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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쓸모(이승희 지음)

달빛마리 2020. 7. 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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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쓸모/이승희/북스톤

요즘 글쓰기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서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이라는 책과 함께 빌려 온 책이었다. 선명한 파란색 표지가 눈에 확 띄기도 했지만 '기록의 쓸모'라는 제목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저자 소개를 먼저 읽었는데 마케터가 된 사연이 재밌다. 

 

치과 치기공으로 근무하던 시절 센스가 없다며 매일 혼난 탓에, 센스를 기르려고 읽은 책에서 마케팅의 재미를 느껴 결국 마케터가 되었단다. 그래서 책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마케터의 영감 노트'라고도 적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기록이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는지 그 글쓰기는 결국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독자들에게 상세히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이 경험이 많아 어느 순간 그녀의 일기를 읽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저자의 끝없는 고민이 엿 보일 때 가장 공감할 수 있었다. 

 

어디에선가 좋은 글귀를 발견할 때 놓치고 싶지 않은데 메모할 만한 도구도 없고 휴대폰도 없어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아쉽게 돌아서고 며칠 지나면 또 쉽게 잊혀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싶었는데 우연히 빌린 책에서 그 글귀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다음 인용문은 내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바로 그 글이다 :)

 

저자가 마케터로서 나이 듦에 대하여 고민을 할 때 희망을 준 이들을 소개하면서 함께 인용한 글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떻게 변화할지 많은 이들이 묻는다. 구태의연한 질문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는 왜 묻지 않는가.
더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예측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전략을 세우는 게 훨씬 쉽다. 
사람들은 싼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10년이 지나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전제에 집중해야 헛고생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곳에 돈과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 않겠나."

- 아마존 회장 제프 베조스 

이 글이 내게는 비단 사업전략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생각의 물꼬를 트게 해주는 인터뷰였다.


저자는 많이 듣고 잘 보고 계속 써 내려가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지향하는 삶은 무엇일까? 나는 단조로운 삶을 즐긴다. 시각적인 자극은 자연을 바라보고 나와 이야기하는 사람의 눈빛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팟 캐스트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사람의 얼굴만큼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아한다. 글자로 그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일도 즐겁고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은 ‘계속 써 내려가는 삶’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러나 내공이 부족해 독서라는 인풋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음을 인정한다. 

"아티스트가 돼라.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다.
아트는 결과물이 아니라 여정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혼신을 바칠 그 여정을 발견하는 것이다."

- 세스 고딘,<<이카루스 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 박세연 옮김)

어쩌면 나도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가 1학년 1학기 국어를 마무리하면서 학교에서 그림일기 쓰기를 배웠다.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글씨 쓰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자면 나도 갑자기 그림일기를 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림을 못 그리지'라는 생각이 충동을 억누른다. 그런데 '그럼 나도 그려 볼까?'라는 용기를 준 글귀를 이 책에서 만났다. 

"그림을 어릴 적부터 그렸는데 어느 순간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이근백, 마더드그라운드 대표 

이 글은 그림 그리기 뿐 아니라 글쓰기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생각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부쩍 말을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한정된 어휘에 스스로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저자도 이런 고민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요즘 어떠한 것이 정말 좋았을 때 '좋았다'라는 표현 말고 다른 표현을 쓰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어휘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라라 랜드를 보고 '좋았다'
나가오카 겐메이 책을 읽고 '좋았다'
브런치 글을 보고 '좋았다'

생각의 넓이는 어휘력으로, 깊이는 논리로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요즘 생각을 안 하고 살아서 그런 건지, 생각할만한 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문제다 문제. 

2017년 1월 5일 페이스북, 이승희

“생각의 넓이는 어휘력으로, 깊이는 논리로 가늠할 수 있다.”라는 문장에서 유시민 작가가 생각난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 특출 난 어휘력과 논리 정연한 글로 인해 부럽다 못해 경외심마저 든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어떤 기록이라도 꼭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어쩌면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전하면서 말이다. 요즘은 꼭 지면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그들만의 기록을 남긴다. 무수한 기회가 열리는 만큼 부작용도 많은 유튜브도 사실 미션만은 아름답다. 

" Our mission is to give everyone a voice and show them the world."
(우리의 미션은 모든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세상에 그들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유튜브 

하루 하루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는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시간만 지난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의 기록은 나를 위로한다. '충분히 열심히 잘 살았다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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