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끄는 힘, 독서! 167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나를 압도해버린 책이었다. 프롤로그부터 몰입시켜 작가의 세계로 나를 가차 없이 끌어당겼다. 작가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쳤고 이 책이 그러하듯 학술논문에도 대중적인 에세이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실험하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왜 태어났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희미하게 풀릴 무렵 작가는 내게 다른 고민을 던져 준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 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적대적인 타자를 환대하는 것은 가능한가? 제목 그대로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아렌트와 고프먼의 연구를 참조하며, 상호..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김정운)

지난달 중순부터 벌써 3번째 읽고 있는 는 한마디로 내게 굉장히 영감을 주는 책이다. 철학과 심리학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재미있게 풀어내고 작품 속 곳곳에서 만날 수는 압축된 하이쿠는 시를 읽는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자연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보는 순간마다 '나도 그리고 싶다', '나도 그곳에 있고 싶다'라는 마음을 들게 한다. 작가 김정운은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문화심리학자로 명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를 읽고 교수직을 스스로 내려놓는다. 자신이 내린 충동적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고백할 땐 기대하지 못했던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학교를 떠난 후 그의 다음 행적은 돌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화를 전공한다. 그것은 그의 어릴 적 희미한 꿈이 실현되는 시..

공부의 힘(노태권)

중졸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공부의 힘 여러 가지 공부 계획을 세워 놓고 자신이 없었다. 나처럼 중년에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하다 알게 된 책, 사실 공부에 관련된 책이라면 읽을 만큼 읽었다 :) 이제 대리만족은 그만하고 시작만 하면 되는 딱 그런 시점이었는데 전혀 기대감 없이 읽어서일까? 그 어떤 책 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이유들은 단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었다. 작가도 정말 경이로운 분이지만 그의 아내는 더욱 대단했다. 마치 현대판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를 보는 기분이랄까.. 노태권 작가는 난독증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막노동으로 생계를 어렵게 이어나가던 사람이었다. 첫째..

마지막 이벤트(유은실)

지인을 통해 동화와 청소년 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은실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두어 편 읽을 책을 살피다 도서관에서 바로 빌릴 수 있는 를 먼저 읽기로 했다.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추천 도서이기도 했다.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읽기로 하고 남편이 먼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테이블 맞은편에서 그는 읽는 동안 울고 웃었다. 딸은 책 겉표지에 그려진 할아버지 그림과 란 제목에서 내용을 미리 유추했다. '너무 뻔해요, 결국 할아버지 돌아가시는 얘기 아닌가?' 이 책은 13살 영욱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는 영욱이는 아빠보다 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빠는 싫어하고 할아버지를 좋아한다. 영욱이는 아빠의 폭언을 들을 때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드는 ..

브레이킹 루틴(천인우)

책을 소개하는 팟 캐스트에서 작가의 느릿느릿한 템포의 음성을 들으면서 꽤나 편안함을 느꼈다. 질문의 대답이 너무 빠르게 나오지도 않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의 신중함이 느껴졌다. '늘 가던 길로만 가면, 삶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을 살리고자 제목을 브레이킹 루틴이라고 지었지만 사실 관사가 탈락돼 어법에는 맞지 않는 제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천인우 작가는 나보다 훨씬 어리지만 여러 면에서 본받을만하고 동시에 참 부러운 사람이다. 이미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합리화가 가능하지만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일에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그의 삶에서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실력과 신념과 용기가 참 부럽다. 작가는 외고를 졸..

책, 이게 뭐라고(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 지음)

읽으면서 내내 즐거운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김민식 피디님을 통해 장강명 작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들 중 라는 소설을 한 권 읽어 본 적이 있다. 2021.07.25 - [나를 이끄는 힘, 독서!] -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김민식 피디님이 장강명 작가의 팬이라고 여러 번 말씀하셔서 작가가 쓴 책들이 궁금했다. 찾아보니 2011년 장편소설 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작 작가 u-r-what-u-do-at-dawn.tistory.com 그러나 는 독서에세이다. 예상치도 못하게 장강명 작가에 대해 이모저모 알게 되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작가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로 독자를 ..

절대 배신하지 않는 공부의 기술(이상욱지음)

공부의 기술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있지만 이 책은 유투브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피부과 의사 이상욱씨가 쓴 책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지 책의 상태가 출판날짜와 반비례 할 정도로 낡아 있었다.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고 참고할 만한 그만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난히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공부의 기술을 열거하는 것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삶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힘들고 어렵지만 일단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열어주는지 그의 삶을 통해 증명해보인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의 경험을 쌓고, 숨어있는 자투리 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Socrates Express(에릭 와이너 지음/김하현 옮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제목에 이끌렸다. '철학자의 이름과 익스프레스가 도대체 어떤 연결성이 있는 거지?'.. 찰칵! 사진으로 겉표지를 담아 읽을 책 목록에 담아두고는 그렇게 한참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 책을 12월 연말에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다짐하는 데 있어 꽤나 안성맞춤인 철학자들과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킹한 부분이 너무도 많아 결국 원서로 주문했다. 다시 천천히 음미하며 낭독하고 싶었다. 12월 19일에 주문했는데 수령 예상일이 1월 5일이다. 사실 그 날짜도 정확히 장담할 수는 없어 아쉽다. 책을 읽고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좋은 책은 차례부터 돋..

잘될 운명으로 가는 운의 알고리즘(정회도)

정말 운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유튜브 채널에서 타로 콘텐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타로 마스터 정회도가 이라는 책을 썼다. 타로를 배우고 싶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자연스럽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는 타로 마스터를 하기 전 다양하고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개그맨, 보습학원장, 경영학 박사, 대학 교수 그리고 현재는 대중적인 타로 마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타로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책을 통해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어 감사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할 수 있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치의 삶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내 운명을 향..

스스로 행복하라 (법정 스님)

이 책은 법정 스님이 쓰신 수많은 수필들 중 일부를 발췌해서 모아놓은 것이다. 그래서 글마다 쓰신 연도가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한결같이 통일된 그분만의 삶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생의 끝자락에서 보여주신 모습과 책에 나타난 스님의 철학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진실은 하나가 아닐 수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불교 철학을 차치하고 이 책의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은 '절제'다.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고 전하시며 또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꼭 있어야 하고 없어도 좋은지 크게 나누어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하는데 우리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는지 혹은 살아가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