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

달빛마리 2021. 4. 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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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21세기북스

최진석 교수님은 어느 강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유는 중진국의 상위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옛날의 후진국으로 가파르게 하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개정판 서문 자체가 잘 쓰인 보고서를 한편 읽는 기분이었고 미래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워진 건명원에 대한 교수님의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2015년 건명원에서 한 5회의 철학 강의를 묶은 것이다. 

 

초판 서문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독립성을 확보하느냐 확보하지 못하느냐다. 무엇으로 불려도 좋으나, 우리의 삶을 각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고 덤빌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최소한 자기가 자기의 주인이 아니었다는 감춰진 사실만이라도 각자에게 노출되면 좋겠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철학적인 논의로 나라를 살리려는 실천적인 철학자의 의지가 엿보인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차례 

난 교수님의 강의와 책을 통해 대립의 공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고 철학이란 학문은 학자들의 지식을 숙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하고 행위하는 것, 즉 철학은 실천적 영역을 의미한다는 것을 되새겼다.

배철현 교수님의 <승화>를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두 분은 '건명원'에서 함께 인재를 양성하고 계셨다. 아무튼 철학적인 사유는 나와 사회를 한 단계 더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믿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인간이 '신화'에서 이탈해 '생각'을 함으로써 비로소 '철학'이 시작된 역사적 배경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우리가 쉽게 믿음 속으로 빠져드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편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믿고, 모든 문제를 그 믿음의 기준으로 해석하면 항상 명료하다. 믿음을 가지면 편안하다. 하지만 믿고 편안하면, 인간은 딱 거기까지다. 믿음의 내용 그 이상으로 넘어갈 수 없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가 아닌가>에서 종교가 주는 해악들을 열거했지만 최진석 교수님은 문답에서 철학자도 종교를 가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철학이 종교화되기도 하고, 종교에 철학적 근거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종교는 기본적으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철학은 회의와 반성을 근거로 한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면에서 불화의 관계일 수밖에 없지만 불화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셨다. 불편함을 그대로 수용해야 가장 극단의 민감성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인간이 독립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작은 길이나마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교수님의 답이었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볼 줄 아는 능력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수님 표현에 의하면 인간은 우리가 주관적으로 해석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성의 극대화를 통해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 지성이라는 것도 참된 인간이 된 후에 얻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럼 참된 인간은 무엇일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다.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꿈을 좇는 인간이다. 

 

교수님께서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핵심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창의성을 실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고도로 지적인 높이에서 세계의 흐름을 포착하는 능력으로 형성된 사유체계가 철학이다. 그리고 그 지성적인 높이는 그 시대의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우리는 철학의 역사 안에서 고도로 탁월한 높이에서 진행되는 사유의 일관된 흐름을 경험한다. 구체적인 시대와 유기적인 연관성 없이 돌출적으로 등장하는 고전이나 경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p.280

 

<장자>의 '달생'편에 나오는 '태연자약'의 개념과 '제물론'편에 나오는 '오상아'의 의미는 탈피하고 싶은 나의 내면세계를 반드시 스스로 깨고 나와야겠다는 의지를 북돋아주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장례 지내고 등장한 새로운 '나'. 이런 참된 자아가 바로 교수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독립된 주체다. 

 

교수님께서 제시하는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한 철학의 4단계는 다음과 같다. 

  • 부정,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다
  • 선도,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다
  • 독립, 익숙한 나로부터 벗어나다
  • 진인, 인격적으로 참된 나를 찾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철학은 무엇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직접 생각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이 해놓은 생각의 결과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가치관뿐 아니라 삶 전체가 종속되며,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국가는 방향성을 상실하고 만다. 즉 철학이란 스스로 삶의 격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 한마디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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