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옮기는 생각

Who am I ?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달빛마리 2020. 10. 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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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ena Point State Park, A pic taken by 달빛마리 

나는 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살아왔을까?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순간순간의 기로에서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해 왔다고 후회를 할 때면 과연 나답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있다고 확신하면서 왜 동시에 그렇게 혼란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왜 오늘은 어제와 상반된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선택 앞에서 고민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내 삶의 가치관에 부합되는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드디어 삶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가치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수록 나는 경계가 모호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지만 철저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사람들을 만나 무의미한 대화를 할 바엔 차라리 혼자 집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 웃음을 나누고 그 사람들과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 순간들이 또 무엇보다 소중하다. 어쩌란 말인가?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건지 혼란스러웠다. 

 

MBTI 성격검사를 해보니 외향과 내향의 중간쯤인 아주 애매한 성격, 어느 날은 외향으로 , 또 어떤 날은 내향으로 조금 수치가 기울어진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 불분명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재미로 보게 된 별자리도 천칭자리다. 양쪽 저울에 무엇인가를 올려두고 어떤 것이 더 무거운지를 알아보는 도구가 연상되는 별자리로 한 곳으로 치중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어찌 보면 MBTI 성격검사 결과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홀랜드(Holland) 이론에 기초한 직업흥미 검사 결과 역시 예술형과 진취형이 혼합된 모형의 결과가 나왔다. 예술적 창작에 재능이 있고 다양성과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고 반복적인 틀에 박힌 일이나 활동을 싫어하는 예술형과, 도전정신과 목표지향적이며 리더십과 설득력이 있는 진취형이 만났으니 중요한 선택 앞에서 도대체 내가 누구인 건지 혼란스러웠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일 년 동안 읽었던 책을 살펴보니 200권이 넘었다. 이 책을 종류별로 분류해 보니 결국 같은 결론이 도출되었다. 예술형과 진취형이 좋아하는 부류의 도서들이 양갈래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흥미가 낮은 분야의 책을 일부러 골라 읽은 적도 있지만 개인의 독서 취향은 숨김없이 드러났다. 

 

진정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면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읽는 책의 종류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왜 내가 그 책을 읽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책이 곧 나다. 

 

나 역시 왜 내가 그렇게 유독 자유를 갈망했는지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그런 자유를 누릴 기회가 와도 온전히 누리지도 못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무엇인가를 해내고 이루지 않으면 허무함이 컸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았으니 지금 단계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애매한 사람들, 흥미분야에도 반대의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즐겁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는 일이다. 

 

아주 작게는, 주말에는 목표지향적 삶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유를 누려보는 것이다. 소파에도 좀 앉아보고 적당히 게으름도 부리고 공부와 할 일에서도 벗어나 보는 삶 말이다. 

 

'이 나이가 돼서야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라는 생각보다 '지금이라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 정말 다행이다'라는 믿음으로 살아야겠다. 살아가겠다. 살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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