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 『불복종에 관하여』 – 진정한 인간성을 위한 저항의 철학

  독일 출신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불복종에 관하여(Disobedience as a Psychological and Moral Problem)』는 1963년 발표된 짧은 글이지만, 인간의 자유, 도덕성, 사회 구조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통찰이 응축된 작품으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복종을 단지 반항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 존재의 근본적 조건이자 윤리적 책임으로 조명한다.

📚1장. 심리적·도덕적 문제로서의 불복종

“역사는 인간의 불복종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인간의 미덕이다.”

프롬은 이 장에서 불복종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야기를 통해 “불복종이 인간의 자율성과 이성을 가능케 한 출발점”이었다고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맹목적인 복종은 문명 파괴의 뿌리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나치즘이나 스탈린주의 같은 전체주의는 시민들의 무비판적 복종 위에 세워졌다고 본다.

1장에서 그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1. 불복종은 도덕적 성숙의 표현이다.
2. 비판적 사고 없이 따르는 복종은 비윤리적이다.
3. 인간성 회복의 시작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2장. 예언자와 사제

“사제는 체제의 수호자이고, 예언자는 체제의 도전자다.”

이 장은 종교 내 권위에 대한 비판적 탐구로, 사제와 예언자를 대비시킨다. 사제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 하고, 예언자는 진리와 정의를 위해 질서를 흔들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로 설명된다.

프롬은 이 대비를 통해, 진정한 도덕적 권위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독자에게 현대 사회에서 사제형 인간보다는 예언자형 인간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진다.

2장의 핵심 메시지는
1. 체제 유지에 복무하는 사제형 인간보다, 비판하고 질문하는 예언자형 인간이 필요하다.
2. 도덕적 권위는 외적 명령이 아니라 내적 양심에서 비롯된다.

📚3장. 인류여 번성하라

“기계적 복종은 인간 소외를 심화시키고, 창조적 불복종만이 새로운 삶의 형태를 연다.”

3장에서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프롬은 핵무기, 환경파괴, 기계화된 노동 등 현대 문명의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지금 이대로는 인류가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 해결책으로 그는 인간 중심의 사고, 이성과 사랑에 바탕을 둔 창조적 불복종을 제시한다.

3장의 핵심 메시지는
1. 기술 문명은 인간을 소외시킨다.
2. 생존을 위해서는 기계적 복종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가치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3. 번영은 순응이 아닌, 창조적 저항으로부터 시작된다.

📚4장. 인본주의적 사회주의

“진정한 사회주의는 인간의 자율성과 연대에 기반해야 한다.”

마지막 장은 프롬의 정치적 철학이 담긴 부분으로 그는 자본주의와 전체주의적 공산주의 모두 인간을 소외시키고 비인간화한다고 지적한다.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인본주의적 사회주의(humanistic socialism)’다.

이 사회주의는 인간의 자유, 사랑, 자발성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물질주의가 아닌 인간의 정신적 풍요를 목표로 한다. 이는 마르크스 초기 사상의 영향도 강하게 드러나며, 프롬은 이를 통해 인간의 온전한 회복을 꿈꾼다.

마지막장의 핵심 메시지는
1. ‘진정한 사회 개혁은 인간성 회복에서 시작된다.
2. 권위주의가 아닌, 자율적 협력과 연대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3.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 중심 사회의 근간이다.

프롬은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복종은 미덕이 아니다. 불복종이야말로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권위에 복종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회사의 규칙, 때로는 사회의 편견, 때로는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

프롬은 그런 우리에게 말한다.

“진정으로 살아 있는 인간이 되려면, 지금 이 순간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p.s. 에리히 프롬이 사제와 예언자를 대비시키며 설명할 때 예언자의 예로 ‘버트런드 러셀’를 언급해서 반가웠다. 그는 위대한 사상가이지만 국가의 법칙과 인본주의의 법칙이 모순될 때 마땅히 인본주의적 법칙을 택해야 함을 모든 이들에게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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