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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버트런드 러셀,송은경 옮김)

달빛마리 2020. 6. 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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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에 대해서 말을 꺼내기 전에 나는 묵직한 심호흡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20년 넘도록 가진 나의 신앙을 재점검하는 기회를 우연히 가지게 되었고 그 시점에 두 권의 책을 만났다. 한 권은 내가 정말 존경하는 김승호 회장님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 소개할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이다. 기독교를 개신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기독교의 의미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혼동이 없기를 바란다. 

 

신앙의 재점검 이후 나는 집에 있는 십자가상을 내리고 마리아상을 기도 공간에서 없앴다. 사실 지금도 '없앴다'라는 표현 자체가 너무 가혹하게 들릴 정도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내 인생 전체에서 가장 오래도록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김승호 회장님의 말씀처럼 예수에 대한 신앙을 버리고 '예수가 믿었던 신앙'으로 내 믿음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버트런드 러셀은 종교가 주는 해악들을 열거하며 특히나 예수가 지옥을 믿고 있었다는 이유로 예수의 도덕적 성격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종교적 비판으로 인해 그는 결국 그 당시 뉴욕 시립대 철학과 교수에 부임되지 못했다. 종교 자체가 진실이 아니라 오히려 해로운 것들이라는 그의 주장을 듣고 그 당시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던 종교단체가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Why I am not a Christian (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가)

이 글은 1927년 3월 6일, 전국 비종교인협회 런던 남부지부 후원하에 Battersea읍 공화당에서 강연한 내용이다 :

신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들은 명백한 오류들을 지식으로 위장한 견고한 이론들이었다. 그러나 현대로 접어들면서 지적 지지도가 점점 낮아지자 일종의 '도덕적 모호함'으로 가장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기독교의 신을 믿는 것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그래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고 안전에 대한 갈망, 즉 돌봐줄 큰 형님이 계시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대한 갈망이라고 생각한다. 

복음서에 그려진 대로라면 예수는 분명히 영원한 형벌을 믿었으며, 자신의 설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보복적인 분노를 터뜨리는 대목이 수차례 발견된다. 이러한 태도는 평범한 설교자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것도 아니지만 훌륭한 존재가 그런다는 것은 어쩐지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종교를 받아들이는 진정한 이유는 이론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서적 이유 때문에 종교를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시대든 종교가 극렬할수록, 독단적인 믿음이 깊을수록, 잔인성도 더 커졌고 사태도 더 악화되었다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인간의 정서적 발전, 형법의 개선, 전쟁의 감소, 유색 인종에 대한 처우 개선, 노예제도의 완화를 포함해서 이 세계에서 단 한 걸음이라도 도덕적 발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교회 세력의 끈덕진 반대에 부딪히지 않았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종교의 기반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잔인함의 어버이다. 따라서 잔인함과 종교가 나란히 손잡고 간다고 해서 놀랄 것은 전혀 없다.

우리의 할 일은 두려움 없는 직시와 자유로운 지성을 가지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여기서 극단적인 일례를 하나 추가한다. 순결한 처녀가 매독 환자와 결혼을 했는데 이런 경우 가톨릭 교회는 이혼도 하면 안 되고, 매독에 중독되어 태어날 아이를 낙태하고 싶어도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게끔 되어있다며 이것을 악마적 잔인성과 다름없다고 단언한다. 교회는 자칭 도덕적이라는 것을 강요함으로써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온갖 부류의 사람들에게 과다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행복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편협한 행동 규범을 정해 놓고 그것을 도덕이라고 하기 때문에 교회의 주요 역할은 여전히, 세상의 고통을 덜어주는 모든 방면의 진보와 개선에 맞서는 데 머문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총 1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종교적 주제들을 다룬 버틀런드 러셀의 여러 에세이를 폴 에드워즈 교수가 묶어 재발행한 것이다. 공통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더 나아가 종교의 해악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으며 커다란 해악을 저지르는 것보다는 작은 선을 행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그 당시 기독교 사회에 그의 주장이 얼마나 파란을 가져왔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요즘 표현으로 사이다 같은 발언을 자주 일삼았던 버틀런드 러셀은  다음의 말을 남긴다.

"세계는 열린 가슴과 열린 정신을 필요로 하니 정신의 자유를 목표로 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보고 싶다."

참 멋있는 말이다.

번역본을 읽으면서 역자의 표현이 과몰입된 것인지 혹은 버틀런드 러셀의 어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역자의 한국어 표현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버틀런드 러셀은 종교는 하나의 사회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우리는 종교에 관해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종교 자체가 허상인데 종교의 우위를 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블로그에도 기록으로 남겨두었던 Tara Westover의 <Educated>라는 책이 떠오른다. 잘못된 종교적 신념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인생까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트릴 수 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화였다.

2020/04/25 - [영어 원서 읽기의 즐거움 :)] - Educated(Tara Westover,배움의 발견)

우리가 그러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를 버틀런드 러셀은 '지성'이라 표현했고 Tara Westover는 'Educated'이라고 표현했다. 역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지'다. 그래서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강력한 명언이 존재하나 보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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