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k & Notes

일정이 없는 목요일.어제와 달리 해가 숨었다. 하늘이 뿌옇고 흐리다. 레오씨와 아침을 먹고 그를 배웅한다. 단풍이가 놀아달라고 보채서 평소보다 포옹이 짧다. 신나게 놀더니 응가가 급한가 보다. 책상밑으로 다가와 조용히 아련한 시선을 보낸다. 펜을 내려놓고 단풍이와 집을 나선다.7시 언저리, 산책하기 딱 좋은 선선함을 느끼며 걷는다. 아파트 화단과 천변에 새들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이것저것 주워 먹고 있다.기분 좋게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비아가 일어나 세수하고 식탁에 앉아있다. 굿모닝 인사를 하고 아침을 차려준다. 본인이 학교에 가기도 전에 수영장 간다고 먼저 나가는 엄마를 이해해 줄 만큼 컸다. 이번에는 비아가 날 배웅한다. 포옹이 길다. 수영장에서 찬물을 가르며 호흡에 집..

하루 한끼라도 밥과 국, 반찬들로 구성된 한식으로 든든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이나 저녁에 밥을 먹으면 소화도 더디고 왠지 부담스럽다. 다행히 냉장고에 어제 가족들 저녁으로 만든 반찬들이 남아있어 휘리릭 차렸다 :)

냉장고 야채함을 정리하다가 자투리 야채를 손질했다. 닭안심을 먼저 삶고, 닭고기 육수에 토마토, 양파, 버섯, 브로콜리, 비트를 넣어 뭉근히 끓인다. 그 사이 감자도 오븐에 구워준다. 완성된 수프에 올리브유와 후추를 두르고 그릇에 담아낸다. 수프는 담백하면서도 천연의 달콤한 맛이 느껴지고, 포슬포슬 감자는 구운 향이 더해져 풍미가 살아난다. 천천히 재료를 손질하고 오랜 시간 서서히 익힌다. 시간이 만들어 준 담백한 한 끼에 행복 :)

도서관에서 서가를 돌던 중 우연히 손끝에 닿은 책, >, 책날개에서 저자를 살펴보니 ‘이럴 수가!’ 김민식 피디님이 쓰신 책이었다. 은퇴를 하셨으니 이제는 작가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할까?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던 해에 작가님이 쓰신 첫 책>를 읽고 바로 팬이 되었고 그 후 작가님의 티스토리 글을 거의 매일 읽고 있다. 내가 티스토리에 뜸하던 그때 작가님도 개인적인 일로 잠시 글쓰기를 중단하셨고, 이 책도 그 무렵이 지난 후 출판이 돼 잘 몰랐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지만 혼자서 괜히 반가웠다. 작가님께서 전에 쓰신 책들과 티스토리 블로그 글을 읽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책에 꽤 있었지만 이번에도 책 속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여러 권 소개해주셔서 감사했다. 아..

하루 중 혼자 먹는 점심은 어제 먹다 냉장고에 보관한 남은 음식을 먹는, 그저 후다닥 끼니를 때우기에 바쁜 성가신 일이었다. 건강검진 결과,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혼자 있을 때도 천천히 정성껏 준비해서 스스로를 위한 한 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몸이 더 가벼워짐을 느낀다 :)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다 보면 우리 단풍이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이 있다. 애견 동반 식당이나 카페라고 알려져서 기쁜 맘으로 출발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가 아닌 실외 테이블에만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름이나 겨울은 특히 가혹하다. 단풍이도 허락되면서 사춘기 딸 취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장소를 알아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장소를 찾는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다가 알게 된 카페. 집에서 30분 거리니 부담스럽지도 않다. 직접 만든 베이커리를 다른 카페보다 저렴하게 팔고 벽돌로 지어진 멋진 건물에 넓은 공간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난 책을 가져가 읽었고, 레오씨는 영어 공부, 딸내미는 글을 쓰느라 바쁜 와중에 갑..

지나 온 시간을 돌이키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난 자꾸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나의 하루는 좋아서 하고 싶은 일과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들로 뒤 섞여 숨 쉴 틈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이 나에게도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무렵 우연히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의 제목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얻는 법’?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솔직하게 그리고 깊이 삶을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했다. 게다가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결국 ’행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작가..

빨주노초로 차려진 아침 식탁빨간 딸기와 빨간 사과, 주황빛 오렌지, 노란 계란 옷 입힌 양배추 버섯 오믈렛 그리고 초록빛 샐러드와 케일 + 산미 가득한 에티오피아 드립 커피 가족들과 여유롭게 즐기는 주말 아침, 천천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딸아이 영어공부를 도와준다. 외출준비를 하고 가족들과 도서관을 향해 현관문을 나선다. 비 오고 바람 부는데 왜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냐며 딸내미가 툴툴 그러거나 말거나 사춘기딸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남편 팔에 매달려 종종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해 걷는다. 일찍 서둘러 도착한 덕분에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어제 빌린 책을 읽는다. 영어책만 읽다가 한글 책을 읽으니 모국어 책에 감사하고, 생각할 거리와 영감을 동시에 던져 주니 행복하다. 책을 읽다가 잠시 ..

> 을 읽다가 문득, 나도 이 책의 작가처럼 한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을 (드디어!!)실천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주제가 이다. 책에서 언급되었던 내적동기의 중요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외부의 보상이나 압력 없이 행동 그 자체에서 즐거움, 흥미, 만족을 느껴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심리적 동기를 의미한다. 어른들의 삶은 보통 외적 동기에 의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불행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월급을 받기 위해 출근하고,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사진을 올리고, 상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야근을 하고,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