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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탁팀 장원재 지음)

달빛마리 2021. 11.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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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Noble Asks 제작팀 장원재 지음/다산초당

이 책은 세계적인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 교수님이 한국 사찰 여행을 하면서 ‘우리 존재와 삶에 대한 가장 오래된 근원적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데니스 노블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생명 이론을 제시해 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생물학계의 대석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이다.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철학과 종교,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다루는 공통 과제이자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품어온 근원적 질문들이라고 한다.

데니스 노블 교수님은  인간이 그저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는 유전자 결정론적 주장에 반대하고, 생명은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이런 그의 이론은 생명 현상을 과정 그 자체로 이해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결을 같이 한다.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을 방문하면서 성파, 도법, 정관, 금강 이렇게 네 분의 스님과 오래된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대화를 나누는 여정을 다큐멘터리 <Noble Asks>로 만들었고 영상에 담지 못한 그들의 대화를 정리해서 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올해는 유독 불교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스님들의 설명이 생소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없었지만 이미 읽고 깨달은 내용을 어떻게 삶에 지속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가 항상 내겐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책을 읽으면서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을 나누고 싶다.


두 번째 화살을 피하라 (도법) p.37
: 고통스러운 일은 예고 없이 들이닥칩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화살로 비유하죠. 경전에 보면 깨달음을 얻는 사람, 또는 자기 참모습을 잘 알고 사는 사람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고 말해요. 왜 첫 번째 화살이 아니고 두 번째 화살이냐, 첫 번째 화살은 누구나 맞기 때문입니다. 부처님도 결코 예외가 아니지요.

하지만 깨달은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그 이후에 있습니다. 깨달은 사람은 첫 번째 화살만 맞지만, 깨닫지 못한 사람은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연이어 맞는 거죠.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금강) p.43
: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먼저 내 마음속의 틀부터 버려야 합니다. 일단 상대방을 현재의 상태 그대로 인정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저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자라온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겪은 어떤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가치관의 차이도 있을 수 있죠. 지금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이 존재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모습을 떠나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보게 되면 내 마음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상대가 잘못을 해도 화가 나기보다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나게 돼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 자연히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생기게 되죠.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 가장 풀기 어려운 실타래가 아닐까 싶다. 상대를 온전히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 내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나만 이해해줘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지친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틀을 씌운 걸까?

내가 만들어내는 두려움 (도법) p.59
: 쓸데없이 과도한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그런 고통이 대부분 우리가 관념으로 만들어 낸 것일 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중략) 그 이유는 감정에도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중략) 그래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습관적으로 두려움에 휩싸일 때마다 '이건 진짜가 아니야, 내가 스스로 만든 감정이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거야.' 끊임없이 이런 사고를 되풀이하면, 우리가 마주하는 두려움에 대한 항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두려움이 실재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감정이라고 깨달은 후 살아가는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결국 스스로의 몫이다.

스스로 만든 틀을 깨라 (금강) p. 123
차별하는 마음은 내가 선택한 하나만 좋고 나머지는 싫어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스스로 삶을 괴롭게 만드는 첫걸음이죠. 차별하는 마음은 그 뿌리가 깊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중략) 내가 생각하는 틀을 버리고 내가 만들어낸 나를 떠날 때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분별하는 마음이 클수록 내가 정해놓은 기준 이외의 것은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과연 행복할까?

우주의 크기, 우리 존재의 크기(데니스 노블) p.131
: "부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어찌하라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자신이 행동하는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가지라고 하셨다"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게 바로 현대 과학이 발견한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숫자, '10^80과 10^70,000'이 전달하는 메시지예요. 우주의 크기, 그리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의 크기지요.

주인으로 살 것인가, 노예로 살 것인가(도법) p.197
: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창조주다. 바로 지금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삶은 창조된다.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 거짓말하는 인생이 된다. 욕설을 한다. 그러면 욕설하는 인생이 된다.

'세상을 창조한 것도 신이고 인간을 창조한 것도 신이다. 따라서 인간을 구원하는 주체도 신이다'라는 신념이 지배했던 2600년 전 인도에 부처님이 나타나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던 것이다. 나의 삶이 내가 마음먹고 행동하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개념은 허무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도법 스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더 이상 신의 종으로, 운명의 종으로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금강) p.245
: 인생에서 좋은 때라는 건 따로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아내는 것이 바로 가장 좋은 때이자 좋은 삶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과거라는 굴레에 갇혀 혹은 신기루 같은 미래에 갇혀 스스로의 과거이자 미래인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지 못하고 있을까? 조용히 읊조려본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책의 에필로그는 '오랜 의문에 답을 찾다'라는 제목과 함께 데니스 노블 교수님의 글로 장식이 된다.

사람은 그저 유전자의 통제를 받으며 사는 게 아니에요. 통제권은 우리에게 있어요. 나 자신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다른 사람과 이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p.273

에필로그에 이어진 첫 번째 대담은 데니스 노블 교수님과 그의 제자 엄융의 서울대 명예교수님의 대화였다. 한국과 데니스 노블 교수님의 인연의 시작점은 옥스퍼드였다. 결국 40년동안 지속된 두 분의 인연이 우리가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하니 참 감사했다.

데니스 노블 교수님과 엄융의 교수님


책의 마지막은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실상사라는 고찰에서 두 교수님을 모시고 '시스템 생물학과 불교'라는 주제로 나눈 이야기가 실렸다. 12가지 질문의 내용도 참 좋았지만 각 질문들에 대한 응답이 불교와 과학이라는 두 가르침이 묘하게 접점을 찾아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 흥미로웠다.

올해 만난 가장 소중한 책들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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