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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류시화 옮김)

달빛마리 2020. 10. 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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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류시화 옮김

 

 

이 책은 몇 년 전에 처음 존재를 알았으나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러다 이번에 김민식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소개를 해주셔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스코트 니어링은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평화주의자였다. 인종차별과 무분별한 자본주의를 비판했고 이런 이유로 공산주의자로 몰려 재판에까지 회부되었다. 대공황이 치닫던 1932년에 더 이상 신념을 지키며 교수직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자 그는 버몬트주의  시골로 이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내 헬렌 니어링과 함께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나간다.

 

그들은 조화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일환으로 독립된 경제를 선택했다. 즉 아주 적은 돈으로 삶을 꾸려가는 것이다. 대신 노동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나머지 절반의 시간에는 연구를 하거나 책 읽기, 글쓰기, 대화하기를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들은 단순함, 고요한 생활, 가치 있는 일, 조화로움은 단순히 삶의 가치만이 아니며, 조화로운 삶을 살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중요한 이상이고 목표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고 실천한 삶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굉장히 확고했다.

  • 채식주의를 지킨다.
  • 오전과 오후 둘로 나누어 생계를 위한 노동은 하루의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 집짐승을 기르지 않는다.(집짐승을 돌보는 데 얽매여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또한 사람과 똑같은 생명을 가진 동물을 키워 내다 파는 일은 옳지 못하다)
  • 은행에서 절대로 돈을 빌리지 않는다.
  • 가능한 한 모든 먹거리를 자급자족한다.
  • 농사지을 수 없는 생필품은 농작물과 맞바꾼다.
  •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한 손일을 한다. (기계가 고장 났을 때의 번거로움으로부터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뇌와 정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 최저 생계비가 마련되면, 먹고 남는 채소나 과일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준다.
  • 하루에 한 번씩은 철학, 삶과 죽음, 명상에 관심을 갖는다.
  • 일 년에 한 두 달은 여행을 한다.
  • 커피와 차를 멀리하고 간소한 식사를 하며 설탕과 소금을 삼간다. 
  • 깨끗한 양심과 깊은 호흡을 유지한다.

이 책을 옮긴 류시화 시인의 말씀처럼 그들은 '삶은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의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충족된 삶을 산 것이다. 

 

 

조화로운 삶, 차례

 

 

 

난 이 책을 목차의 순서대로 읽어 내려갔지만 그중에서도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살림 꾸리기' 챕터에 유독 눈길이 갔다. 밀가루를 음식에 넣는 독극물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밀가루의 해악에 대해 강한 어조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밀가루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존의 내 지식을 여러 차원 넘어서는 정보를 전해 주었다.

 

 

조화로운 삶 p.128

 

 특히나 독성분을 넣은 가공 식품을 먹고 습관성 약물을 점점 많이 쓰는 것이 여러 연령층에게 병을 가져온다는 주장과 식품 가공업자, 약 제조업자, 제약 회사가 광고, 홍보, 로비 따위로 엄청난 돈을 쓰는 것이 현대인 모두의 건강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확신하는 부분에 동의했다. 우리가 물건이나 식품을 구매할 때 사실 모든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절약이 몸에 배게 하고, 자원을 보호하며,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확고하게 지켰다. 사실 비슷한 맥락으로 마크 트웨인 역시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간과하지 않고 숙고한 후 실천까지 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

책의 말미에서 그들은 가장 조화로운 삶은 이론과 실천이,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삶이라고 했다. 또한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이라는 말을 전했다. 내가 지향하고 바라는 삶의 가치와 동일해 뭉클했다.

 

책을 다 읽은 후 정보를 찾아보니 니어링 부부는 버몬트 주 시골마을에서 20년간 그들의 신념대로 살았지만 버몬트 주에 스키장이 생기고 관광객과 방문객이 늘어나자 메인 주의 또 다른 시골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가 되던 해 스스로 음식을 서서히 끊음으로써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졌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헬렌 니어링/이석태 옮김

 

 그들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에 매료되어 지금은 <조화로운 삶>에 이어, 헬렌 니어링이 사별 후 8년 뒤에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한 권의 책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 헬렌 니어링이 말년에 쓴 소박한 요리책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도 읽어보고 싶어 결국 주문을 마친 후 책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기본은 의외로 단순하고 소박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삶의 틈이 메워지는 기분을 느꼈고 그로 인해 행복했다. 자연속에서 노동하고 공부하고 나누는 노년의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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