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읽기의 즐거움 :)

The Midnight Library(Matt Haig)

달빛마리 2022. 3. 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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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dnight Library/Matt Haig

지난달, 다이어리 한 모퉁이에 이런 짧은 글을 적었다. '왜 동기부여가 되는 소설은 흔치 않을까? 읽는 순간 감정을 느끼고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는 드라마 같은 소설은 아쉽다. 마음을 움직여 철학처럼 삶을 움직이는 소설일 수는 없을까? 결국은 타인의 이야기일 뿐, 그 안에서 나를 움직이는 힘을 찾을 수는 없을까? 위인전이 아닌 소설에서 롤모델을 찾을 수는 없을까?'

 

그때 기적처럼 우연히 만난 책이 바로 <<The Midnight Library>>였다. 사실 대형문고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으나 비슷비슷한 표지와 유사한 뉘앙스를 풍기는 다른 책들과 묶여 있어 오히려 흥미가 떨어졌다. 

 

SUNDAY EXPRESS의 추천사처럼 'Gets to the heart of what matters in life'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특히나 나처럼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더 이상 나빠지려야 더 나빠질 수 없는 삶의 역경 속에서 (Nora의 관점) Nora는 죽음을 선택한다. 그런데 가톨릭에서 천국과 지옥 사이에 연옥이 존재하는 것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 엉뚱하게도 '도서관'이 존재한다. 그리고 도서관에 존재하는 모든 책은 과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삶을 살아 볼 기회를 준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소설은 그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이면을 보여준다. Nora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삶을 경험한다. 그러나 왜 그녀는 그렇게 원하던 삶 속으로 완벽하게 융화되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깨닫는 순간 난 큰 위로를 받았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그 어느 누구의 입을 통해서도 듣지 못했던 진실을 예고도 없이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후회'는 후회 그 자체가 문제일 뿐이라는 사실을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그때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도 그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 결과가 좋았을 거라고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 삶은 결국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인데 왜 내가 가지 않은 길이 지금보다 더 빛났을 거라고 생각할까? 결국은 결핍의 문제였다. 난 어디서 결핍을 느끼는 걸까? 스스에게 질문을 연이어 던지다 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과 나만 덩그러니 놓인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어느 누구에게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꿈일 수도 있다. 사실 12년 전에 그토록 내가 바라던 가정의 모습이 바로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조금은 소름 끼치는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Nora가 느꼈던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 우리 가족의 모습과 왠지 닮아 있어 이 장면 또한 묘하게 다가왔다.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 철학을 공부하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 외동딸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로 이루어진 가정의 모습도 그러하고 Nora가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때 느꼈던 남동생과 부모님의 관계까지 흡사했다. 

 

누가 나를 관찰하며 쓴 책은 아닐까 싶은 그리고 나를 위해 써 준 소설 같은 느낌을 과연 살면서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지금의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결심했다. 더 얻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거저 얻은 꿈이 아니라 내가 하나하나 노력해서, 내가 스스로 내린 결정들로 인해 이루어진 삶이다.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Hope=Potential

Every life begins now. 

삶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던져주는 짧지만 강력한 문구다. 몸에 새겨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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