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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합본판 (이윤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첫 출간 20주년을 기념하고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신 이윤기 작가의 타계 10주기를 기리기 위해 다섯 권의 시리즈를 한 권으로 묶은 특별 합본판이 나왔다. 시리즈 다섯 권의 내용과 새롭게 추가한 도판 자료 220여 점을 수록해 1200페이지 가량의 양장본이 만들어졌다. 대학 때 철학 강의를 듣던 중 수업이 지루해질 때쯤 교수님께서 종종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것을 계기로 신화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리즈 5권까지 모두 읽지 못한 채 한참을 잊고 살다가 합본판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총 5주에 걸쳐 읽어 내려갔다. 워낙 신들의 계보가 복잡하고 다양하며 이름이 어려워서 메모를 하며 읽어야 했다. 예전에 읽었던 내용이 떠오를 땐 쉽게 쉽게 읽히고 어떤 신화는 반복해서..

상관없는 거 아닌가?(장기하)

이 책의 존재는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선뜻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도서관에서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찾고 있었는데 그의 소설들 옆에 나란히 꽂혀 있어서 눈에 띄었다. 표지가 강렬한 오렌지빛이어서 집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런 기대도 없었고 오히려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만지작거리며 읽을까 말까를 고민했다. '그래, 산문이잖아. 휘리릭 읽히겠지. 머리 좀 식히자'라는 마음으로 집에 가져왔다. 한달에 걸쳐 이윤기 작가의 그리스 로마 신화 합본 5권을 읽은 터라 이제는 그리스 로마신들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했다.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내가 읽고싶은 책을 읽는 것이야 늘 내게 즐거운 일이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재미있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

인간이 그리는 무늬(최진석)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인문학이 막 활기를 띄기 시작할 무렵 출판된 꽤 오래된 책이다. 그 쯤해서 미리 읽었다면 인문학의 개념을 정확히 잡고 인문학 도서들을 읽었을 텐데... 오랜 시간 동안 그냥 책만 읽어 내려간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책을 읽어보니 교수님의 생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셨다. 최근의 강연이나 지금까지 쓰신 책들의 궁극적인 알맹이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요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은 '인문의 숲 속을 산책하는 순서'라고 이름 지어진 멋있는 목록을 보여준다. 크게 4가지 숲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 인문의 숲 : 인문적 통찰을 통한 독립적 주체되기 두 번째 인문의 숲 :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마주 서기 세 번째 인문의 숲 : 명사에서 벗어나 동사로 존재하라 네 번째 인문의..

나는 아침마다 삶의 감각을 깨운다(고토 하야토 지음/조사연 옮김)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며 마음과 몸을 돌보는 시간이 내게는 하루의 큰 동력이 된다. 이미 루틴으로 자리 잡혀 익숙하지만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 싶어 관련된 책을 읽었다. 일단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아침마다 삶의 감각을 깨운다'라고 의식하고 시작하는 삶은 반대의 상황과는 아주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책은 모두 여섯 가지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크게 보면 결국 모닝 루틴의 중요성, 사소한 습관의 결과, 자존감 높이는 방법 이렇게 세 가지 맥락인 듯하다. 나는 매일 아침 새로운 나를 만든다 잠에서 깬 뒤 1분, 내가 바라는 오늘 하루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 '마음 챙김' : '지금', '여기'에 있는 '나'라는 존재를 의..

조용히 눈 감으면

늘 우리 집이 자리 잡은 위치에 감사한다. 의식적인 선택이었지만 스스로 내린 선택에 다시 안도한다. 집 정면으로는 도서관이 있고 우측은 수영장이 있다. 모두 걸어서 3분 내 거리다. 이쯤 되면 아스팔트 도시가 연상되겠지만 지역의 특성상 다행히 그렇지 않다. 수영장을 지나 다시 3분 정도 걸으면 제천 변이 펼쳐진다. 얕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흉내내며 유유히 흘러가는 시냇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첨벙첨벙 춤을 춘다. 그 가운데 놓인 징검다리는 아직 엄마 손을 잡고 걸어야 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인공적인 놀이동산이 주지 못하는 근사한 스릴을 선사한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와 아빠도 이미 지나 온 유년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대신 이곳은 까치와 왜가리를 비롯 해 이름을 ..

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쉬나 아이엔가 지음/오혜경 옮김)

내 뜻대로 인생을 이끄는 선택의 심리학 앞을 못 보는 인도계 이민자 여성에서 선택 연구의 최고 권위자가 된 컬럼비아 대학교 쉬나 아이엔가 교수의 자전적 심리 에세이라는 책 소개가 흥미로워 고른 책이었다. 나는 빛을 볼 수 없지만, 멈추지 않고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는 나처럼 앞을 못 보는 사람도 볼 수 있을 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선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읽었던 많은 책들 중, 늘 나를 매료시켰던 글들은 결국 후회하지 않을 선택의 중요성을 담아 전해주는 책들이었다. 이 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세이라기보다는 데이터를 다룬 심리학 책에 가까웠다. 자유란 무엇일까?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스스로에게 선택의 대안을 만들어줄 수 있는 권리다. 선택의 가능성이 없..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이수광)

이수광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조선 500년 역사를 둘러보면서 '공부의 달인'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인물 16명을 골라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그분들의 삶과 공부법을 소개한다. 조선을 이끈 성리학의 선비들, 재능을 감출 수 없었던 여성 선비들, 실학으로 조선을 개혁하려 한 선비들과 신분의 한계에도 학문을 사랑한 선비들로 분류 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단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경문'을 짓고 공부에 전념했던 이이, 책을 읽으면서 사유했던 이황도 훌륭하지만 가난하거나 여성이거나 혹은 신분의 한계에 부딪혀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선비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특히 스스로를 '책만 읽는 바보'라고 부른 청장관 이덕무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서자 출신으로 가난과 질병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혼을..

영어 소설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 time (Mark Haddon)

이 책은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출판되었다. 호불호가 꽤 선명한 책이라고 알려져 읽기 전부터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휘트브레드 상 대상을 포함하여 17개의 문학상을 받으며 가장 독창적인 소설로 평가받는다는 출판사의 소개를 본 후 나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자폐를 가진 15살 소년의 생각을 낱낱이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은 두 달 전에 읽었던 의 Melody를 떠올리게 했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던 12살 소녀 Melody와 자폐를 앓고 있는 15살 소년 Christopher 모두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그들의 내면세계를 독자가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였을까? 사실 Christopher는 단순히 자폐를 앓고 있다기 보다는 서번트 증후..

모멸감(김찬호, 유주환)

책 제목과 차례를 살펴보고 홍세화 작가의 를 읽고 느꼈던 그 감정이 돌아오길 기대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부끄럽다. 같은 사회 비평 에세이라는 범주안에 놓였다는 사실만으로 경험의 폭이 다른 두 작가에게서 같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니 말이다. 작가가 두 명인 이유는 김찬호씨가 쓴 글에 모멸감이라는 주제로 유주환 작곡가가 곡을 만들어 챕터별로 음악을 만들었다. 부록 CD 혹은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책과 음악을 엮는 참신한 아이디어처럼 보였으나 책의 내용만큼 연주의 호흡도 짧고 음침하다. 식탁 맞은편에서 책을 읽던 9살 딸내미가 엄마는 저런 음악을 들으며 계속 책을 읽을 수 있겠는지 물었다. 무시와 모멸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싹싹 긁어 모아 펼쳐놓았다. 이 세상에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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