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의 영어 작품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었다. 엄연히 말하면 작가 Robin은 한국 작가가 아니라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미국 작가다. 미국에 사는 동안 한국을 그리워하기는 했지만 성인이 된 후 한국을 다시 방문한 작가는 그 당시 이해할 수 없는 한국 문화에 충격을 받아 미련 없이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국 문화는 사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너무나 깊이 뿌리 박혀 있어 어느 누군가는 그것이 왜 문제인 건지 왜 이상한 건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술자리에서 여자에게 술을 따르게 시키는 행위,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 남녀 역할 차별, 성형 문화, 자녀의 직업과 배우자 선택에 관여하는 부모 등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국이 가지고 있었던 문화는 그녀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 책은 내가 전에 접해 보지 못했던 'An illustrated memoir'라는 장르로 사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텍스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기대보다 스토리의 전개가 탄탄해서 쉽게 빠져들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전부터 그녀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한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아픔을 겪고 촌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교사로부터 심한 모멸감을 당한다. 그런 그녀의 삶에서 유일한 기쁨은 그저 그림 그리기와 또래 친구들과의 우정이었다.
그러나 한마디 상의도 없었던 엄마의 재혼과 갑작스러운 이민은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것처럼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미국에서 겪었던 끔찍한 인종 차별과 새아버지의 가족으로부터 느꼈던 냉대는 그녀를 더욱 위축시켰다.
읽는 내내 언제쯤 주인공에게 밝은 날이 올까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작가의 어머니가 새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Robin은 드디어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미국의 다른 주로 이사를 가고 국제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더 이상 인종차별은 없었고 그녀는 드디어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자리를 옮기게 된다.
작가의 어머니는 처음에 이 책에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다고 한다. 또한 이야기를 좋은 방향으로 각색하기를 바라셨다고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흥미로운 실화를 두고 왜 굳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에 읽는 내내 마음이 짠했던 그녀의 이야기, 왜 책의 제목이 Almost Americal girl 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결정도, 주인공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되지만 한 문장이 계속 머리속을 맴돈다.
" This wasn't the first time that mom had taken something important away from me. "
슬프고 아픈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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