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옮기는 생각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달빛마리 2020. 10. 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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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깨닫게 되는 분명한 사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학문이 종국엔 하나의 꼭짓점에서 만나듯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도 공통적으로 잡히는 요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누구인지 분명해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어느 누구보다 내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근에 읽었던 몇 권의 책들을 통해 내가 규정지은 나의 모습은 사실 타인이 규정한 내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수십 년을 살아왔고 그 기준에 맞추어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내가 싫어했던 내 단점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로부터 세뇌되었던 말들이었다. 외모에 대한 비하에서부터 성격의 특성까지 상세하다. 사랑하는 자식을 해할 의도성이 없었고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찌 보면 같은 희생자이니 지금에 와서 원망은 없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가끔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섬뜩해진다.

 

살면서 단 한순간도 내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숨이 막혔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성취감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심지어는 노력해서 얻은 결실은 당연한 거라 기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매일 다이어리에 뻬곡히 적힌 상세 목표를 지키느라 영혼이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칭찬해야 하는데 타인으로부터의 칭찬만을 바랬다. 

 

도대체 내 삶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공부 좀 한다고 집 떠나 혼자 하숙하며 하루하루가 외롭고 쓸쓸했던 17살부터 결혼 전까지의 시간은 사실 내 기억에서 송두리 째 지워버리고 싶다. 수능에서 실패하고, 고시에서 실패하고 성숙하지 못했던 연애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 

 

이 책 저 책에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carpe diem)'는 조언을 수도없이 반복하는데 나의 무의식은 매번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비현실적인 미래를 오가며 우왕좌왕한다. 그러니 현재 이 순간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마거릿 로빈슨 러더퍼드의 <괜찮다는 거짓말>에서 보면 완벽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픈 감정은 숨겨야 한다는 가르침을 너무 잘 따르다 지쳐버린 사람들을 '완벽하게 숨겨진 우울'을 겪는 사람이라 일컫는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과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내 나름대로 연구하며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까지 매일같이 해왔던 사소한 습관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스케줄 적지 않기, 4시 30분 기상을 5시로 늦추기, 8년째 매일 아침마다 확인했던 체중계를 한 달 동안 보지 않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할지부터 먼저 떠올리기 등이다. 

 

해야 할 일도 있고 엄마로서 또 아내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오롯이 나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보는 연습이 지금 내게는 필요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명상과 요가를 꾸준히 하고 과로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죄책감 없이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 이 내게는 필수적이다. 내려놓는 연습, 더 심플하게 사는 연습도 몇 년간 이어지는 나의 과제들이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는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해 타인과의 비교 대신 과거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인 듯하다. 일 년 전 나는

  • 20년 동안 미뤘던 치아교정을 시작
  • 10년 넘게 미뤘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
  • 환경오염의 일등공신이 의류라는 사실을 알고 일 년 동안 옷 사지 않기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성공
  • 일 년 동안 200여 권의 책을 읽음
  • 경제공부를 시작하고 주식을 통해 평균 30% 정도의 수익도 올렸고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등록도 마침
  • 티스토리를 통해 읽은 책을 공유하고 있고 벌써 글이 100개 가까이 
  • 캠브리지 출판사에서 나온 collocations in use를 혼자 공부했고 현재는 phrasal verbs in use와 노먼 루이스의 30 days to better English를 공부하는 중 

이렇게 죽 적어 봤지만 사실 이뤄 놓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의미 부여하며 굳이 적었다.

최근에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도 떠올려 본다. 힘든 순간에 책으로 위로를 주셨던 김민식 피디님(작가님)이 내 블로그에 직접 댓글을 써주신 날이 생각난다. 피디님 블로그에 글을 남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만 읽고 나의 생각을 남기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스스로를 칭찬하려 한다.

그리고 자연을 벗삼아 산책을 하는 매순간 특히 도심에서 벗어난 숲길을 걸을 때 행복하다.

또한 철저히 혼자인 새벽시간의 고요함이 좋다.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은 이어나가고 내 영혼을 갉아먹는 모든 것에서는 벗어난다.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완벽주의 개나 줘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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