동 김 씨 양반 가족의 4대에 걸친 삶을 그리는 장편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펄벅의 <The Good Earth>를 읽고 나서 우연찮게 펄벅 여사의 '한국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작가가 한국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두 권 중에 한 권이 바로 <The Living Reed>이다. 

 

원래는 The Good Earth의 뒤를 이은 시리즈를 읽으려고 했으나 <대지>의 왕룽과 오란이 죽은 후 다음 스토리는 영 내키지 않았다. <대지>를 읽으면서도 오란이 죽고 나서의 그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책의 말미에 그들의 자손들이 했던 짓을 생각하면 그 뒷 이야기가 딱히 궁금하지도 않은 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펄 벅 여사는 몇 대에 걸친 한 집안의 이야기를 선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대지> 시리즈에 이어 이 소설도 무려 4대에 걸쳐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배경 지식 없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지만 과연 주인공이 이 소설의 누구였는지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을 통해서야 유추할 수 있었다.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과 등장인물들이 존재하고 펄 벅 특유의 심리 묘사가 참 아름답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파란 눈 외국인의 글을 통해 듣는 우리나라 역사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선했지만 객관적인 시각이다. 작지만 보석 같은 나라 한국을(작가는 책에서 hanging like a golden fruit이라고 묘사) 구한말 당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얼마나 탐냈는지 미리 상세히 일러둔다. 흥선대원군 축출 사건과 일본이 명성왕후를 잔인하게 시해했던 사건, 을미사변이 비교적 책의 초반부에 묘사돼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명성왕후의 친구이자 조언자 역할을 했던 김일한을 중심으로 김일한의 아버지, 김일한의 두 아들 연춘과 연환 그리고  두 손자들 사샤와 양의 일대기가 펼쳐지는 이 소설은 특히 김일한과 두 아들 김연춘, 김연환 그리고 손자 양이 어떤 애국심을 가지고 활동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 어떤 희생들이 있었는지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줄거리다. 

 

작가가 책에서 김일한에 대해 묘사할수록 그 이름 때문인지 독립운동가이면서 기업가였던 유한양행의 유일한(유일형) 선생님이 떠올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펄 벅 여사와 유일한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작가도 이 소설의 중심인물 김일한을 유일한과의 인연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양과 그의 연인은 마치 유일한 선생님의 부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친근했다. 

 

나는 작가가 꿰뚫고 있는 한국 역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도 놀랐지만 제목을 책의 중심 내용과 결부 지어 어떻게 이렇게 상징적 의미로 만들어 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단순히 김연춘의 별명이 아니라 지리적 역경에 굴복하지 않고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우리나라의 민족성 자체를 상징한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This, " Yul-chum said, "that if you never see me again, or neIver hear my name again, remember-I am only a hollow reed. Yet if I am broken, hundreds take my place-living reeds!"

 

여전히 일본은 방사능으로 중국은 미세먼지로 러시아는 미국 선거에 개입해 우리나라를 옥죄고 있는 형상이 구한말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지금의 우리나라가 그 당시와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면 나라를 사랑하는 지식인들의 부재와 대다수 자신의 밥그릇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이 늘어가고 있는 형국 그리고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참된 가르침으로 나라를 살리려는 마음에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기독교인들이 지금은 바이러스를 퍼트려 국가를 위험에 빠트리는 주범중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아마도 개신교 안에서도 그 사상이 변질 된 사람들의 행위일거라 추측된다.

 

현재 종교에 대한 나의 생각이 그대로 묘사된 부분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다음은 김일한의 손자 양이 말한 부분이다.

I believe in God, " Liang said quietly. " Where there is law as there is in the natural world, there must be a law-giver. Yet I do not believe, as Christian do, that we can be saved by a passive acceptance of God. We must save ourselves by doing what is godlike and we will become godlike."

펄벅 여사의 부모님은 평생 중국에서 기독교 선교사 신분으로 삶을 사셨는데 작가는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쓸 수 있었을까? 그녀의 열린 마음에 놀라웠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양'의 캐릭터에 집중했다. 그의 언행과 사고는 내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많이 닮아있었다. 과연 내가 이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실천 가능한 문제인지 장담할 수 없으나 언젠가부터 늘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이 있다. 

"Nothing in hidden from the mind and the spirit that dwell in Nirvana. The absence of suffering, of pain, of passion, of temptation itself, is the result of already kniowing and therefore understanding, aware of all that exists in this eternity which we call time."
"In Nirvana there is neither Buddhist nor any other division. These classifications are not needed when we reach the state of total awareness and total understanding. Go in peace. "

책의 초반부에 나를 매료시켰던 작가의 표현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펄벅이 수십 년 동안 중국에 살면서 아시아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할 수 없었다면 미국인의 정서에서는 쉽게 나올 수 있는 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The wind has no hands but it shakes all the trees. The moon has no feet but it travels across the sky."

긴 이야기를 개인적인 의견안에 축약적으로 담았다. 상, 하권으로 나뉜 번역본이 존재하니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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