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김영하)
영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선택한 책이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었던 터라 이번에는 그의 작품 중 소설을 골랐다.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다 대남공작원 교육을 받고 서울로 남파된 '김기영'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한국에서 40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기영은 잊혀진 공작원으로 그동안 결혼해서 중학생 딸 하나를 두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북한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고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소설로 풀어냈다. 이 하루의 시간에는 주인공 김기영의 불행했던 평양에서의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마리, 그리고 딸 현미의 일상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러 모로 '마리'의 캐릭터가 불편하기는 했지만 작가의 묘사력에 소설이 아니라 있음직한 혹은 있었던 일을 자세히 써 내려가는 것처럼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절절한 심리묘사를 바랬으나 김영하 작가가 자녀가 없어서인지 다음의 두 문장이 거의 전부라 아쉽기는 했다.
I think the most important part of being a parent is to create as many beautiful memories as possible for your children. (중략) I think that the even more important thing about being a parent is not to give any horrible memories to a child.
그리고 아무리 영어로 번역을 잘 했어도 우리 고유의 한국어 맛을 살려 읽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문학은 원어로 읽어야 한다.
같은 언어라 할지라도 글을 쓰는 맛이 천차만별이다. 각자 좋아하는 작가들이 따로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장르를 떠나서 선호하는 문체가 있다.
묘사력이 풍부한 것은 문학 작가들의 공통점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언어의 향연은 작가만의 고유한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
앞으로 한국 문학은 한국어로 먼저 읽어야 함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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