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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 지음/정재곤 옮김)

달빛마리 2020. 7. 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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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이자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자서전이다. 1976년 당시, 치타공 대학 경제학과 교수였던 유뉴스는 방글라데시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소액 신용 대출(micro-credit)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1983년 방글라데시아 말로 '마을의', '농촌의'라는 뜻의 '그라민'은행을 설립한다. 

 

지금 그라민 은행의 소액 신용 대출 프로그램은 방글라데시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 60개국으로 퍼져 나갔고,(2002년 출판 당시 시점) 2006년 야누스는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라민 은행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누스가 가난한 방글라데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처참한 일상을 목격하고 그들을 가난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도입한 '소액 융자(micro-credit)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소액 융자는 사실상 돈과는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무관한 것이다.
  • 소액 융자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 소액 융자란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인간적 자산을 일깨우는 수단이다.
  • 소액 융자는 우리 인간이 가진 꿈을 일깨움으로써,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 존엄성과 존중의 마음을 갖도록 만들고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누스가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기 전에 휩싸였던 고민은 그가 1994년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있었던 세계 식량상 수상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이나 경제학과에서,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학과에서, 전 세계 수천 명의 똑똑한 경제학 교수들이 어째서 도움이 누구보다도 절실한 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도와주지 않는단 말인가?'  p. 31
(중략)
"명석학 경제학자들은 대개 가난이나 기근과 같은 문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 그런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그들은 발전이나 번영을 위해서라면 모든 힘을 쏟아부으면서도, 가난이나 기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여겨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저는 전 세계가 가난 퇴치를 최우선의 과제 중 하나로 여긴다면, 우리 모두가 오늘날처럼 부끄러운 처지에서 벗어나 자랑스럽게 세계 건설에 매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로 '직업 교육'을 시키는 일에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얼핏 보면 합당하지 않은 처사처럼 들리지만 그 까닭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라민 은행이 강제성을 띠어도 기꺼이 응하는 분야는 바로 글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통장에 적힌 숫자를 읽고 이 숫자들이 뜻하는 바를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야누스가 책에서 언급한 (방글라데시 사람들의)가난의 무게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 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도 사실 방글라데시에서 가난과는 전혀 거리가 먼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미국으로 유학 가 박사학위를 받고 모국에 돌아온 야누스는 처참한 일상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장발장 은행'의 시초가 어쩌면 그라민 은행에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라민 은행의 한국지부인 '신나는 조합'이 따로 존재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야누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한다. 사실이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운 진실이 아닌가 싶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자비심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를 약화시킬 따름이다.
우리가 실상 가난한 사람들에게 알량한 자비심을 베푸는 것은 우리의 의식을 편안케 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발로이다.
p.319

이 책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시작됐던,

가난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결국 희망을 담은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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