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83세에 그림을 시작한 94세 김두엽 할머니의 삶과 그림들이 담겨있다. 김두엽 할머니는 KBS <인간극장> '어머니의 그림'의 주인공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분인데 나는 오히려 책을 통해 할머니의 존재를 알고 뒤늦게 인간극장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문득 할머니가 그린 사과 한 알이 화가인 막내아들의 눈에 들어왔다. 잘 그리셨다는 아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하나씩 그리다 보니 어느새 그림들이 쌓여갔다고 할머니는 전하셨다.
주로 꽃 그림을 많이 그리시는데 초기에는 붓도 없이 손가락을 물감에 찍어 그리셨다. 붓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세밀하고 다양한 표현이 담긴 그림이 탄생했다.
책을 읽는 내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귀가 즐거웠고 할머니의 멋진 그림들 덕분에 눈 마저 호강했다. 사람과 자연을 선명한 색깔로 곱게 표현하시는 할머니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부터 배우고 싶던 그림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실린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이 중에 할머니가 그리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그림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50이 되도록 결혼을 안 한 막내아들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막내며느리가 집에 들어오면서 정말 행복하셨나 보다.
집 마련도 하시고 막내며느리도 들어와 신발이 세 켤레가 나란히 있는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할머니의 행복이 진하게 느껴진다.
책의 중간중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구상 부문 입상을 했던 막내아들의 그림들도 볼 수 있다. 김두엽 할머니의 막내아들 이현영 화가는 벽을 메우는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점묘화로 그림을 완성한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그의 작품 중에서 특히나 <오월의 숲>이 정말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꽃과 함께 살고
꽃 그림을 그리며 살고
그렇게 마음에 꽃을 품고 살아가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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