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원재는 '미남'이라고 불린다. 미술을 사랑해서 '미술관 앞 남자'가 되었다는데, 재밌지 않은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술 전공이 아니라 경영학 전공자로 미술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거기서 번 돈으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미술과 순례를 했다고 한다. 2016년부터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진행하고 있다.
목차를 보니 14명의 화가를 장별로 설명함을 알 수 있었는데,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었기에 나름 미술관도 다니고 책도 읽었던 터라 2명을 제외하고는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내가 알지 못하는 화가들의 개인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어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작품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색감이나 형태로 그림을 보지 않고 작가 개인의 생애를 알고 그것이 그림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 '고흐'는 작품에 유독 노란색을 많이 사용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찬란한 빛에 매료되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침실 협탁 위에 올려져 있는 작품이 '사이프러스 나무다. '삼나무가 있는 밀밭'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협탁 위 램프를 켜면 그 빛이 작품의 색과 어우러져 정말이지 포근한 느낌을 주고 한낮에 태양빛으로 보면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러나 고흐의 노란색으로 물들어진 많은 작품들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고흐가 중독되어 있었던 술 '압생트'다. 새로운 예술을 발견하고자 무작정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간 고흐는 그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압생트라고 불리는 독주에 빠져들게 된다. 시인 랭보뿐만 아니라 보들레르, 모파상, 헤밍웨이 같은 문인부터 피카소, 마네, 로트웨크 같은 화가까지 수많은 파리 예술가들이 빠져있었던 압생트는 많이 마시면 정신착란과 온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이 생긴다. 고흐 또한 모든 대상을 노랗게 보게 되고 노란색은 더욱 샛노랗게 보이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색을 표현해야 하는 화가가 색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는 건 어쩌면 저주일지도 모르지만 반 고흐는 그것을 영감의 원천으로 받아들여 노랑의 절정인 <해바라기>를 탄생시킨다.
점차 격렬해지는 정신착란과 귀를 막아도 끊임없이 들리는 환청으로 결국 자신의 귀까지 스스로 자르고 마는데, 내가 읽었던 다른 책에서는 절친인 고갱과 다툰 후 귀를 잘랐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압생트에 중독된 이유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 됐든, 이 사건 이후 조금 정신을 차린 고흐는 중독 증세를 떨쳐 버리고자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린 그림이 바로 <붓꽃>과 <별이 빛나는 밤>이다.
온통 샛노랗던 그림이 푸른색으로 물들어 안정감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고흐의 경제적 지원을 해주던 동생 테오의 상황이 나빠지자 동생의 불행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 고흐는 테오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다가 결국 자살을 한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까마귀가 있는 밀밭>에서 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흐 하면 떠올리는 황금빛 노란색의 향연이 '압생트'라는 술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라는 것을 알까?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에 나오는 푸른빛이 정신병원에서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알까?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가 술의 부작용으로 생긴 정신착란과 귀를 막아도 끊임없이 들리는 환청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까?
이 책은 이러한 방법으로 나머지 13명의 화가의 삶과 가치관이 어떻게 화가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는지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 준다. 한동안 내가 빠져있었던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고,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던 파블로 피카소의 인성을 알고 그를 다시 보게 되었으며 모네의 다양한 작품에 매료되었고 마르크 샤갈에 대해 심도 있게 더 알고 싶어 졌다. 더불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시대상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책 표지에 소개된 글처럼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책 <방구석 미술관>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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