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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이수광)

달빛마리 2021. 5. 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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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광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조선 500년 역사를 둘러보면서 '공부의 달인'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인물 16명을 골라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그분들의 삶과 공부법을 소개한다.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이수광/해냄

조선을 이끈 성리학의 선비들, 재능을 감출 수 없었던 여성 선비들, 실학으로 조선을 개혁하려 한 선비들과 신분의 한계에도 학문을 사랑한 선비들로 분류 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단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경문'을 짓고 공부에 전념했던 이이, 책을 읽으면서 사유했던 이황도 훌륭하지만 가난하거나 여성이거나 혹은 신분의 한계에 부딪혀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선비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특히 스스로를 '책만 읽는 바보'라고 부른 청장관 이덕무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서자 출신으로 가난과 질병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혼을 하고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혼을 한 후 18년이 지나서야 증광초시에 합격했다.

30대 후반 그 당시 9품 잡직인 교서관 검사관 즉 가장 말단 관리로 벼슬에 나가는 것을 선택했기에 주변의 만류가 있었으나 그는 서자의 신분으로 잡직 벼슬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조가 즉위하자마자 세운 규장각에 대궐의 진귀한 고서들이 많아 그것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41세가 되었을 때 드디어 규장각 검서관이 되었고 49세가 되었을 때 백동수와 함께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덕무는 죽는 그 순간까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덕무가 얼마나 가난했는지 묘사되는 장면에서는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가난으로 막내 여동생이 죽고 나서 쓴 글에는 비통함이 서려있었다.

이덕무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던 정조도 생필품을 하사하기는 했으나 돈이나 재물을 하사한 적은 없다고 한다. 가난은 선비의 재산이라며 배부른 자가 어찌 학문을 하겠냐는 취지였다고 전해진다.

어느 정도의 결핍은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가난으로 인해 죽고 사는 문제가 결정되는 그런 상황에서까지 선비 타령을 하고 있으니 읽는 내내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이덕무에게 어느 날 찾아온 감기는 결국 그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처절한 삶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벗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세월을 보낸 이덕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돈이 생기면 반드시 종이를 사고 종이를 사거든 반드시 책을 만들고 책을 만들거든 반드시 격언을 적어서 잊어버릴 것에 대비하라.

 

이덕무는 죽기 전까지 2만여 권의 책을 읽고 책을 살 수 없는 형편으로 빌린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면서 동시에 수백 권의 저서를 남겼다.


독서일기를 즐겨 쓰고 여성들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남자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기 집을 망치고, 여자를 가르치지 않으면 집을 망친다. 그러므로 미리 가르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죄다. 고식적인 은애(恩愛)만을 베풀면 무궁한 환해(患害)를 끼치게 된다. 자기의 자녀 된 자들이 자기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반드시 금수가 될 것인데, 어찌 두렵게 생각하지 않으랴?

이덕무의 <사소절>, 교습 편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수신과 공부법도 적혀 있다.

글 읽는 횟수는 시간을 배정해야 하고 , 배정된 시간을 넘나들어 더 읽기도 하고 덜 읽기도 해서는 안된다. 나는 어릴 때 하루도 이 과정을 빼먹은 일이 없었다. 아침에 40~50줄을 배워서 하루 50번을 읽었는데 ,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섯 차례로 분배하고 한 차례에 열 번씩 읽었다. 몹시 아플 때가 아니고는 어김이 없었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과정이 여유가 있고 정신이 증진되었다. 그때 읽은 글의 대의는 지금도 기억난다. 나는 기질이 너무도 잔약했기 때문에 배우는 양과 읽는 횟수가 매우 적었지만, 만일 재주와 기질이 왕성한 자로 하여금 그 능력에 따라 과정을 정해서 하게 한다면 그 진취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이덕무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가난이 학업을 가로막는 한계에도 그의 삶은 빛났을지 모를 일이다. 혹은 노력하는 만큼 길이 보이고 기회가 열리는 세상이지만 동시에 삶에 불필요한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는 여전히 선비의 정신으로 많은 책을 섭렵하고 글을 쓰고 학문에 정진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혹은 내 꿈에 쉽게 한계를 짓는 이들의 핑계나 합리화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굶어 죽는 가족을 지켜봐야 하는 원통함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부모의 교육철학이 중요하고 독서는 실천을 위한 것이며 목표와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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