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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고전: 노자 (최은숙 지음)

달빛마리 2020. 8. 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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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 인생의 첫 고전 시리즈 '노자'편이다. 작가의 말에 소개된 것처럼 나 역시 이러저러한 일로 마음이 힘들어 '노자'를 집어 들었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최은숙 작가는 아이들이 읽어도 쉽게 이해될 만큼 노자를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 책의 배경은 조그만 학교와 성당이 있는 시골 작은 마을로,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노자 할아버지의 말씀으로 이겨내고 그 안에서 지혜마저 배운다. 

 

특이한 점은 작가가 한 가지 갈등 상황을  '노자'와 '성서'의 입장에서 함께 풀어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얼마나 절묘하게 어우러지는지 어느 것이 노자의 사상이고 어느 것이 성서의 말씀인지 문자의 형태를 보지 않으면 그 나용만으로는 유추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 종류의 갈등 상황을 '노자'와 '성서'로 함께 풀어낸 이 책은 작가 특유의 어투로 인해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놀이터 삼아 자주 찾아가는 성당의 신부님과 학교 선생님과의 대화 그리고 아이들의 어지러운 마음을 풀어주는 신부님과 선생님의 위로를 통해 우리는 노자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특히나 '도'라는 것은 결국 사랑을 공부하는 것이고 , 내 자신을 포함해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자연을 자신처럼 똑같이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는 이 책에서 칭찬받는 일과 비난받는 일은 똑같이 큰 병통이라는 큰 깨달음도 얻었다. 누가 나를 칭찬했다고 흥분할 필요도 없고 나를 비난한다고 기분이 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둘 다 상대방의 생각이라 쉽게 바뀔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내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하면 얼마나 힘들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사람의 마음이 칭찬과 비난에 심하게 휘둘리는 것을 경계하고 둘 다 큰 병통이라 했다.(병통은 병으로 말미암은 아픔 혹은 오랜 관습 또는 습성에 의해 깊이 뿌리 박힌 결점을 의미한다)

 

작가는 노자의 병통 이야기를 루카복음 19장 5절에 나오는 '자캐오'라는 인물과 함께 설명했다. 자캐오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돈 많은 세리(세금을 매기고 거두어들이는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로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보기 위해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이런 자캐오를 예수님이 보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루카 19,5

사람들은 죄인의 집에 묵는 예수님을 못마땅해했지만 자캐오는 예수님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세리가 아닌 그냥 자캐오였다. 자캐오 역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잣대로 자신을 바라봤다면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기적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병통 이야기와 함께 세리 자캐오의 비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잣대에 유난히 민감한 민족성을 지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새겨두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총욕약경(寵辱若驚)은, 귀대환약신(貴大患若身)이라.
1. 윗사람의 사랑을 받거나 욕을 먹거나 하는 일에 흥분하니 이는 큰 병통을 제 몸처럼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2. 은총을 받거나 굴욕을 당하거나 놀란 듯이 대하고, 재앙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라. 

작가는 노자 13장을 위 1번으로 해석했지만 1번과 2번의 내용이 상이한 면이 있어 노자 원전을 살펴보기로 했다. 노자의 도덕경을 오강남의 풀이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첫째, 남의 비난이 객관적으로 반드시 타당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략) 이런 판단은 어차피 불완전한 것이므로 이런 판단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죽느니 사느니 억울하다느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수모를 당해도 그것을 신기한 것처럼 여기고 좋아해야 할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남의 비난을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영적 차원의 장성을 위한 촉진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노자 <도덕경> 오강남 풀이

부처도 '남의 칭찬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말라' 일렀고 공자도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않는 일이 있나 염려하라'했다. 이해하지만 되새길수록 실행하기 어려운 이치임이 틀림없다.

 

나는 이 책에 나온 노자의 사상 중 13장만 다뤘지만 이밖에도 교훈을 주는 많은 이야기들이 성서와 함께 노자의 사상을 알린다. 작가는 이것 아니면 저것, 하는 식의 사고 구조로는 노자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어난 어떤 일에 대해여 금을 긋는 습관을 버리는 훈련을 해야 그제야 노자의 말씀이 하나하나 헤아려진다는 것이다.

 

분별하고 판단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습관에서 벗어나야 세상의 참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데 솔직히 그런 세상의 참모습을 굳이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책을 통해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었다. 

 

힘든 일을 당장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문제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 노자의 '도덕경'이라도 붙잡고 그 깊이를 헤아리는 중이라 다행이라고 할까? 슬프고 아린 요즘이다. 

2020/08/17 - [나를 이끄는 힘, 독서!] - 도덕경(노자 원전/오강남 풀이/영어 번역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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