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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노자 원전/오강남 풀이/영어 번역문 수록)

달빛마리 2020. 8. 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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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노자 원전/오강남 풀이

 

 

<도덕경>을 풀이 한 오강남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북미에서 수십 년 동안 비교종교학 교수로 지낸 분이다. 

 

노자 원자에 대해 수많은 풀이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풀이한 사람들의 비교우위를 따지지만 그것 조차 '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책을 펼치는 사람들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

 

<도덕경>은 중국 고전 중에서도 주석서가 많기로 유명한 책이고 영어로도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다. 영어로도 100종 이상의 번역서가 존재해서 영어권 국가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도덕경>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이제 더 이상 동양사상의 전유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도덕경>은 '도와 덕에 대한 경전'이라는 뜻이다. 쉽고 간단히 말해 '도'는 우주의 근본 원리이고 '덕'은 그 도가 구체적인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때 얻어지는 '힘'이다. 

 

1장부터 37장까지를 상편 도경이라 하고 38장부터 마지막 81장 까지를 하편 덕경이라 하는 것이 전통적인 분류 방법인데 '도경'은 도의 존재론적인 면을, '덕경'은 도의 기능적인 면을 좀 더 많이 다루고 있다.

 

<도덕경>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인간형은 '성인'을 의미하는데 성인은 '무위(爲)'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무위'라는 것은 <도덕경>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행동 원리로 일체의 부자연스러운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자연스러운 행위란 인위적 행위, 과장된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남을 의식하며 하는 행위, 자기중심적 행위, 부산하게 설치는 행위, 억지로 하는 행위,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 등을 의미한다.)

 

<도덕경>은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책이라 들었다. 난 아직 3번밖에 읽지 못했지만 거듭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장이 반복됐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처한 상황이 달라지면 또 다른 '도경'이나 '덕경'이 눈에 들어오리라 생각되지만 말이다.

 

처음 소개할 '도경'은 하늘과 땅이 영원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비유로 지혜를 보여줄 수 있는지 감탄했다.

 

 

제7장 하늘과 땅은 영원한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는 삶

하늘과 땅은 영원한데
하늘과 땅이 영원한 까닭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참삶을 사는 것입니다.


성인도 마찬가지.
자기를 앞세우지 않기에 앞서게 되고,
자기를 버리기에 자기를 보존합니다.

나를 비우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완성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풀이가도 이런 아름다운 구절에 더 이상 풀이를 한다는 것은 사족일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덧붙여 위 7장에서 '참삶'은 시간적으로 무한히 연장되는 생물학적 삶이 아니라 질적으로 새롭게 된 참삶을 뜻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우리가 물에서 배우는 '도경'이다. 

 

 

제8장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
-물에서 배운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낮은 데를 찾아가 사는 자세
심연을 닮은 마음
사람됨을 갖춘 사귐
믿음직한 말
정의로운 다스림
힘을 다한 섬김
때를 가린 움직임.

위 8장의 두 번째 연은 성서에서 묘사된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읽다 보니 도덕경과 성서를 함께 다룰 수 있는 것은 비단 한 작가의 능력이 아니라 읽다 보면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는 것이었다.

읽기를 반복해서 미루다 결국 가장 마음이 심란한 시기에 ‘도덕경’을 폈다. 대학 부전공으로 윤리교육을 공부할 때 서양 윤리는 그럭저럭 재밌었지만 동양 윤리는 말 그대로 내게 고역이었다.

워낙 한자에 어두웠는데 타과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내비치신 교수님께서 급기야 한자의 약자로 필기를 하셨기 때문이다. 보란 듯이 공부하느라 밤을 지새우고, 책 한 권 쓰는 것처럼 많은 양의 시험지를 채워 내려갔던 기억이 또렷하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차라리 그때 전공 공부에 더 충실할 걸’ 생각하며 부전공을 택한 자체를 후회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도덕경>을 읽는 동안 동양 윤리 교수님들의 수업이 다 살아나는 듯 기억이 나고 그로 인해 감사함마저 드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다음은 하편에서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덕경이다.

제48장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것

-일손(日損 )의 길, 부정의 길 (via negativa)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여 가는 것.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것.
없애고 또 없애
함이 없는 지경 에 이르십시오.
함이 없는 지경에 이르면
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억지 일 꾸미지 않을  때만 가능합니다.
아직도 억지 일을 꾸미면
세상을 다스리기엔 족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노자가 우리에게 가르치려 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단견이나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도를 꿰뚫어 보라는 것이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호불호가 강한 사람은 유독 분별심이 발달 해 있으니 참 어려운 이치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해야 한다는 사실만이라도 마음에 품고 있으면 <도덕경>을 알기 전과 후의 삶이 반드시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왓칭'의 김상운 작가 역시 상식적으로 우리가 보는 세계가 실재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면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근원적인 도에 대한 것을 무시하면 우리의 관찰도 결국 피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근원적인 도'를 어머니에 비유한 덕경 소개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해 본다.

 

제52장
어머니를 알면 자식을 알 수 있다.
- 근원을 아는 것이 영원을 배우는 것

세상만사에는 시작이 있는데,
그것은 세상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를 알면,
그 자식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자식을 알고, 그러고도 그 어머니를 받들면,
몸이 다하는 날까지 위태로울 것이 없습니다.

입을 다무십시오.
문을 꽉 닫으십시오.
평생토록 애쓰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입을 여십시오.
일을 벌여 놓으십시오.
평생토록 헤어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오강남의 풀이를 빌리자면, 시작을 아는 것, 근원을 아는 것, 도를 터득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용히 욕망으로 가득한 '입을 다물고' 감각과 지각 같은 이원론적 의식의 '문을 닫고', '작은 것', 내면적인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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