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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김진준 옮김)

달빛마리 2021. 8. 1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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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문학사상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을 때 저자가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언급했기에 이 책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었다. 사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도 한몫 거들었다.

내가 읽은 책은 <총, 균, 쇠> 스페셜 에디션으로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제목의 추가 논문이 특별 증보면으로 실려있어 더 흥미로웠다.

특별 증보면은 책의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지만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기도 전에 먼저 읽어버렸다. 일본 정부가 싫어할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고 한국인들 역시 뜨악할 이야기가 암시되어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 중, 일의 역사와 뿌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역사란 '지겨운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에게 역사는 스토리로 먼저 다가온 것이 아니라 관심 없는 사건들을 연도별로 암기해야 하는 지겨운 과목이었기에 저자가 이 책을 어떤 식으로 펼쳐갈지 궁금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과 가까워지듯, 책을 읽을수록 역사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증폭되는데 그러한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싶었다.

모두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흥미롭게도 이 책의 출발점은 저자가 열대 섬, 뉴기니의 해변에서 만난 뉴기니인 '얄리'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강한 의문은 사실 얄리뿐만 아니라 강대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관심사가 아닐까싶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체를 파악해도, 성장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어도 결국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국가 성장은 저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한국의 성장이 그토록 칭송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이용해 어떻게 동물들이 가축화되었는지 듣게 되고, 그로 인해 결국 인류는 '세균'이라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이 책은 결국 식량 생산이라는 궁극적 원인이 어떻게 병원균, 문자, 기술, 중앙집권적 정치체제 등의 직접적 원인을 낳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경우에 따라 달랐지만 언제나 공통적인 요소는 조밀한 대규모 인구와 정주형 생활이었다.

얄리의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은 결국 '환경'의 차이였기에 책에서는 환경이 역사를 형성했던 수많은 예를 보여준다.

1880년대 런던 시 당국이 고공 전기 조명의 발전을 억압했던 일, 제 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 동안 미국이 고립주의를 고집했던 일, 중국이 동아시아 내에서 가장 혁신적으로 문물을 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유럽보다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일은 정치 체제와 이데올로기라는 문화요소에서 기인하지만 결국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총, 균, 쇠>가 1997년도에 출간되었기에 책과 관련되어 저자의 최근 견해를 듣고 싶었지만, 2003년도에 쓰인 ‘<총, 균, 쇠> 그 후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안타까웠다. 찾아보니 다행히 올해 출간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라는 책을 통해 그 안타까운 마음이 풀릴 것 같아 반갑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면서 문명연구가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오랜 연구 끝에 쓴 책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편하게 읽게 되어 그저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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