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설이(심윤경)

달빛마리 2021. 4. 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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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심윤경/한겨레출판

 

한 어린 아기가 추운 겨울날 보육원 근처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된다. 이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아기는 새해 첫날 발견되어 '설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보육원에서 자라다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며 십 대를 맞이하는 설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세계를 그리는 이 소설은 소설판 SKY 캐슬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자녀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와 (설이가 시현이의 집으로 입주하는 과정) 소설에서 위탁모 이모를 묘사하는 특정 캐릭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캐릭터가 씌여진 편지글을 읽을 때는 사실 의아하기도 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쓴 심윤경 작가가 <설이>를 쓴 작가와 동일 인물이 과연 맞나 싶을 정도로 몰입을 무너트리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과한 설정을 통해서라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사춘기를 겪는 딸을 바라보며 소설을 썼다는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대부분 같은 목표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어른들의 태도가 아이들을 얼마나 숨 막히게 하는지 그 사이에서 소외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어떤지 극명히 대비시켜 보여준다. 

 

몇 년 전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기 강아지 사연을  소개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소설 속 설리의 인물 설정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책의 말미에서 이와 관련된 엄청난 반전이 있으나 함구해야겠다. 

 

다음은 설리가 어린 나이에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그것이 없는 삶이라니, 내 생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이 사라지면 이모 김은숙 씨도 함께 사라진다니, 그 둘이 하나였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p.260

 

우리 인생에서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 사랑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별을 내포하고 있다.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다. 대립구도로 보이는 두 개념들이 사실은 처음부터 하나임을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내 삶의 중심이 생긴다. 어린 설이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수백 권의 책을 읽고 겨우 깨달은 그 사실이 단 한 권의 소설 안에서 어린 설이를 통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내 곁에 온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그 마음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까?'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당연한 듯 대충 보지 않고 1분이라도 천천히 그 아이의 꼼지락 거림을 응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것이 아이의 뒷모습이어도 좋고 자는 모습이어도 좋다. 그러면 서서히 벅찬 감정이 올라온다. 

 

아이를 처음 품었을 때의 그 마음을 되새기며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돕는 엄마가 되고 싶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사랑을 전하기 위해 엄마는 매일 공부한다. 

<설이>에 관한 작가 인터뷰 기사를 함께 소개하며..
http://m.ch.yes24.com/article/view/3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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