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마디로 위대한 작가들에게 듣는 글쓰기 아포리즘이다. 논픽션 작가이자 편집자인 존 위너커가 400명이 넘는 작가들의 조언을 엮어 책 한 권에 담았다.
책 표지에 적힌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책을 고르는 데 있어 잠시의 망설임도 필요 없었다. 얼마나 급했는지 목차도 확인하지 않고 훔치듯 빌려왔다.
무엇보다 엮은이의 말이 내 평소 생각과 일치 해 놀랍고 반가웠다.
이 책에 인용한 조언들은 저자(author)가 아니라 '작가(writer)'의 말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내 생각에, 저자라는 지칭어는 책을 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리킬 수 있는 반면 작가라는 지칭어에는 가치 판단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예술가이며, 자기 자신을 쥐어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저자라는 말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뜻하지만 작가라는 말은 그 사람 '자신'을 나타낸다. 인류학자에서 전기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이어트 전문의에서 금융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저자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작가는 희소한 존재다.
-Jon Winokur
어학사전에도 저자(著者)는 단순히 '책을 지은 사람', 작가(作家)는 문학이나 예술의 창작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혹은 소설가라는 의미로 표기된다.
책의 서두에서 엮은 이는 이 책이 글 쓰는 법을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지혜를 고스란히 전해줄 것이라고 운을 뗀다. 목차를 보면 작가들의 조언이 카테고리별로 나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 두고 싶은 혹은 번뜩이는 재치로 적힌 아포리즘이 눈에 띄면 정리 해 두었다.
나는 늘 지인들을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게 녹여 넣는다. 소시지에서 돼지를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프랜시스 트롤럽
이런 문장을 쓰고 싶다. 간결하지만 아! 하는 bulb-moment를 안겨 줘 잊히지 않는 문장 말이다.
글쓰기에 관해 내가 들은 최고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딱 한 문장으로 모두를 감동시켜라."
-휘트니 밸리엇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건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이지, 정보를 구하려는 게 아닐세.
- 바너비 콘랜드
블로그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도 사람들과 책을 매개로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의 차이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해 주는 글은 고맙지만 일회용 같아 꺼려진다.
다음은 비평에서 자유롭지 않은 작가들에게 '존 베리먼'이 전하는 멋진 조언이다.
나는 찬사와 비난 모두에 대해 극단적으로 무심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찬사는 허영심을 불어넣고 비난은 자기 연민에 빠져들게 한다.
둘 다 작가에게 전혀 좋지 않다.
- 존 베리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독서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어떻게 출판되었을까 싶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아무나 책을 쓰는구나 싶은 허무함마저 든다. 이런 상황에 희망을 심어주는, 가슴에 콕 박히는 조언을 만났다.
살아가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야 한다.
끔찍하고 머저리 같은 책도, 빛나는 책도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책들이 머릿속에서 아름답게 힘겨루기를 하도록 놔둬어야 한다.
지금은 천박하지만 다음은 찬란하다.
- 레이 브래드버리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글 쓰는 법을 배울 생각이라면 위대한 작품만 읽으려고 하지 마라. 그런 작품들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하리라는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 글쓰기를 그만두게 될 테니까. 나쁜 작품도 많이 읽으면 좋다. 나쁜 작품을 읽으면 용기를 낼 수 있다. 이것보다야 내가 더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위대한 작품을 많이 읽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덜 위대한 작품도 많이 읽어야 한다.
- 에드워드 올비
이 밖에도 여러 작가들과 철학가들은 공통적으로 다음 요소들을 좋은 글의 조건으로 삼는다.
- 은유가 돋보이는 글(은유는 문장에 혼을 불어넣는다 - 셰리든 베이커)
- 군살 없고 간결한 글(형용사를 만나거든 죽여버려랴 - 마크 트웨인)
- 진실성이 있는 글 (글쓰기에서 유일하게 위대한 원칙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정확한 어휘를 사용한 글( 정확한 단어와 거의 정확한 단어의 차이는 번개와 반딧불이의 차이다 -마크 트웨인)
앞으로 글을 쓸 때마다 염두 해 두고 실천해 보고싶다. 비공개 일기가 아닌 이상 읽는 사람들을 고려 한 글쓰기가 되어야 하기에 사실은 책임감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아직은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시선이 아닌 독자의 시선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얼마나 기쁜 나날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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