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수업 (김민식)

외로움 수업/김민식/생각정원

도서관에서 서가를 돌던 중 우연히 손끝에 닿은 책, <<외로움 수업>>, 책날개에서 저자를 살펴보니 ‘이럴 수가!’ 김민식 피디님이 쓰신 책이었다. 은퇴를 하셨으니 이제는 작가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할까?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던 해에 작가님이 쓰신 첫 책<<영어책 한권 외워봤니?>>를 읽고 바로 팬이 되었고 그 후 작가님의 티스토리 글을 거의 매일 읽고 있다.

내가 티스토리에 뜸하던 그때 작가님도 개인적인 일로 잠시 글쓰기를 중단하셨고, 이 책도 그 무렵이 지난 후 출판이 돼 잘 몰랐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지만 혼자서 괜히 반가웠다.

작가님께서 전에 쓰신 책들과 티스토리 블로그 글을 읽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책에 꽤 있었지만 이번에도 책 속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여러 권 소개해주셔서 감사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도 추천해 주셔서 딸에게 권했더니 푹 빠져 읽는다.

엄마와 취미가 같은 딸 :)

책을 읽다가 우연찮게 또 다른 책의 존재를 알게 되는 이런 일들이 내게는 큰 행복이다. 또한 내가 이미 읽은 책을 작가가 언급할 때면 더없이 반갑다.

<<외로움 수업>>은 외로움 속에서 온전히 나와 마주한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백이다.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떻게 외로움이 찾아왔는지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외로움은 인생의 상수’라는 글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다.

외로움의 터널 끝에 이르면 모퉁이가 나옵니다.
그 모퉁이 뒤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요.
다만 저 모퉁이 뒤에 지금껏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남아있음은 분명하죠.
그 시간 내내 이 외로움을 길동무 삼아 함께 가야 할 텐데, 웬만한 각오로는 힘들겠죠.
다부지게 마음먹어야 해요.

p.60 ‘외로움은 인생의 상수’ 중에서

이 글은 왠지 얼마 전에 읽었던 <<Small Things Like These,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마지막 챕터 마지막 문단에 적힌 주인공 Will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혹사당하는 어린 소녀를 구출했지만 그것이 공동체와 교회를 등지는 일이기에 앞으로 자신과 가족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어 두려웠던 Will,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양심을 무기 삼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주인공의 각오가 윗글의 다부진 마음과 묘하게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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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필사노트에 남기고 싶은 문장이나 내 마음에 와닿는 글을 만나면 북마크를 붙여 두는데 다음의 글은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어서 옮겨 본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재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저 좋아서 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창조‘한다는 것에 혼자 작은 의미를 두면서 말이다.

예술은 인간의 추악함이나 허무함, 슬픔 같은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는 행위다. 가령 견딜 수 없는 고독의 밑바닥에 떨어졌다고 느낄 때,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는 창작활동을 꼭 해보라.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는 수동적인 행위는 별로 효과가 없다. 오히려 고독감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에 시간을 쏟으면 그 마음의 일부는 반드시 예술로 승화된다. 만약 그런 재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뭐든 좋으니 꼭 시도해 보라. 그림이나 시, 음악, 연극 등 뭐든 좋다. 모든 예술에는 그런 기능이 있다.

<고독이 필요한 시간> by 모리 히로시

행복 심리학자 최인철 교수님의 책 <<굿 라이프>>에서도 행복한 사람들의 10가지 특징 중 하나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가 아니었던가. 걷고 명상하고 여행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하고, 비움으로 채우는 내 삶이 어쩌면 행복으로 가는 길이었나 보다.

작가는 외로움을 느낄 때 친구 삼듯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독의 비결 3가지를 밝힌다.
1. 읽을 책은 직접 고르기
나 역시 작가처럼 ‘필독 도서’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책 속에서 추천한 또 다른 책, 같은 작가의 다른 책, 도서관에서 누군가 반납한 책더미 중에서 고른 책 등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

2. 책은 쌓아 놓고 읽기
작가도 최소한 다섯 권의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고 했는데 나 역시 보통 5-6권 정도가 기본이다. 예전에는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은 후 다음 책을 펼쳐야 한다는 선입견에 빠져 있었는데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라는 책을 읽고 그 틀을 깼더니 독서의 세계가 훨씬 풍요로워졌다.
안방 침실에서 읽는 책, 서재에서 읽는 책, 거실 소파에서 읽는 책, 식탁에 놓인 책, 주방에 있는 책, 심지어 화장실까지… 그러다 보니 5-6권을 동시에 읽는 일이 그저 보통의 일이 되어 버렸다.

3. 책을 읽은 후 기록을 남기기
나도 책을 읽으면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을 필사노트에 적기도 하고, 독서일기를 쓰기도 하고 블로그에 책리뷰를 남기기도 한다. 작가는 바빠서 책 한 권 읽을 짬이 없는 이들을 위해 블로그에 독서일기를 남긴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같은 책을 읽은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 책리뷰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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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외로움을 지우는 절대적인 방법은 없지만 개인마다 다양한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밝히며 외로움 매뉴얼을 소개한다. 매뉴얼 중에서 ‘바깥에서 시간 보내기’와 ‘좋은 일에 집중하기’는 나에게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산책하면서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관심사에 따라 모임에 참여해서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일은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외로움을 연습하자’는 의미로 작가가 ‘셀프 쓰담쓰담’ 코너에 적은 글을 일부 옮겨 본다. 우리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외로움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외로움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 같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숨을 내 쉬는 것과 같다고 해요. 그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책 한 권을 읽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유익한 수업을 연달아 수강한 느낌이다. 심리, 경제, 자기 계발, 여행, 취미, 독서, 노후대비, 외로움 연습까지 말이다.

그나저나, 책에서 작가가 소개한 몇몇 장소가 자꾸 눈앞에 그려진다. 창덕궁 후원도 다시 가보고 싶고 새로 개방된 부산 이기대 길도 꼭 가보고 싶다.

이 한권의 책 덕분에 읽고 싶은 책도, 가고 싶은 여행지도 많아져 마음이 풍성해지고 감사하다.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었던 창 넓은 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